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 발달 더불어 약물전달시스템 개발 활발

최근 신약 개발의 위험도를 줄이면서 신약과 같은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DDS) 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평균 15년이 걸리고, 2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물전달시스템 개발에는 기간과 비용이 ⅓로 단축되고 성공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약물전달시스템은 필요한 양의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기존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1960년대에는 주사 및 주입형태가 각광받았다면 70년대에는 좌약식, 80년대에는 비강 및 구강 투여 형태, 90년대에는 피부·폐·구강으로 전달하는 형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나노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기술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학술지에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 기술들을 통해 개발 동향을 알아본다.


금으로 약물 효능을 높인다
[DOI: 10.1021/ic202197g]


암을 정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중금속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백금 화합물인 시스플라틴은 이미 시판돼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 2월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은 화합물을 이용한 항암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금 나노입자는 특정 세포에 대한 타겟 능력과 세포내로의 흡수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새로운 약물전달을 위한 수송체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 Nial Wheate 교수팀은 Inorganic Chemistry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스플라틴과 같은 플라티늄 기반 약물의 효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금 나노입자 활용법을 제시했다. 균일성과 선택성이 뛰어나 보다 안전하게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금 나노입자가 플라티늄 약물에 붙을 수 있음을 증명, 세포 내 흡수 및 효과가 급격히 향상된 것을 확인했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금 나노입자 직경별(25 ㎚, 55 ㎚, 90 ㎚) 합성 기술, 재현성, 약물 탑재 능력, 안정성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 금 나노입자 하나당 최소 700개에서 최대 7만개의 플라티늄 입자가 부착 가능하며, 입자 크기와 관계없이 4 ℃에서 보관했을 때 그 변이가 최소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작 28일 후 변이될 확률은 25 ㎚에서 2.4%, 55 ㎚에서 3.3%, 90 ㎚에서 3.6%로 입자 크가가 작을 수록 확률이 낮았으며, 25 ㎚ 직경의 금 나노입자는 자외선-가시광선 흡광도에 따른 변이도 적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금 나노입자를 사용했을 때 암세포 및 일반 세포에도 약물 축적이 나타나 아직은 그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대량 합성법 개발을 통해 약물 결합 면적을 넓히는 한편 시험관 및 생체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몸 속의 작은 자판기, 약상자를 몸에 이식한다
[DOI: 10.1126/scitranslmed.3003276]


자판기처럼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약을 원하는 용량만큼 정확하게 몸 속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David Koch 교수팀은 지난 2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판에 환자의 몸 속에 마이크로칩을 이식, 원격제어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칩에는 습기와 이물질의 침입을 막도록 밀봉하는 기술(hermetic seal)과 살아있는 조직에서도 잘 동작하는 방출 시스템이 사용됐다. 밀봉용기는 플래티늄과 티타늄으로 덮었는데, 작은 전류가 가해지면 티타늄이 녹아 약물이 인체 내부로 투입되는 구조다. 칩은 MICS라는 주파수를 이용해 원격으로 조정되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투여량에 대한 계획을 칩에 미리 입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매일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골다공증 치료제 테리파라티드 20일분이 담긴 칩을 65~70세 폐경 후 여성 골다공증 환자 8명에 이식했다. 칩은 국부마취 후 30분 정도의 절차를 마친 후 환자의 허리선 피부 밑에 이식됐으며, 4개월간 몸 속에 남아있었다.

결과 환자들은 원격으로 조정해 약물을 전달했으며, 그 효과는 매일 테라파라티드를 주사하는 것과 비슷했고, 임플란트를 통한 복용량이 주사하는 양보다 적은 것을 확인했다. 또 환자들은 종종 임플란트 한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안전하며,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동작 가능한 범위를 넓히고 칩당 수백가지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더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을 조절할 수 있는 칩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 복용으로 몇 달간 효과를 지속하는 약
[DOI: 10.1021/ja211148a]

연꽃잎은 비를 맞아도 젖지 않으며, 오히려 물이 잎 위에서 방울 형태로 뭉쳐 먼지를 안고 굴러떨어져 버린다. 물을 거부하는 초소수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연꽃잎을 나노 단위로 확대해보면 울퉁불퉁한데, 이 미세한 굴곡에 공기를 사로잡아둬 물과 같은 액체들이 굴곡을 통과하는 것을 막아준다. 따라서 아무리 심한 소나기가 내려도 연꽃잎은 늘 마른 상태를 유지한다.

미국 보스톤대 Mark Grinstaff 교수팀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소수성을 이용하면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규모의 미세한 주름으로 표면처리를 하면, 굴곡에 사로잡힌 공기로 인해 약물이 달아나지 않게 된다는 것. 액체가 점차 사로잡힌 공기를 대신하면서 약물이 방출되는데, 공기를 보다 확실하게 잡아둘 수 있도록 소수성이 클수록 약물을 더 오랫동안 천천히 방출하게 된다.

연구팀은 생체적응재료인 폴리카프롤락톤(PCL)과 항암제를 이용, 염 용액과 혈액에서 약물전달능력을 테스트했다.

결과 소수성이 물질이 없는 PCL은 약 15일간, 소수성 물질 10%를 포함한 PCL은 약 70일간 약물을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청 속에서 암세포에 노출되는 경우 소수성 물질이 없는 PCL은 약 25일 후 암세포 공격을 멈췄지만, 소수성 물질을 10% 포함한 PCL은 65동안 암세포를 공격했다.

연구팀은 현재 쥐실험을 통해 다른 약물을 이용했을 때 소수성 물질의 효율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처 입으면 자동으로 약물 방출
[DOI: 10.1002/anie.201107068]


운동경기 중 다쳤을 때 의무실에 가지 않아도 바로 몸 속에 약물이 방출돼 상처가 치유된다면, 혹은 상처를 입자마자 약물이 방출되 고통을 제거하기 시작한다면 매우 편리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샌디에고대학 Joseph Wang 교수와 미국 클락슨대 Evgeny Katz 교수팀은 상처에 대한 바이오마커에 의해 활성화되는 생체 연료 전지를 만들어 상처를 입자마자 약물이 방출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설계,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심각한 상처가 났을 때 방출되는 젖산의 양에 반응하는 바이오 연료 장치를 만들었다. 양극에는 논리게이트에 기반한 효소를 지니고, 음극에는 약물을 포함하고 있어 젖산이 탐지되면 필요한 만큼의 약물만 방출하는 구조다.

Wang 교수는 "팔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로 전장을 군인들을 치료하거나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나노약국의 개념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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