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 없이 약물 복용 부작용 심각…무허가 용품 구입도 상당

1. 위기의 황혼 로맨스, 노인의 성

2. 노인환자 50.8%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

3. 노년기 성생활, 행복지수 높인다

세계 32개국 40~80세 남녀를 대상으로 '인생에 있어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하나'를 조사했더니 우리나라에서는 약 87%(남성 96%, 여성 82%)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32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면 노인 중 30~70%가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실생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은 점점 내원하는 고령 환자가 늘고 있고, 성에 대한 욕구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데, 그 중 가장 첫 번째로 꼽는 것이 바로 성 문제라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노년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성기능이 약화된다. 젊은 층에서의 발기부전 원인은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차지하지만 노인층에서는 신체의 여러 곳이 고장나듯이 음경 내부에 고장이 일어나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성욕과 발기 능력이 감소하며 음경의 강직도가 떨어지고 성적 자극이 강하게 요구된다. 발기가 되더라도 유지시간이나 사정량이 줄어 쾌감이 준다. 때문에 많은 노인 환자들이 "예전만큼 못하다"며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남성 중 다수가 성과 관련된 고민을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해결책으로 꼽은 것들이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되거나 근거 없는 맹신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생활을 하는 노인 중 많은 수가 성인용품(19.6%)이나 발기부전 치료제(50.8%), 성기능 보조의료기기(13.6%)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무허가 제품을 구입한 경우는 성인용품에서 23.5%,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23.8%, 의료기기에서 31.1%나 됐다.

이 소장은 "음경에 직접 주입하는 주사약물은 친구의 권유로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다 지속발기증 등의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면서 "이는 각자 필요되는 용량이 다를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링류 등 음경 내 보조기구를 삽입한 뒤 빠지지 않아 찾아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병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기구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줄어들긴 했지만 일부 실리콘이나 파라핀을 삽입하는 불법 음경 확대수술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 현재 의학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발기유발 주사약물 투여, 호르몬 보충 요법, 음경보형물 수술 등이다.

이 소장은 "노년기엔 성적 기능이 약화될 뿐 욕구나 관심은 일정하다"면서 "그러나 노화로 인한 성 기능 감소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자가 노화로 인한 신체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충분한 검사로 득과 실을 따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사회적인 관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소장은 노인대학에 강의를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이 파트너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고 말했다. 성 지식이나 욕구는 있지만 혼자 사는 경우나 섹스리스 부부인 경우 성적인 갈등을 해결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파트너를 찾지 못한 성 욕구가 음지로 가다 보니 성범죄나 박카스 아줌마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노인의 성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년기 성생활 어렵게 하는 10가지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여기에는 지속적인 사회활동이나 만족스러운 성생활도 포함된다.

1960년대까지는 나이를 먹으면 사회활동을 줄이는 것이 정상이며, 이는 자신과 사회를 위해서도 기능적이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노인도 근본적으로 중년기와 다름없는 심리적·사회적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사회적 활동의 참여도가 높을수록 전반적인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년기가 되면 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 이전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성생활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ion on Aging)는 성호르몬 감소나 노화로 인한 성기능 감소 등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변화 외 겪을 수 있는 문제 10가지를 분석했다.

□ 관절염
관절통증은 성행위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인공관절치환술이나 약물은 통증을 덜어주며, 그 외 운동, 휴식, 따뜻한 목욕, 성행위 시 자세 변화나 시간 조절 등이 도움 된다.

□ 만성 통증
모든 만성 통증은 노년기 성생활의 장애가 될 수 있다. 통증이 반드시 노화의 한 과정이거나 불치병은 아니지만 일부 치료제는 성기능을 방해할 수 있어 처방 전 상의가 필요하다.

□ 치매
치매 환자 중 일부는 육체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도 하는데, 성행위에 대한 판단력은 흐려질 수 있다. 심각한 치매 환자의 경우 자신의 배우자를 알아보지 못한 채 성적 파트너를 찾아 배우자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문가를 통한 치매 관리가 필요하다.

□ 당뇨병
당뇨병 환자의 약 60%가 발기부전을 동반한다. 대부분 발병 후 10년 내 발기부전을 겪는데, 특히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는 의학적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의 성욕 감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여성 당뇨병 환자는 칸디다성 외음질염로 성관계시 가려움과 자극, 불편함이나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할 수 있다.

□ 심장질환
동맥 경화와 협착 등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으면 남성이나 여성 모두 오르가즘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고, 특히 남성의 경우 발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성행위로 심장질환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급성기 환자와 그의 파트너는 반드시 전문의의 조언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 요실금
요실금 증세는 나이가 들수록, 특히 여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성행위중 복부에 추가로 압력이 가해질 경우 소변이 배출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성행위를 꺼려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세를 바꾸거나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 뇌졸중
성행위 가능성은 뇌졸중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이미 약화나 마비가 진행된 환자는 자세를 바꾸거나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퍼포먼스 자체에 대한 오르가즘이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 수술
유방이나 생식기 영역 수술을 받은 환자 대부분이 수술 전처럼 성생활을 즐기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유방 절제는 여성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우려와 성욕감퇴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 때 유방재건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립선 절제술은 요실금이나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수술 전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 약물
고혈압제,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진정제 등이 성기능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혈압으로 디아자이드계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10~20%에서 성기능 저하가 나타나며, 베타차단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도 상당수가 성기능 저하를 겪는다.

항우울증 치료제들도 역시 발기부전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 단아민 산화제와 삼환항우울제를 꼽을 수 있으며, 벤조디아제핀과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도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장애를 야기하기도 한다. 또 일부 약물은 여성에서 성욕 감퇴를 불러오기도 하므로 이러한 부작용을 원하지 않는지 처방 전 상담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 음주
지나친 음주는 남성에게서는 발기부전을, 여성에게서는 오르가즘 지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알코올중독으로 재활치료중인 환자에서 많게는 75%까지도 발기부전이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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