정신건강의학과, 거시적 관점의 사회적 역할 필요
오프라벨 사용 해결해야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이 날은 정신장애우와 가족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일반인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런데 왜 하필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4가 연이어 들어가는 4월 4일일까? 숫자 4를 싫어하는 한국인들의 편견을 깨듯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싶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정신질환 치료, 진료과 간 이기주의 심각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일반인보다 타 진료과 의사들의 편견이 더 아프고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원광의대 이상열 교수는 “일반인 못지않게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정신장애를 잘못된 시각으로 보고 있어 마음이 답답하다”며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만 정신건강 검진을 받는다고 하면 의사들도 삐딱한 시선으로 본다. 의사들이 먼저 정신장애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희의대 백종우 교수도 이 교수와 같은 의견을 냈다. 백 교수는 "전 국민 건강검진 얘기가 나왔을 때 의사들이 환자에게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 자체가 이미 편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교수와 백 교수는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정신 장애 치료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우울하면 항우울제 처방하고, 조증인 환자는 기분을 가라앉히는 약을 처방하면 된다는 마치 감기약 처방하듯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다"며 "미국의 가정의학과에서는 항우울제 처방을 잘 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신질환과 관련된 최상의 치료는 단지 약으로만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로 가지 않으려 한다고 얘기하지만 이를 주장의 근거로 삼는 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큰 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사회적 역할 필요
의사들의 편견을 깨는 것 이외에 정신건강의학과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오프라벨 약물 사용에 대한 기준이다.

현재 충동조절장애, 섭식장애, 적응장애 등은 우울증으로 진단을 내린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런 상황이 난감하고 진료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는 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10개의 적응증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하나의 적응증만으로 식약청 허가를 받기 때문이다.

현재 550개 품목이 고시로 운영되고 있고, 이중 161개 항목이 허가사항을 초과해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제약사들이 추가 임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미 적응증을 받았으니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정신건강 교과서에 있는 질병만이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균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는 과거보다 잘 살게 됐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거시적 관점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나 직장, 학교 등 큰 틀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

신 교수는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환자를 생물정신학적 측면에서 치료하는 것은 잘 해 왔지만 지나치게 이 부분에 치우친 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인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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