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술·정책 수혜자에 초점…기증 후 통증·삶의 질 악화 외면

1. 장기이식의 그늘 / 생체 장기기증자 관리, 문제있다

2. 장기이식의그늘 / 나눔 속 감춰진 눈물, 기증자도 환자다

3. 장기이식의그늘 / 추적연구 1년 뿐, 퇴원 후 치료도 기증자가

4. 장기이식의 그늘 / WHO, "생체 기증자, 장기적 관찰 필요하다"

5. 장기이식의 그늘 / 외국의 장기구득 체계


많은 생체 간 기증자들은 수혜자가 간이식 수술로 간암 등에서 벗어남으로 큰 짐을 내려놓은 안도감을 느끼고, 수혜자의 생존에 대한 행복감과 감사함, 만족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출산의 고통도 있지만 기쁨이 있듯이 간 기증 후 한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과 뿌듯함이 수술로 인한 고통보다 크다고 표현한다. 동시에 큰 흉터도 안고 살아간다. 이는 절개 부위에 남아있는 흉터이기도 하고 마음에 남겨진 흉터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생체 간 기증자는 신체가 건강한 성인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 없이 정상과 가깝게 회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간의 일부분을 떼어내는 큰 수술을 받았음에도 기증자들은 "환자"로 대접받지 못한다.

국내에서만도 수천명이 생체 간 기증자로 살아가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간이식 관련 논문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수혜자 위주의 이식 성공률이나 생존율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기증자에 관한 연구도 수술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들의 삶의 질 문제는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다.

그러나 기증자들은 수술 그 자체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수술 후 신체 취약화에 대한 불안, 때로는 피해감과 분노, 소외감과 상처, 원망감, 공허함 등을 고백한다.

어떤 환자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수술한 다음에 매스컴을 안 믿게 돼요. 솔직히 간이식이라는 게 쉽다고 생각했거든요. TV나 신문에서 너무 쉽게 표현하잖아요. 수술만 하면 다 끝나고 다 건강해지고, 기증한 사람들도 나와서 아무 이상 없다 괜찮다고 하니까 속은 거에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증자의 주관적 증상에 주목해야

서울의대 외과 이남준 교수팀이 생체 간이식을 시행한 기증자 5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기증자는 수술 전과 같은 일상생활이나 직장으로 복귀했고, 기증자 중 95.6%가 간 기증에 대해 보람을 느꼈으며, 수술 후 전반적인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87%나 됐다.

그러나 동시에 신체적·정서적 역할 제한 항목에서 "기증자의 삶의 질"이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낮은 점수를 보였다.

연구팀은 의학적인 회복에도 환자들이 자가 평가 건강 수준에 있어 역할 제한을 느껴 수술 전 기증자에게 상담을 통한 적절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고, 추적 기간 중에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포항대 간호학과 정선주 교수는 '생체 부분 간이식 기증자의 경험' 연구에서 의사가 생각하지 못하는 주관적인 증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증자들이 수술 후 정신적으로 변화된 신체를 받아들이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며 흉측한 흉터로 위축되는 경우는 물론 예상보다 큰 통증에서 오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문제는 기증자의 삶의 질 문제로 연결되는 만큼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대 하야시 아키코 교수팀이 200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증자들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 전 불안과 우울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또 다른 일본 연구에서는 간 기증자의 10%가 수술 후 1개월에 우울증이 진단됐다.

일본간이식연구회와 간기증자조사위원회가 전국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후 1년 이상에서 피로감이나 하지통, 복통 등이 나타났는데, 이는 우울증으로 인한 신체증상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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