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과 가격 같아 차별화 내세우려면 불가피

주요 처방약을 보유한 상위권 제약사들이 복지부를 상대로 한 약가인하 소송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처방약 가격도 빠르게 재편될 조짐이다.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약제급여목록에는 다수의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가격이 동일하게 설정돼 있다. 업계는 추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를 상대로 약가인하 소송을 제기한 제약사는 일성신약, KMS제약, 다림바이오텍, 에리슨제약 등으로 단 4곳에 그쳤다. 이들은 약가인하를 받아들 수 없다며 지난 8일과 9일 행정법원에 행정처분금지 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소송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위권 제약사들이 일제히 빠졌다. 이들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표면적인 이유는 4월 1일 약가인하와 동시에 시행되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때문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선장은 말그대로 복지부가 혁신형 기업을 선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제도. 세제혜택은 물론, 여신확대, R&D 지원 등 갖가지 혜택이 제공된다.

이와 함께 복지부의 눈에 나면 좋을 것없다는 판단도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리벡 소송건이다. 노바티스는2009년 9월 복지부가 글리벡필름코팅정 100mg의 약가를 14% 인하해 1만9818원으로 고시하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이후 노바티가 승소했고 약가는 제자리로 원상복귀됐다. 이런 가운데 현재 노바티스는 글리벡 후속약물은 타시그나의 1차 약물 보험급여를 앞두고 있는데 2년이 넘도록 급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글리벡 소송건은 복지부의 대표적인 보복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면서 "많은 제약사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해 소송을 철수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가운데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제네릭들 약값은 추가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4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약제급여목록에 따르면 특허만료된지 1년이 지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이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다빈도 고혈압 처방약인 암로디핀을 비롯해 동맥경화용제인 아토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항혈전제인 클로피도그렐 등 상당수가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물이 동일하다. 그외 원외처방에서 많이 사용되는 정장제, 항생제, 소화기제제 등도 격차없이 단일가격으로 책정됐다.

이대로 간다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처방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격이 동일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한다는 의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본지가 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차이가 없을 경우 오리지널을 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국내사들이 약가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가격이 같으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약사들의 추가로 인하할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정부가 약가인하제도를 계획할 당시에도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4월 이후부터는 약가인하 폭이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 제약사 임원은 "정부가 발표한 인하율은 14%지만 제네릭이 추가로 인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하율은 20~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