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괴사와 관절 악화 문제로 중단됐던 관절염 진통제 실험약물 임상시험에 녹색불이 켜졌다. 화이자의 타네주맙과 리제네론의 REGN475, 존슨앤존슨의 플라누맙이 그 주인공.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관절염 자문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항신경성장인자(anti-NGFs) 진통제의 조건부 임상 재개를 권고했다. 이들 약물은 임상에 참여했던 일부 골관절염 환자에서 관절염이 급속히 악화돼 관절 치환수술이 필요해짐에 따라 2010년 임상이 잠정 중단됐다.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인 메이요의대 Sherine Gabriel 교수는 "안전성 우려가 명백하지만 일부 환자에게 적합한 진통제가 없다는 점에서 치료 선택권이 없는 환자에 anti-NGF제제가 유용한지 여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제약사는 부작용 발생 위험에서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위원회는 피험자 동의서에 해당 위험성을 알릴 것, 임상 진행기간 동안 X-ray와 MRI를 통해 골강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또 anti-NGF제제가 다른 일반적인 진통제와 함께 복용했을 때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온 바 있어 기존 진통제와 병용하지 않을 것도 권고했다.

부작용 발생 기전을 밝히는 것도 주요 과제다.

타네주맙 임상을 주도했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Nancy Lane 교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 대해 "진통제의 효과가 지나치게 뛰어나 환자들이 증상을 간과해 무릎 상태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주사제 형태로 만들어진 타네주맙을 자주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약의 효과는 최소 8주 정도 지속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효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

한편 제약사들은 앞으로 수백만명이 anti-NGF로 효과를 얻을 것이라며 개발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자문위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FDA가 대부분 권고를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화이자는 FDA에 제출된 문서에서 "위험과 효능을 평가해봤을 때 추가적인 위험관리와 감시수단이라는 보호장치만 있다면 타네주맙이 골관절염이나 다른 만성 통증에 효과를 보증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서만 성인 중 수백만명이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치료에 한계가 있고, 만성 통증을 다루는 최선의 전략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 약물은 신경성장요소(NGF)를 저지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NGF는 정상적인 성장에 필수적인 신경 시스템이자 염증과도 연관성을 가진다. Lane 교수는 NGF가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통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NGF를 억제하면 매우 심한 통증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것.

Lane 교수는 "anti-NGF는 질환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위를 상하게 하거나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고 기분을 우울하게 하는 등의 부작용이 없다"며 이들 약물이 통증 관리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타네주맙은 현재 골관절염과 더불어 암성 통증, 간질성 방광염, 만성 요통과 당뇨병성 신경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리제네론도 "아직 통증을 다루는 적절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anti-NGF의 역할이 도드라진다"고 언급했다.

반면 회의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마이애미밀러의대 Elanine Tozman 교수는 이들 약물은 골관절염의 증상인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약일 뿐이라 일축하며, "진통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병을 고치기 위한 약이 필요하다. anti-NGF가 골관절염 치료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무릎에 심각한 골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대개 인공관절수술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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