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절감위해 불가피 vs 근거없는 수가 인하

치료재료 원가조사를 놓고 정부와 업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재정절감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과 영업기밀에 해당된다는 입장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보험평가과는 지난해 치료재료 취급업체 230사, 3154개 품목에 대한 원가자료를 일괄 요구한 이후 이를 근거로 가격 기전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의 논리는 치료재료는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지만 최근 급여비가 크게 증가했다는 데 있다. 지난 2005년 8000억원에 불과하던 치료재료 급여비가 2010년 1조9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0년 치료재료 급여비 평균 증가율은 16%로 전체 요양급여비용 평균 증가율 12%보다 높았다.

복지부는 "치료재료가 의약품에 비해 정기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장치가 없고, 의료기관의 비용효과적인 치료재료를 선택하도록 하는 유인장치도 없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 가격 조정기전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설명했다.

가격 결정시 예상한 사용량 또는 전년도에 비해 청구량이 증가한 경우 가격을 인하하는 "사용량 연동제"를 도입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치료재료의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실거래가 상환제도 인센티브 또는 참조가격제를 도입하고,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가격조사를 통해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가격산정체계와 조정기전은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한다는 방침으로, 이를 위해 치료재료 원가조사를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죽이는 원가조사, 법적투쟁도 불사"

이에 대해 의료기기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가 인하를 위한 조치일 뿐이며, 이는 "제2의 약가인하"와 다름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기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원가 조사는 영업이익율과 같은 중요한 항목에 대해 품목군별 적용, 청구금액에 따른 회사별 영업이익율 반영 등 좀 더 정교하고 명확한 합리적인 실시 계획을 확립한 후, 관련 기업들의 협조를 구하고 조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분류별로 조정하게 되면 유통가나 제품의 가치, 질 등은 전혀 적용하지 않게 된다"고 호소한 바 있다.

또한 치료재료 원가는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시장원리에 준하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송인금 신임 회장은 "수입 제품은 그만큼의 기술력이 포함된 가격이고, 국산도 제조도 본연의 이익이 있기 마련"이라며 "원가조사는 200억, 300억짜리 제품과 1000억짜리 제품을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되면 수입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의료기기 시장이 우리나라를 배제하게 될 수 있고, 그만큼 의료기술 도입이 늦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까다로운 규제와 저수가로 시장 진입에 장벽이 되어 있는 상태지만, 더 악화될 수 있게 된다.

송 회장은 "원가조사는 법적 근거 없이 복지부의 권한남용으로 보고 있다"며 "회원사들을 상대로 법률기금을 모금해 김앤장에 법률자문 검토를 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도 정책에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동시, 부당한 방법으로 원가조사를 하게 되면 법적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사후관리, 재평가, 환율연동제 등 치료재료 가격 조정 기전이 3개밖에 없는 불만을 호소했다. 의약품의 경우 가격을 조정하는 기전이 13가지나 되는 만큼, 치료재료 역시 업계와 협의 후 가격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목표을 세웠다.

의료기기, 치료재료 리베이트 강화 발표에 대해서도 의약품처럼 과도한 리베이트를 주장하는 수가 인하 정책은 부당하며, 계속되는 보험재정 절감의 논리에서는 시장 활성화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송 회장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협회와 조합이 TF를 만들어 앞으로 대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복지부, 심평원이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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