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희망 전하는 만성 콩팥병 알리미


"만성 콩팥병은 아주 흔하고 사망까지 부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성인 9명 중 1명 꼴로 만성 콩팥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병율이 높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만성 콩팥병 대해 아직 무심해

"만성 콩팥병 알리미"로 불리는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만성 콩팥병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신장질환 중 대부분이 만성 콩팥병인데, 콩팥은 한 번 망가지면 좋아지는 법이 없고 시간이 갈수록 망가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해 적절히 관리하면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고 너무 늦게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늘 마음이 아프다고.

최근 건강검진이 많이 이루어져 비교적 빨리 진단이 가능하지만 이 교수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뇌졸중, 암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만성 콩팥병은 여전히 생소해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교수는 만성 콩팥병 알리미를 자처하고 나선다.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로 활동하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도자료를 만들고, 만화가 김종범 씨와 함께 콩팥에 관한 만화와 환자 교육용 소책자를 잇달아 만들기도 했다.

그의 고민은 언제나 어떻게 하면 환자들을 조기 진단해 치료를 적절히 받도록 할 것인지, 또 만성 콩팥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다.

혈압측정, 소변 검사,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 등 간단한 검사 3가지로 만성 콩팥병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 교수의 모습에서 환자를 향한 그의 애정이 드라마처럼 그려진다.


장기기증 희망서약 캠페인 통해 나눔 동참

신장 이식 수술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도, 아름다운 사연도 많이 접하게 된다. 말기 신부전 환자는 이식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상태를 개선할 수 있지만 아직 이식할 수 있는 장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체 장기 기증의 경우 가족 관계에서 많이 이뤄지지만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가족으로부터 장기를 제공받는 것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그래서 뇌사장기기증이 꼭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지난해 경희의료원 개원 40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장기기증 희망서약 캠페인을 통해 나눔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장기 이식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없는 문제지만 "희망의 씨앗"이라는 개념으로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캠페인 당시 경희의대 교수 중 한 명이 장기이식 환자를 돕고싶다며 300만원 상당의 진료비를 기부했다. 그의 가족 중 한 명도 장기 이식을 받았기에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는 것. 그러자 기부를 받은 환자도 신장이 아닌 다른 장기라도 기증하겠다며 희망서약했다. 의대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강의가 끝나고 희망서약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이 교수는 "캠페인으로 의료원 직원, 대학생, 환자 보호자 등 모두 425명이 희망서약해 국립장기기증센터에 기증할 수 있었다. 나눔이 나눔을 전파하고 희망을 낳는다"며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진단하는 "친절한 의사"가 돼라

이 교수는 제자들에게 항상 "친절한 의사가 돼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친절은 단지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친절은 환자의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잘 치료하는 것이다.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책이나 저널을 뒤적이며 방법을 찾는 등 스스로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형사에 비유했다. 형사들이 단서를 찾아 범죄자를 찾아내듯이 의사도 질병의 단서를 찾고 진단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미제 사건들이 사소한 단서로부터 시작해 해결되는 것처럼 질병도 간과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진료를 위해서는 가벼운 증세도 치밀하게 따지고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친절한 의사 되기에서 나태해질까 이 교수는 끊임없이 배움의 길을 걷는다. 최근에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머뭇거리다가도 젊은 사람들의 열정과 패기, 창의성을 보고 있으면 절로 다시 걷게 된다고.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이 교수의 목표는 지금도 친절한 의사 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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