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지털엑스레이 장비 첫 선

올해 의료기기전시회 KIMES에서 가장 참석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삼성전자"의 첫 참여였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디지털엑스레이(DR)를 선보였다. 중대형 병원을 타겟으로 하는 "XGEO GC80", 중소병원에 특화된 "XGEO GU60", 아날로그 엑스레이를 업그레이드해 디지털 영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한 "XGEO GR40" 등이다.


특히 삼성의 로봇 기술을 접목한 "소프트 핸들링" 기능, 환자 포지션 기억 기능 등을 통해 엑스레이 사용자 및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XGEO 시리즈는 삼성의 모바일 디바이스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삼성MoVue"를 함께 제공해 갤럭시탭 등 모바일기기를 통해 진료실 외부에서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될 예정이고, 실시간 엑스레이 이상 유무를 감지할 수 있는 RMS(Remote Management System)도 구축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팀장 방상원 전무는 "이번에 출시하는 제품은 로봇 기술 등을 접목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영상처리 기술과 고성능 디텍터를 통해 선명한 영상을 획득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에서 감성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인정받아 엑스레이 기기 최초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삼성메디슨과 함께 "SAMSUNG" 로고만 붙이고 나오면서 삼성전자 내 의료기기사업팀과 삼성메디슨의 합병도 예상케 했다. 삼성전자는 엑스레이 제품명을 "XGEO"로 정한 데 이어 삼성메디슨의 초음파 기기 제품들을 "UGEO"로 통합해 브랜드 단일화를 우선 이룬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역시 삼성? "시장의 파이를 키운 분위기"

참석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삼성의 이같은 DR장비 출시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종일 삼성부스에는 사람들로 들끓을 지경이었다. 앞으로의 기대감과 호기심도 가득했다.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 월등하다는 의견이다.

한 참석자는 "역시 삼성이 만들어서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디자인만큼은 수십억을 들여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소비재에 강하니 역시 의료기기도 다른 제품과는 달라 보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 측에서도 일단 이동이 편리하게 만들고 가볍다는 것을 내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KIMES 참여 업체수가 늘어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기기 시장의 파이가 커진 느낌이 든다"며 "분명 삼성의 참여로 인한 기대효과이자 관심사"라고 밝혔다.

DR 장비업체는 울상 "중소기업 다 죽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당장 DR업계에서는 울상이다. 현재 DR장비 생산 업체는 동강메디칼시스템, 리스템, 코메드, 중외메디칼 등을 선두로 20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2~3년 정도 전부터 장비 도입이 본격적으로 확산돼 국산 장비가 90% 이상의 시장 점유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한 업체는 삼성전자의 디텍터를 이용했으나, 삼성으로부터 더 이상 구매하지 않고 자체 개발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A업체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삼성이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직접 눈으로 본 건 처음이다"라며 "동네병원 옆에 삼성병원이 들어온 것과 다름 없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다"며 우려했다.

B업체 대표 역시 "국내 중소기업들이 하고 있는 DR장비를 삼성전자의 디텍터 기술력 하나만을 이용해 굳이 도시바 등의 다른 부품을 붙여 완제품을 만들어서 나온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다른 DR업체는 다 죽으라는 소리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물론, 정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예상도 많았다. 당장 이번 제품이 현실에 맞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뒤따른다는 것. 실제 이번에 개발된 DR의 높이를 3M로 설정했으나 이는 환자의 측정에 맞지 않으며, 이동 편의성이나 공간효율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디자인 전면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다만 무상으로 시험 장비가 들어가거나, 삼성 계열 병원에 장비가 납품될 수 있는 현실에선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C업체 이사는 "장비가 기존 DR 평균가격보다 1억원 이상 책정된 것으로 안다"며 "특별한 기술력 없이 시장에 진입해 장비가격만 올려 고급화한다는 것은 업계로선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이미 삼성서울병원에는 시험 가동이 들어갔으며, 조만간 강북삼성병원에 이어 용인세브란스병원에도 들어가기로 했다"며 "판매망 확대보다는 무상으로 시장 진입을 확대하는 것과 삼성 계열병원의 브랜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삼성이 무서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개별 업체들은 KIMES이후 대책 마련으로 전사회의를 하는가 하면, 업계 공동대응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삼성이 의료기기사업부를 확대하면서 중소기업의 연구소 인력들을 대거 스카웃해가는 가운데, 인력 손실 방지 대책 마련도 한창이다. 인력과 자본을 대거 투입하면 6개월 이내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의사들 반응 기대반 우려반 "동네빵집은 살아야"

참여한 의사들의 시각 또한 분분했다. 삼성의 참여로 인해 중소기업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늘리는 동시 시장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것.

D대학병원 교수는 "삼성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장비를 만들어 온 것이 놀랍다"며 "아직은 시작이지만, 앞으로 다른 제품들을 더욱 많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E대학병원 교수는 "삼성이라면 다른 중소기업이 하지 못하는 CT, MRI, PET 등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맞으며, 그래야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단순히 DR장비같은 것을 내세운다면 대기업 빵집 브랜드 확대로 동네빵집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의료기기업계의 동네빵집 정도는 살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의 한 교수는 "아직까지 DR장비는 영상의 품질이 환자의 진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시험 가동의 차원으로 일부 환자에 한해 검사에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CT, MRI 등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보다 밀접하게 연결해있는 장비라면 삼성병원 차원에서의 강매는 다소 불만이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외국계 경쟁사인 GE, 지멘스, 필립스 등은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관계자는 "삼성이 참여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경쟁제품으로 따라오진 않는 것 같다"며 "다만 삼성이라면 삼성다운 면모를 보여주어 하이엔드급 장비 연구, 개발을 통해 국내 산업 전반을 활성화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미 시장의 관심은 폭발적인 상태. 앞으로 삼성이 의료기기사업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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