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지역사회중심 일차의료서비스 구축해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건강보험의 확대와 제도개선을 거치면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평균수명 등 건강성과가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OECD는 26일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질병치료를 병원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보건의료비지출 증가율(연 8%)은 OECD 평균증가율(연 3.6%)의 2배에 달하는데 그중 병원비 지출이 절반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또 급속한 고령화와 흡연 및 비만율 증가로 인해 향후 보건의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며, 그 대책으로 지역사회중심 의료서비스(community-based medical practice)를 개선하여 건강성과를 향상시키고 병원방문빈도를 감소시킬 것을 제안했다.

지역사회 중심 일차의료기관(community-oriented primary care facilities)은 환자와 의료체계의 최초접촉이 일어나는 장소로서 건강증진, 질병예방, 진료연계 및 지속적 진료를 통해 만성(복합)질환을 관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보고서는 병원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국민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예방적 의료서비스 및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의 환자상담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여 강력한 일차의료체계를 구축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과잉의료를 유발하고 진료비 통제기전이 미약하므로 DRG 등 보다 포괄적인 지불제도로의 개편이 필요 △세계적 수준인 보건의료정보인프라를 활용, 공급자의 성과를 평가하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에게 적절한 보상 시행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확대, 임상진료지침 활용 등 의료의 질 관리전략을 보건의료체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OECD가 발간한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는 작년부터 3년간 10개 회원국의 의료체계를 질과 성과의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여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OECD 보건부(Health division)의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 사업에 첫 번째로 참여한 국가이다.

이 보고서 발간을 지원한 프로젝트 지원단 김선민 단장은 OECD는 그동안 한국 의료체계에 대한 자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분석했고, 국내외 문헌을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한편, 170개 문항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우리 정부에 보냈으며, 이에 복지부, 공단, 심평원, 병원협회 등 14개 기관이 협조하여 답변서를 작성,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5월에는 평가단이 한국을 방문하여 정책담당자, 유관기관 및 단체,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다양한 관련 전문가와 인터뷰를 시행했으며, 이후 많은 관련 전문가의 협조, 자문 및 의견 조회를 거쳐 본 보고서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 그동안 한국의 의료제도를 언급한 OECD 저작물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분석한 첫 번째 보고서로 평가 받고 있다.

총 5장으로 이뤄진 보고서는 1장 정책평가와 권고, 2장 한국보건의료체계에서 의료의 질, 3장 의료의 질 개선을 위한 재정보상, 4장 일차의료체계의 질적 과제, 5장 심뇌혈관질환의 의료의 질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에서는 2000년 건강보험통합과 의약분업 실시 이후,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성과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었다고 평가하고, 문제점과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한국의료의 가장 큰 강점으로, 단일 건강보험체계와 선진적 정보통신기술, 이에 근거한 질 평가와 공개시스템, 대형 급성기 병원을 중심으로 한 질 향상 노력 등을 꼽았다. 2000년 건강보험통합에 의해 관리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고 전국의 성과 관련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졌으며,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훌륭한 관리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rug Utilisation Review, 이하 DUR)를 이러한 체계상의 강점을 대표적으로 드러낸 우수한 제도로 평가하고, DUR을 다른 의료이용 정보와 연계할 경우 성과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 평가(질 평가)와 평가 결과의 공개는 단일화된 건강보험과 정보체계의 강점에 기반한 세계적인 우수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전자건강기록을 갖추고 이에 기반하여 자체적인 질 평가를 수행하고, 임상진료지침과 주요 진료경로를 개발하여 질 향상을 추구하는 대형 급성기 병원들의 노력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향후 중소규모 병원과 의원급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국 의료체계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행위별수가제로 인한 비효율성, 일차의료체계 미흡, 질 향상을 위한 경제적 동기 부족, 심뇌혈관질환 관리연속성 부족, 환자안전과 경험관리체계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월등히 긴 입원환자 평균재원일수를 근거로 들어, 행위별수가제도를 급성기 의료영역의 대표적 비효율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DRG(Diagnosis Related Group) 포괄수가제의 확대를 권고하였다. 동시에, 적절한 입?퇴원 기준 확립과 입원시 진단명 정보 수집 등의 보완을 통해 DRG 수가제 하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양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도 권고했다.

대표적인 일차의료 성과지표인 예방가능한 입원율이 OECD회원국에 비해서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부족한 일차의료체계로 보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바람직한 일차의료기관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필요도 높은 지역에 대한 재정적인 투자로 일차의료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투입 요소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의 종별가산제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질 평가를 통해 나타난 성과에 근거하도록 가산제를 개선하여 성과향상을 위한 경제적인 동기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공적 관리체계를 확충하여 국민의료비의 비용대비 가치를 높일 것을 권고했다.

심뇌혈관 질환과 관련하여, 9개 권역별 센터 지정과 같은 소수병원에 대한 투자에서 나아가, 보다 국가 차원에서 질병단계별 의료서비스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체계구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진료의 연계(coordination of care)를 강화하기 위해 급성기 병원에 뇌졸중 치료실(stroke unit)을 설치하는 한편, 예방과 건강증진, 재활치료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질병의 연속선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필요에 부응하는 조화로운 서비스 제공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기존의 질 평가 시스템에 환자 안전 감시체계와 환자경험 평가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관련 체계를 구축할 것도 제시했다. 개별 의사들의 성과모니터링체계 구축을 통해 환자안전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의료의 질을 평가함에 있어 환자 경험을 중요한 정보원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환자 경험은 환자의 관점을 중시하는 보건의료 질 평가 방법으로 의료의 질 평가에 있어 제공자 관점뿐 아니라 환자의 관점을 중시하자는 목소리가 1990년대 대두됨에 따라 환자 만족도(patient satisfaction)를 평가하였으나, 측정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2000년대 이후에는 보다 객관적인 환자 경험 측정에 의존하게 되었음. 환자 경험 평가도구는 의사의 설명, 통증 관리 등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경험한 내용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중소규모 병원과 일차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위해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확대하고, 임상진료지침 개발 및 사용 확대를 권고했다.

한편, 이 보고서 내용과 관련하여 OECD, 보건복지부, 심평원은 3월 14일(수) "OECD가 본 한국의 의료제도"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 이 사업의 총책임자인 OECD 사무국 보건분과장(Mr. Mark Pearson) 및 국내 각계전문가들의 토론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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