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들이 체감하는 공보의 제도 문제점의 핵심은 하나다. 적정하지 못한 배치."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외로운(?) 외침이다. 여학생의 의대 합격률 증가,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학생들이 대거 입학하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해 예상되는 수급난 보다도 적재적소에 공보의들을 배치할 수 없어 나타나는 문제점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수급부족보다 효율적 배치 "시급"

 1981년 제도가 본격 시행 된 후, 1996년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공중보건의사 공급 급증으로 민간병원 등으로 배치 기관이 확대된 것을 제외하면, 법안 발의 이후 30여년간 공보의 배치 기관에 대한 적정성 평가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및 직급인 공보의들은 민간병원, 보건단체 등에 고용돼 공공의 역할이 아닌 해당 기관의 재정 및 운영 효율화를 꾀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게 됐다는 지적은 당연지사.

 실제 국감에서도 배치 문제는 단골메뉴로 지적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애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보고서 등을 분석해 현재 민간병원 및 민간기관에 공중보건의사가 아무런 기준 없이 배치되면서, 본래 공중 보건의사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농특법 시행령 제6조 2항 3호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보건의료를 위하여 공중보건의사의 배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관 또는 시설"에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복지부 유관 단체인 "한국건강관리협회", "인구보건복지협회" 등에 배치돼, 영리목적 건강검진 진료에 투입되는 등 수익사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의료기관이 널려있음에도 민간병원에서 "의료취약지병원"이라는 명목으로 공중보건의사를 배치 받아 운영하는 사례가 다수였고, oo병원의 경우에는 주변에 무려 50여개의 의료기관이 있음에도 "의료취약지병원"으로 분류돼 공보의가 배치되기도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실시한 "공중보건인력 배치 적정성 평가 및 제도 개선 방안"에서 추계된 필수배치 인원은 1110명 수준. 이 추계에서는 민간병원 및 보건 단체 등을 제외하고, 보건소, 보건지소 등 공공성과 취약성이 고려되는 기관만 반영했다. 적절한 배치만으로도 수급난 문제는 가상시나리오로 끝날 수도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올해 배치 T/O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건강관리협회, 인구보건복지협회, 결핵관리협회는 배치 지침에서 삭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센인 복지협회는 환자비율 중 한센병 환자비율이 꽤 높았으나, 나머지 세군데는 산하 의원들에서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실정인데 공보의가 배치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장관도 보건단체 배치를 빼야한다고 밝힌 만큼 보건단체, 시·도립 요양병원, 민간병원 순으로 배치지침에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취약지 병원이든 응급의료병원이든 민간병원은 제 값을 주고 의사를 채용해야한다"며 "민간병원의 배치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이 대부분인 만큼 공보의를 운영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 반복되는 부당한 처우와 임금체불 등의 2차적인 문제까지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중보건의사에 관한 법률안" 주목

 농어촌 의료혜택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공보의제도. 그러나 지난 30년간 농어촌 지역은 교통의 발달로 인한 접근성 향상, 병·의원 의료기관의 급증 등 많은 사회적 변화를 겪었다. 기동훈 회장은 "농특법은 어느정도 한계에 이르렀다. 공보의들은 농특법으로 농어촌에만 가둬두는 시스템은 달리 해석돼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절대수 감소로 인한 재분배든 부적정한 배치 개선이든 농특법 안에 있는 한 미래를 바라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가운데 지난해 6월 발의된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공중보건의사에 관한 법률안"은 한숨 깊었던 공보의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법률안의 핵심은 공보의 제도 총괄 부서를 복지부로 일원화해 인력의 자의적인 배치를 막고, 공보의 잉여 인력을 적절히 활용해 의료취약계층에게 각종 전염병의 예방과 만성질환관리 등 질적으로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토록 한다는 것. 그러나 회기만료가 임박한 현재까지 동 법안은 계류된 상태.

 이낙연 의원은 "농어촌, 도서, 벽지 등 의료취약의 최전선에서 국민을 돌보는 것이 공보의다. 이 취지에 맞게 제도가 운영되도록 복지부의 철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못하고 법안이 폐기된다 하더라도 다음 회기를 통해 공보의 별도 법안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등은 관련 법률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의과, 치과, 한의과까지 합치면 5000명에 달하는 공보의들이 하위 법령인 지침으로만 운영돼 온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기 회장은 "민간병원 배불리기에 이용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료취약지, 국가의료산업 등 필요한 곳에 적정히 배분되도록 하는 근거가 새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공보의 배치 T/O 및 재배치는 4월 중순경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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