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사들 주로 발병

1. 젊은층 정신건강 / 양극성장애, 공감피료, 공황장애가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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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자연재해, 사고 등 극도의 스트레스성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사건 후에도 지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을 도우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지만 반대로 타인의 외상에 감정이입돼 "공감피로(Compassion Fatigue)"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공감피로는 간호사가 환자와 공감적, 연민적 관계를 형성해 더 많은 에너지를 환자 간호에 투자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 1992년 Nursing에 처음 소개된 용어로 외상을 입은 사람이나 고통받는 사람을 도와주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극도의 스트레스성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이자 일종의 2차적 외상 스트레스다.

미국의 한 종합병원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젊은 말기 암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며 공감피로를 느꼈다고 응답한 간호사의 사례는 이의 성격을 대변해 주고 있다. 환자에게 어떤 말이나 치료법을 제공해도 그 환자의 예후가 좋아지지 않아 매일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최근 병원간호사회가 국내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70여 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직을 결심한 간호사들의 42.9%가 "간호직과는 전혀 다른 직장을 찾겠다"고 답했으며, "타 병원에서 간호직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3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콜로라도 주의 아동보호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종사자의 반 이상이 높은 수준의 공감피로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31개 아동보호기관에 종사하는 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60.4%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공감피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과 이민수 교수는 "여러 정신적 스트레스 및 외상을 경험한 희생자들을 상대하는 직업군인 간호사, 경찰관, 상담사, 의사 등에서 발생 빈도가 높으며, 희생자들의 가족이나 친구 등 일반인에서도 장기간 간접적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피로는 아직 정신과적 진단기준으로 사용되는 DSM-IV나, ICD-10에서 정식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 않다. 그러나 최근 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후에도 직접 경험한 것과 비슷한 양상의 증상을 나타낸다는 보고가 늘어남에 따라 2차적 외상 스트레스 증후군이나 공감피로 등을 정식 진단명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의견이 제기돼고 있다.


근무 환경 스트레스와는 달라

공감피로는 업무량 과다, 직장동료와의 관계 등 근무 환경 조건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와는 구분된다. 특히 근무기간이 짧고 연령이 어릴수록, 또 남성보다 여성에서 나타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되며, 이와 함께 사회문화적 스트레스를 더 많고, 이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이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학대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공감피로를 겪을 위험이 높으며, 환자나 클라이언트의 외상 경험이 자신의 것과 유사했을 때 공감피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경찰, 소방대원, 응급요원들이 어린이의 통증을 다룰 때 공감피로를 더욱 크게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성학대피해자를 다루는 여성심리치료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사례수가 누적될수록, 클라이언트를 더 자주 접할수록 피해자와 유사한 외상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타인의 외상경험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에 대한 스트레스 정도가 높고, 보수 만족도가 낮으며, 타인의 외상 경험과 경과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을 경우 공감피로 수준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비슷한 증상

공감피로의 증상은 DSM-IV에 의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모델에 근거한다. 공감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피로감과 정서적 무기력함, 사회적 위축, 열정과 희망의 감정에 무뎌지게하는 신체적 정서뿐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나타난다.

전조 증상으로는 약물 및 알코올 남용, 과식, 잦은 화, 만성적인 지각, 우울, 정신적 혹은 감정적 피로, 빈번한 두통, 위장관계의 문제, 과도한 체중 변화, 낮은 자존감, 절망, 긴장, 감정이입과 객관성의 불균형, 수면장애, 일 중독 등이 나타난다.

공감피로가 진행되면 부정적 자극의 증가, 인내력의 저하, 분노의 상승 혹은 폭발, 근로 공포, 자기파괴적 행동, 비전문가 상태로의 기능저하, 자아기능 감소, 희망상실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에서 간호사 7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공감피로를 호소하는 간호사들은 자신의 처치가 환자에게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했으며, 환자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고, 심각한 증상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공감피로가 심각할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지적 정신치료와 함께 항우울제(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의 사용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약물 치료 시에는 일단 효과가 나타나면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세미나·워크숍 통한 예방 프로그램 마련

전문가들은 치료는 물론 예방 및 관리할 수 있는 중재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는 아동학대를 다루는 사회복지사들의 공감피로를 극복하고 예방하기 위해 훈련프로그램과 정기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또 간호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병원과 간호사 단체도 늘고 있다. 여기에는 명상과 스트레스 감소 워크샵, 어려운 상황의 환자에 대한 토론, 환자 간호의 감정적 측면에 중점을 두는 직원 수련회 등이 포함된다.

미국간호사협회(ANA)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공감피로 컨퍼런스를 후원하고 있으며, 협회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주간호사협회도 지난해 공감피로 워크숍을 열었으며, 병원이나 간호학교에 예방 프로그램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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