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처치 및 이송-병원간 공조 성과

지역을 넘나드는 병원 간 공조시스템이 목숨을 잃을 뻔한 젊은 가장을 살렸다. 빠른 응급처치와 닥터헬기의 신속한 이송, 병원 간 공조 등 3박자가 이뤄낸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더욱이 사고를 당한 주인공의 아내는 남편이 사고를 당한 시각 출산을 위해 병원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닥터헬기로 생명을 구한 젊은 가장은 사고 다음날 태어난 딸을 만날 꿈에 회복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병상에서 새해를 맞이한 안모씨(26)는 2012년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끼고 있다. 사고는 갑자기 찾아왔다. 딸의 출산이 예정된 날이던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충남 당진의 한 제철소 직원이었던 안씨는 기계에 오른쪽 팔이 말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쇄골하동맥이 파열되고 늑골 및 상완골(팔)이 골절됐으며 폐에도 좌상을 입었다. 대량 출혈로 인한 쇼크로 생명이 위독했다. 잠시라도 머뭇거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위급한 상태였다.

안씨는 당일 아침 9시 경 인근에 있는 당진백병원으로 후송됐다. 환자 상태를 본 당진백병원에서는 응급처치와 동시에 길병원에 헬기 출동을 요청하는 한편, 수혈이 가능한 인근 병원을 수소문 했다. 소식을 받은 서산중앙병원에서 긴급하게 수혈을 준비했고, 안씨를 태운 구급차는 즉시 서산중앙병원을 거쳐 헬기가 도착하기로 한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로 향했다.

길병원 의료진은 9시40분 행담도 휴게소를 출발해 20여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 수술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빠른 응급처치와 수혈, 이송으로 다행히 늦지 않게 길병원에 도착했다. 당진백병원과 서산중앙병원의 공조시스템을 가동한 빠른 대처와 닥터헬기가 아니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 간 공조가 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더욱이 닥터헬기 이송으로 고속도로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릴 거리는 20여 분으로 1시간 이상 줄인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헬기로 안씨를 이송한 응급의학과 김진주 교수는 “출혈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위중했기 때문에 이송이 좀더 늦었다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운명을 달리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몇 차례 큰 수술을 거듭한 끝에 사고를 당한지 10여 일이 지난 며칠 전에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여전히 말 한마디조차 힘겨울 만큼 고통이 심하지만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안씨가 어려운 고비를 넘겨가며 회복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는 딸과 아내의 영향이 컸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안씨의 사고 당일 산부인과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와 가족들은 사고 소식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다행히 아내는 다음날인 30일 당진에서 무사히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아내가 출산 후 힘든 몸으로 중환자실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고 돌아갔을 뿐 가족의 상봉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안씨의 어머니 박모(51)씨는 “오늘에서야 며느리와 아들이 전화로 간신히 통화했다”며 “태명이 ‘사랑이’ 였는데 아직 딸의 이름은 짓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닥터헬기로 빨리 이송해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양혁준 과장은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얼마나 빨리 전문 의료진의 처치를 받느냐가 생명을 가르는 요인이 된다”며 “이번 사례는 지방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는 현지 병원의 빠른 공조와 상급병원으로의 신속한 이송이 한 생명을 어떻게 살리는지를 보여준 매우 소중한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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