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60% "아주 행복해"…신체활력·우울감 감소 등 이점


1. 위기의 황혼 로맨스, 노인의 성

2. 노인환자 50.8%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

3. 노년기 성생활, 행복지수 높인다

성 경험이 많은 노년기에도 반드시 배워야 할 성지식이 있다. 처음 자신과 다른 성을 접한 어린이들이 신체적인 차이를 인지하는 단계라면 노인은 신체 뿐 아니라 심리적인 변화와 차이를 인지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애정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제돼야 할 것은 성기능이 약화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성생활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반드시 성교를 의미한다는 생각이다. 성생활은 성교 외에도 관심, 다정한 대화, 애무, 포옹, 키스, 느낌 공유 등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내 한 연구결과에서도 노년기 성은 단순한 성관계가 아니라 애정과 친밀감을 표현할 수 있는 폭넓은 차원에서 인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수록 성관계 자체에 대한 중요성보다 신체의 접촉, 느낌의 공유, 대화 등의 성관계를 둘러싼 다른 요소들이 중요하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노화로 성기능이 약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축되고 성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 단정한다. 젊었을 때와 다른 결여감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약물이나 도구를 찾기도 한다.

신뢰·신의·인정·존중·접촉…꼭 필요한 요소

인구보건복지협회 성상담전문가 고금자 박사는 '신뢰, 신의, 인정, 존중, 접촉'을 노인 성생활에 꼭 필요한 5가지 요소로 꼽았다. 노후에는 부부가 서로 인정의 욕구를 채워주되, 반드시 성기를 만지지 않더라도 간단한 피부접촉을 통해 서로 애정을 나누고 신뢰와 존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도한 성지식, 욕구, 정보에 좌지우지 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위에 맞게 음식을 먹듯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성생활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잘못하면 성적인 욕구가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극적으로 노인들이 성생활 하도록 고무하는데만 비중을 둔 잘못된 성교육을 받고 남편의 요구에 아내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례도 있다. 건전한 의식과 올바른 가치관 없이 남성 중심적, 삽입 중심적인 성관계 개념을 강화하다 보면 남성의 성적 욕구에 여성이 순응하는 것이 노년기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남성에게는 성기능 유지 위해 노력하라고 강요하고, 성적 욕구를 건강한 남성성의 상징으로 등식화하는 폭력성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신체 변화와 성기능 감퇴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성생활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나치게 과격한 포르노를 흉내내거나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모멸감, 좌절감, 수치심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부부간의 차이에 대한 이해 필요

고 박사는 남성은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오해는 폐경기와 함께 여성의 성관계 가능여부도 끝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반대로 호르몬 변화로 달라진 상태에서 어떻게 상대방에게 성적인 흥분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누구는 일주일에 몇 번도 넘게 한다더라와 같은 타인과의 단순비교보다 '우리 부부는 어떻게 할까'에 집중하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은 남성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이를 먹어 성적인 상상을 하는 것은 '주책'이 아니라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발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적인 욕망이나 충동이 없을 것이라는 오해도 버려야 한다. 인간의 성적 반응은 노화 과정에 의해 느려지기는 하지만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편의 성욕구를 아내가 자신과 관계 없는 일로 치부하며 무조건적으로 부정했을 때 남성은 가족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

고 박사는 부부 스스로 남편과 아내가 아닌 남성과 여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정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는 어루만짐, 측은지심보다는 존중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포옹하거나 손을 잡는 것도 부부 관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노년의 성생활, 행복에 도움

지난해 미국노년학회 학술대회에서 65세 이상 기혼남녀 238명을 대상으로 성관계와 행복감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1개월에 한번 성생활을 한 기혼자 60%는 전반적인 행복도 조사에서 '아주 행복하다'고 응답했으며, 80%가 결혼생활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지난 1년간 한 번도 성관계를 갖지 않은 실험그룹 중 전반적으로 아주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 결혼에 대한 만족도는 59%에 불과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성생활이 노인들의 건강한 자아개념을 갖도록 해주고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배출구로 작용하며, 신체적 재충전과 활력을 제공함으로써 우울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지지적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욕구는 있지만 건강을 해칠까 염려돼서 소극적 대처방법을 사용한 경우 우울감이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성관계 갖는 것 자체가 근육운동이므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성활동이 활발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질 위축이 덜 나타났고, 관절염을 가진 논인의 성관계는 관절의 각도와 사지의 움직임을 크게 향상시키며, 심장마비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 박사는 "꼭 성생활을 가져야만 노후가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성생활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병 환자도 성 생활 가능

심장병 환자라 하더라도 흉통이나 숨 가쁜 증상 없이 2계단을 밟고 오를 정도의 건강이라면 성생활을 즐겨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흔히 성행위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믿지만 심장병 환자의 경우 재발 위험이 큰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들이 성관계을 가진다고 보통 사람보다 심장병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

미국 베일러의대 Glenn Levine 교수팀은 최근 Circulation에 심장병 환자의 성생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심장병 환자에게 과학적 근거에 입각, 성생활에 대한 권고안을 안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성생활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가장 큰 사람은 심장병 환자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보다 더 젊은 여성과 혼외 정사를 갖는 남자들이었다. 또 심장병 환자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도 대체로 문제가 없었으며, 경미한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난 뒤 빠르면 1주일 후 섹스를 즐겨도 무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Levine 교수는 "심장병 환자가 성행위 중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은 평상시보다 2~3배 높지만, 전체 심장마비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심장병 환자의 돌연사 사례 5559건의 검시 조사를 분석한 결과 성행위 중 돌연사한 경우는 0.6%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82~93%는 남자였으며 대부분 과식과 음주 후 젊은 여성과 혼외정사를 가진 케이스였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Dan Fintel 교수는 "심장병 환자가 성생활을 즐기는 것은 안전하며 동시에 정서적인 치유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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