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을 쫓아다니기도 바쁘다가 남의 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숲 속에 들어가 함께 공을 찾아줄 정도가 되는 때가 보기 플레이 쯤 되는 것 같습니다. 골프는 단지 골프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임을 알게 되고, 남의 얘기를 들어줄 귀가 열리고, 골프를 하는 것이 서로의 고통을 감싸고 희망을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쯤이 싱글이 아닐까 싶구요. 일상의 삶은 '백돌이'면서 골프가 싱글인 경우보다, 골프는 100타를 치지만 남의 아픔에 귀 열고 타인의 기쁨을 챙길 줄 아는 '인생 싱글'이 더 멋져 보입니다."
 
지은이 김 헌의 <마음골프> 중 공감이 되는 부분으로 골프를 통해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는 고광섭(안산 고광섭 내과의원) 원장의 모습과도 많이 맞닿아 있다. 애써 웃지 않아도 여유 가득한 미소와 웃음 머금은 눈빛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런가요? 전에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았었죠. 생각도 많았고요. 지금은 안 그래요. 하루하루 편안하고 즐겁게 주어진 현실에 충실히 사는 것이 좋더군요. 그 때의 투병기가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40대 가장에게 대장암 선고란…
 
언제부터인가 소화가 잘 안되더니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사인 친구들과 만나면 "검사 한번 받아보자"는 말을 들은지도 수차례였다. 어떤 두려움이었는지, 두려움을 덮기 위한 막연한 긍정이었는지 병원 가기를 미루다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암, 대장암이었다.
 
"대장에 5 cm 정도의 큰 종양이 생긴 상태였어요. 그렇게 큰 종양이 있어서 화장실 가기가 어려웠던 모양이에요. 처음에는 전체가 암인줄 알았는데 수술실에서 보니 불행 중 다행히도 종양 끄트머리만 악성종양, 암이었던 거죠."
 
그래도 '암' 이라는 한 단어가 주는 두려움은 무시할 수 없었다.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도 망설여지고, 더군다나 그해 공부를 위해 멀리 영국으로 간 딸과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당시 고 원장의 나이 41세였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으려 했는데 아내가 전화를 한 모양이에요. 딸이 울면서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빠가 아픈데 멀리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가족들에게 걱정을 준 가장이 된 점이 미안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가장이 아프다는 것이 한 가정에 얼마나 큰일인지, 가족의 소중함이란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이죠."
 
다행히 항암치료 과정을 안 거쳐도 될 정도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수술 후 8년 가까이는 대장절제술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꾸준히 운동도 하고 음식도 조심하고 술도 어지간하면 입에 대지 않으며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고 원장이다.

제주도 바람을 뚫고 맛본 싱글
 
꾸준한 운동도 건강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 좋아하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 라운딩은 한 달에 한번, 많으면 두 번 정도 나가는데 안산 지역의 개원의들과 자주 동행하는 편이다. 1993년 골프를 시작했으니 이제 구력으로는 20년 차이다. 그의 실력도 궁금한데.
 
"평소에 80타 중반 정도 치는 것 같아요. 전 제주도가 좋아요. 다른 사람들은 제주도가 바람도 심하고 날씨도 변덕스러워서 골프치기 안 좋다고 하던데 전 그런 악조건에서 치는 것이 더 재미있고 제주도 바람을 호흡하며 라운딩 하는 것도 좋고요. 언젠가 제주도 라운딩도 바람이 무척 거세고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날씨가 안 좋았어요. 같이 간 사람들은 자기 실력이 안 나와서 심통들이 났는데 저만 싱글을 한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제주도와 잘 맞는가 봐요."
 
2008년 첫 이글을 달성한 이후 서너 번의 이글을 더 맛봤다는 고 원장의 골프 실력은 취미 수준은 아닌 듯하다. 아쉽게도 홀인원의 행운은 아직 없었다고.
 
제주도 홀릭 중인 고 원장의 계획 중 하나는 제주도의 여러 필드를 돌며 라운딩을 하는 일종의 골프투어다. 또 하나의 계획은 2015년 열리는 프레지던트컵 대회에 참석해서 세기의 골프경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이번엔 호주에서 했는데 201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니 갤러리로 가보고 싶어요. 골프를 즐기다 보니, 치는 것 뿐 아니라 보는 것도 좋아해서 집에서도 골프 채널만 봐요. 아내와 채널 다툼도 종종 하죠. 하하."

오래도록 환자들과 함께이고 싶어
 
고 원장이 골프를 즐기는 이유는 골프가 단지 골프가 아니라 사람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중반을 넘긴 지금, 노년기를 준비하는 그의 꿈은 무엇일까? 사람 좋아하는 그의 꿈이 궁금하다.
 
"제 주변 의사들과도 노년에 대한 얘기를 종종 해요. 대부분 은퇴 후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전 은퇴 시점을 굳이 정하고 싶지 않아요. 최대한 오래 진료를 하고 싶은 게 제 꿈인데, 이상한가요? 지금처럼 제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면서 이 지역에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인 진료를 하고 싶어요."

 
고 원장이 지키려하는 진료철학이 있다면 환자들이 진료실을 나갈 때 웃으며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온 환자들이고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오는 두려움도 있는데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 또한 의사의 역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람 좋아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을 좋아하는 고 원장이기에 환자들과의 만남도 즐거움이라고.
 
"완벽한 치료보다는 환자에게 진심을 다하는 의사의 모습에서 환자들이 무언가 만족해서 웃고 나가면 일단은 성공한 진료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거든요. 질병도 마찬가지고요. 제 치료 노하우는 긍정입니다. 저와 만나는 모든 환자들이 마음의 안정과 함께 웃음을 머금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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