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고형암치료 임상연구센터 위암 진료지침 초안 발표

노인 증가와 함께 위암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율은 그리 높지 않다. 항암제의 독성 문제와 약물치료 효과에 대한 불신이 치료에 대한 시도를 막고 있는 것. 극단적으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체의학이나 잘못된 의학 지식에 빠져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노인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은 유용할까?

성인고형암치료 임상연구센터 제2세부과제위원회가 위암에서 항암화학요법에 관한 진료지침 초안을 마련, 9일 공청회를 열어 유관학회의 의견을 들었다.

이번 진료지침은 노인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의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의 유용성과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의 2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의 유용성이라는 두 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 단계적으로 큰 틀을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번에 처음 시도됐다.

한림의대 장대영 교수는 "그동안 위암의 체계적 항암치료를 포괄하는 국내 진료지침이 없었다"면서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진료지침 개발에 방향을 맞추고 준비해 왔다"고 진료지침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주제는 우리나라 특성에 부합하고, 국민들의 치료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정했다. 실제 진료양상과 이론 차이가 큰지 여부와 센터에서 수행하는 다기관 다학제 임상연구와의 연계성도 고려됐다.

한림의대 김형수 교수는 '노인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의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의 진료지침' 발표에서 "2008년 암등록 통계에서도 65세 이상 노인군에서 위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컸다"며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참고할만한 근거 제공을 위해 노인에서 항암화학요법과 생존기간의 연장과의 연관성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령별 항암화학요법 반응을 직접 비교한 무작위대조군임상(RCT)연구가 없어 간접적인 방법으로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다. 3개의 대규모 RCT를 분석해 연령별 반응도를 비교한 결과, 젊은 연령층과 노인층에서 항암화학요법 사용 시 생존기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수 교수는 "노인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 환자에서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전신상태 등을 고려해 시행할 것이 권고된다(권고등급 1, 근거수준 D)"고 말했다.

그는 간접적인 근거라는 한계가 있지만 화학요법의 우월함이 증명돼 있는 상황에서 노인층의 치료 효과가 젊은층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80세 이상 환자가 연구에 포함된 경우는 드물어 이 경우에는 진료지침이 아니라 환자 예후에 대한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암화학요법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이근욱 교수는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의 2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의 진료지침' 발표에서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에서의 1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으로는 플루오로피리미딘과 플라티눔 복합항암화학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2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유용성 및 약제 선택의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치료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개의 무작위 3상임상이 발표되면서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에서 2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의 유용성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 적절한 치료법 등에 관한 연구가 시행됐다.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2개의 3상임상 연구와 그 외 2상임상 연구 및 다른 연구들을 분석했다.

결과 후향적 연구 10개 중 9개의 연구에서 전신수행상태가 양호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2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을 시행받을 경우 생존기간이 더 많이 연장된다고 보고한 것을 확인했다.

이근욱 교수는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에서 1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 후 진행된 경우에는 전신 상태가 양호하면 2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것이 권고된다(권고등급 1, 근거수준 A)"고 말했다.

또 다양한 항암제의 단독 또는 복합항암화학요법에서 비슷한 수준의 치료 결과를 보고해, 표준 2차 항암화학요법의 용법 선택, 약제의 용량이나 투여 방법은 예상되는 약제의 독성, 환자간의 차이, 1차 보존적 항암화학요법의 종류, 전신수행상태, 동반질환, 경제성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의대 노성훈 교수는 "위암을 수술하는 외과의 입장에서 수술 후 가족이나 환자들이 항암치료에 대한 독소를 우려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경험이나 임상철학에 따라 치료가 진행돼 어떤 의사에게 진료 받느냐에 따라 치료 방법에 차이가 많았다"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근거를 상당히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앞으로 좀 더 개선해 나가면 현장에서 진료하고 있는 임상의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좋은 지침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대영 교수는 "노인 재발성 및 전이성 위암의 항암화학요법이 최선의 지지요법보다 더 효과적인 것인지에 대한 대규모 3상 연구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현재 센터에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 받는 노인 암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좀 더 세부화된 분석이 이루어질 경우 노인의 위암치료 등에 대해 국내 현실을 잘 반영하는 임상진료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에서 진행되는 몇몇 국내임상연구 결과가 2년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 시기에 좀 더 근거가 확충된 임상진료지침으로 갱신할 예정이다.

김시영 위원장(경희의대 교수)은 "위원회는 그 동안 위암에 대해 여러번 진료지침을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는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자 두 가지 제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면서 "각 학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식적인 승인을 받은 뒤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회적·공익적으로 꼭 필요한 주요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 근거중심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진료지침 개발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의 지정연구과제(과제번호 A102065)로 시행됐으며 그 외 다른 외부 재정의 지원이 없었고, 진료지침의 개발 및 검토 과정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없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