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연구개발진흥실장 조 헌 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에 관한 나고야의정서 서명에 동참한 국가가 현재 90여개국을 초과하여 조만간 발효가 예상되면서 이에대한 정부, 민간의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특히 원료의 상당부분을 유전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의약품산업의 경우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유전자원 제공국과의 이익공유에 따른 원자재 조달비용 상승, 신약개발관련 특허출원 애로사항 발생 및 연구개발비용과 개발기간 증가등에 따라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등 전 부문에 걸쳐 막대한 피해발생이 우려되고 있어 정부, 민간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엔환경계획(UNEP)하에 1992년 6월 5일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되고 1993년 12월 29일자로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CBD) 내용 가운데 생물유전자원관련 이익의 공평한 공유를 구체화한 부속합의서를 의미한다.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 산업화, 환경오염, 개발 등에 따른 환경파괴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생물종 다양성 보전에 관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에 따라 생물다양성 보전,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 관련 이익의 공평한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들 목적가운데 생물유전자원 관련 이익의 공평한 공유 부분에 대해서는 자원보유국들과 기술선진국들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이 형성되었으며, 18년간의 기나긴 협상과정을 거쳐 생물유전자원 보유국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2010년 10월 29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ABS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과 유전자원관련 전통지식에 대해 이용접근시 해당 자원보유국의 관할기관과의 사전통보승인(PIC)을 취할 것과 자원 또는 자원관련 전통지식 이용으로부터 발생된 이익을 상호합의조건(MAT)에 따라 공유하고 각 당사국들은 이행관련 입법적 조치를 취하며 접근 및 이익공유 관련 규정마련과 절차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책임기관 및 점검기관을 설치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상 자원보유국들과 기술선진국간의 협상결과로 탄생한 나고야의정서는 각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의 이익을 고려한 결과임에 따라 규정전반에 걸쳐 애매한 표현이나 미해결된 쟁점사항들이 많이 있어 국가별로 해석의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의정서 발효이후에도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의정서 이행관련 당사국별 상이한 입법적, 행정적, 정책적 조치에서오는 혼선, 기술선진국과 자원부국간 상이한 이해관계, 적용범위, 유전자원의 파생물(Derivative),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의 해석상 논란, 유전자원의 소재문제 등이 논쟁의 핵심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의정서 제14조에 따라 접근 및 이익 공유 정보센터(Access and Benefit-Sharing Clearing-House)설치를 통해 각 당사국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의정서 이행관련하여 입법적, 행정적, 정책적 조치에 대한 당사국간 표준화된 원칙이나 기준에 대한 합의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당사국별로 다양한 원칙과 규제에서 오는 혼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유전자원 자체가 그대로 의약품 등 상품이 된다고 보고 있는 반면, 기술선진국들은 연구개발 최적화 과정에서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최종 산물의 부가가치를 제고한다고 보고 있어 양측의 상이한 생각은 사전통보승인과 상호합의조건 이행과정에서 근본적인 시각차를 유발할 수 있다.

주로 개발도상국가인 자원부국들은 생물다양성협약 발효 이전에 취득·이동된 유전자원에 대한 소급적용 및 이익공유를 주장했지만 최종 합의된 의정서에는 소급적용관련 언급은 없으나 의정서 전반에 걸쳐 토착지역 공동체가 위치하는 상대 당사국의 국내법 또는 규제요건의 요구사항을 따르게 되어 있어 해석상 논란의 여지도 있다.

유전자원의 파생물의 범위에 있어서도 자원부국들은 이익확보 차원에서 그 범위 확대를 시도할 공산이 매우 크다. 1900년도 중반까지 신규 개발된 단일성분의약품의 90%이상이 천연물 또는 천연물 유래 물질이며, 198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FDA에서 허가된 신약(1,184개) 가운데 28%가 저분자 천연화합물 유래이고, 천연화합물을 힌트로 한 의약품까지 포함하면 52%가 천연물유래에 해당된다. 국내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며, 현재 국내 제약기업의 절반가량이 생물유전자원 및 관련 전통지식을 활용하고 해외자원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유전자원관련 전통지식 또한 정의 및 범위, 토착공동체의 전통지식 보유에 대한 진위 여부 등도 논란이 예상되며, 여러국가에 걸쳐 있을 경우 의정서 제11조에 따라 국가간 협력하는데 노력하는 것으로만 규정됨에 따라 각국의 국내법 또는 규제조치에 따르는 원칙을 적용할 경우 이 또한 많은 혼선과 논란이 예상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가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및 산업 생산성 향상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새로운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자원전쟁과 기술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시장에서 우리의 정체성 조기확립을 통해 정부, 민간의 발빠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권행사가 가능한 국내 고유생물종에 대한 조사발굴과 유용활성성분 탐색, DB구축을 통해 생물해적행위(Biopiracy)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한 국부유출 차단과 차별화된 효능소재에 대한 국내 제약산업계 등의 이용 활성화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현재 70%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연간 1조 5천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국내 산업의 해외 유전자원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신약개발 연계?활용도 제고를 위해 천연물의약품연구개발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확대를 통해 신약개발과정에서 해외유전자원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시장독점기간을 장기화 함으로써 산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생물자원부국과의 자원협력과 해외 우수기관들과 국내 기업간 공동연구개발 유도를 통한 해외 유전자원에 대한 지식재산권 조기 선점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또한 국내 제약기업 등의 불가피한 해외유전자원 및 전통지식 접근 원활성 제고를 위해 주요 자원부국의 유전자원, 전통지식, 규제정보와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이행절차 등에 관한 정보제공 인프라 구축과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공유 방법 등에 있어 국내 제약산업의 부담 경감을 위한 개별 당사국과의 협조체제 구축도 필요하다.

제약산업 등 민간차원에서는 유전자원도입에 따른 원자재비용 상승과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현재 생산중이거나 개발중에 있는 의약품 및 후보물질의 대체원료 또는 대체물질에 대한 확보, 인허가 이슈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시장지배력을 갖춘 거대 다국적기업도 유전자원확보에 실패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유용 유전자원의 선제적 확보를 통한 글로벌시장 경쟁력강화를 위해 의약품개발 과정에서 유용한 유전자원, 전통지식 탐색 및 발굴 강화를 통한 시장독점력을 갖춘 신제품 개발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이미 지난 1988년부터 국립생물정보센터(NCBI)를 통해 방대한 양의 전세계 생물자원 정보수집과 통합관리를 시행중인 미국 등 주요 기술선진국과 인도, 중국 등 자원부국간 넛크래킹(Nut-Cracking)위기에서 국내 제약산업이 벗어나기 위한 생존전략수립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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