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픈 것 서러운데…정부 지원도 없어

1. 장기이식의 그늘 / 생체 장기기증자 관리, 문제있다

2. 장기이식의그늘 / 나눔 속 감춰진 눈물, 기증자도 환자다

3. 장기이식의그늘 / 추적연구 1년 뿐, 퇴원 후 치료도 기증자가

4. 장기이식의 그늘 / WHO, "생체 기증자, 장기적 관찰 필요하다"

5. 장기이식의 그늘 / 외국의 장기구득 체계


기증자의 정신건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증자의 신체적 상태와 수혜자의 회복 정도다.

특히 수혜자의 예후가 불량한 경우 기증자들은 정신 건강과 일반 건강 항목에서 유의하게 낮은 점수를 보였다. 수여자가 사망한 기증자는 공여한 것에 후회하는 경향도 있다.

만성적인 과음과 연관돼 발생하는 알코올성 간질환은 간 이식 수술 후 음주재발률이 20~50%로 알려져 있는데, 수혜자의 음주 습관 재발은 기증자에게 배신감과 더불어 심각한 심리적 상해를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알코올성 간질환을 생체 간이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공여 자발성에 대한 심리적 부담

신장이식과 달리 간이식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짧은 시간 내 공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돼 공여 자발성 여부도 기증자의 삶의 질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지 않으면 가족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정신적 압박이나 주변에서 장기를 기증하도록 하는 듯한 느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기기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경험하는 기증자의 사례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포항대 정선주 교수는 "치료를 위한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기증자와 수혜자가 부모-자녀 관계라고 할지라도 기증을 결정하는데 있어 모두 자발적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친족간 기증…정신건강에 영향

기증자들이 대부분 환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기증자인 동시에 수혜자를 직접적으로 돌보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기증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 전체 간이식 수술에서 생체 간이식은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95%가 친족간의 기증이다.

일본에서 소아생체 간이식에서 기증자가 된 어머니의 경험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기증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은 뒷전이고 자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가족과 의료진, 본인 스스로마저도 자녀에게만 주목한 수술 경험으로 적출 수술을 받으면서도 환자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 교수는 "기증자들은 수혜자가 부모일 경우 자신을 걱정하기 때문에, 혹은 감정을 털어놓으면 간 기증자 본인이 뭔가를 바래서 하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어 아픈 것도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증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필요

정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증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증자에 대한 추적 데이터가 전무하며, 이들에 대한 관리도 순수 기증에 한해 1년까지만 이루어진다.

정 교수는 한국간기증자협회를 통해 기증자들간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거나 이미 극복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힘든 사람은 얼마나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따라서 기증자들은 수술과정 및 합병증 발생 여부, 장기적인 신체적 후유증에 대한 정보, 기증 후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증을 결정하고 있다. 또 기증자들은 의사가 말하는 회복시기와 사회 복귀시기가 자신들이 실제 경험하는 것과 괴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수혜자에게 자신의 간 70%를 제공했음에도 수혜자는 장애인특례 산전특례 적용을 받아 의료비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 한편 기증자에게는 아무런 예우가 없다는 점도 기증자에게 박탈감과 서글픔을 안겨준다. 수술 전 검사와 입원비는 수혜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법률에서 명시돼 있지만 퇴원 후 발생하는 치료비 및 장기간 회복하는 동안 요구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본인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최근 뇌사자 간 기증의 부족으로 생체 부분 간 이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증자들의 경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지원방안과 정책에 대한 고찰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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