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을 밝히며 널리 인용돼온 논문이 잘못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 볼링그린주립대 Priscilla Coleman 교수는 2009년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임신중절 경험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공황발작, 우울증, 약물중독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DOI: 10.1016/j.jpsychires.2008.10.009).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정신건강 역학조사인 National Comorbidity Survey(NCS)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 중 4.3~16.6%에서 정신질환이 나타났다는 것. 이 연구결과는 수차례 인용되며 임신중절을 반대하는 측에 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Julia Steinberg 교수와 비영리 성건강연구단체 구트마커연구소의 Lawrence Finer 박사팀은 같은 데이터로 상반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Coleman 교수팀의 논문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Steinberg 교수는 "Coleman 교수의 논문에서 주장하는 통계에는 임신중절 전 앓았던 정신질환 병력까지 다수 포함돼 있었다"면서 "임신중절 이후 정신건강 상담을 받았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임신중절로 인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며 많은 여성에서 임신중절 전 정신질환이 나타났다"말했다. 또 연구 결과 임신중절보다 원치않는 임신이나 유산으로 인한 정신질환 위험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Coleman 교수는 통계적 오류를 시인하며 2011년 7월 같은 저널에 정오표를 게재해 논란이 누그러지는 듯 했지만 Steinberg 교수와 Finer 박사는 2012년 3월호에 기고한 평론을 통해 다시금 반박하고 나섰다. Coleman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임신중절 이후 에피소드가 아닌 전 생애에 걸친 정신건강 에피소드를 통해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같은 호에 게재된 답변에서 Coleman 교수는 "전 생애에 걸친 정신건강 자료를 바탕으로 함으로써 대상자들이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한 시점이 임신중절 전인지 후인지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Coleman 교수의 연구와 대치되는 연구결과는 이 외에도 다수 있었다. 2010년 Perspectives on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에 발표된 소규모 연구에서 임신중절을 받은 10대가 우울증이나 자존감 저하 등을 경험하는 비율이 다른 임신한 10대와 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Coleman 교수는 "연구의 규모가 작고 신뢰성이 있는 결론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이후 덴마크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그렇지 않았다. 덴마크 오흐스대학 Trine Munk-Olsen 교수팀은 2011년 NEJM에 1995~2007년 덴마크에서 임신 초기 처음으로 중절을 받은 모든 여성의 처치 9개월 전부터 12개월 후까지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임신중절 처치를 받은 여성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Munk-Olsen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이제까지의 복수의 연구에서도 이와 동일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어 의외의 결과는 아니다"고 밝혔다.

Steinberg 교수는 "이번 문제는 단순히 학문적 견해의 차이가 아니라 명백하게 잘못된 팩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Coleman 교수의 페이퍼는 과학적 논문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잘못된 연구 방법론으로 기만한 것에 대한 해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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