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삼라만상이 가로 19줄 세로 19줄 361칸에 모두 들어 있다는 바둑. 이렇듯 세상을 품고 있다는 바둑이 뇌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바둑과 뇌기능 관계 연구 본격 돌입

최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는 한국기원과 ‘바둑 관련 연구에 대한 후원 협약’ 약정식을 맺고 3년 동안의 연구에 들어갔다.

권 교수가 한국기원과 협약을 한 기저에는 지난 2010년 장기간의 바둑 훈련이 뇌기능과 연관된 뇌의 구조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이 논문은 당시 뇌영상학 분야의 저명한 잡지인 Neuroimage 8월호에 게재돼 사람들의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일간지와 TV방송에 ‘바둑이 머리를 좋게 한다’란 기사로 대문짝만하게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신문과 방송이 과장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둑전문가들의 뇌를 확산텐서영상 분석을 통해 보니 일반인에 비해 대뇌 전두엽과 변연계, 대뇌 피질 하부를 구성하는 시상 등 다양한 영역들 간의 상호 연결성이 고도로 발달해 있었다"라며 "그 상황이 곧 머리가 좋아진 건 아니다. 또 비교 대상 연구가 없었던 연구라는 단점이 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바둑 전문가들의 뇌 구조 궁금

한국기원과의 협약을 시작으로 2010년 연구의 한계점을 뛰어넘기 위해 몇 가지 비교 연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 바둑 아마추어 집단과 바둑을 전혀 안 하는 집단을 비교해 바둑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두 번째는 바둑 전문가 집단의 뇌기능이나 인지기능, 성격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는 "바둑은 감정의 대립이면서 기싸움이기도 한다. 그런데 바둑 프로기사들은 굉장히 감정조절 능력이 뛰어나다. 내가 흥미롭게 보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며 "프로기사들이 실력이 높아질수록 감정조절 능력이 뛰어난데 이에 관련된 연구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좀 더 세밀한 연구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바둑기사들이 바둑을 두는 과정 중 포석을 생각할 때, 집을 계산할 때 등 순간순간 뇌의 쓰임이 다른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한 호기심을 풀 수 있는 연구도 진행된다.

그가 바둑과 뇌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상인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사람들의 뇌 구조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머리 좋은 사람들의 뇌를 파악함으로써 일반인들의 뇌 기능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했다.

"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고, 그냥 두면 퇴화한다. 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단련시킬 수 있다. 이를 뇌 가소성(plasticity)이라 하는데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일상을 통해 뇌를 단련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들을 비약물요법으로 치료하고 싶은 게 최종 목표다"

그의 바둑 실력은 아마 6급과 7급 사이. 아직 확실한 에비던스가 없지만 바둑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과거보다 바둑을 배우려는 젊은 친구들이 줄고 있어 안타까워했다. 바둑을 좀 더 쉽게 그리고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고 바둑의 미래를 걱정하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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