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말기 환자 효과적 치료 위한 의료전달체계 구축 필요

노인의료비 '급증', 정부재정은 '흔들'


1. 국내 현주소
2. 의료비 감소 대책
3. 선진국 사례
4. 평생건강관리체계 확립을 위한 제언
5. 요양병원 기능 확대 위한 제언


노인인구의 자연 증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료비 증가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엔 그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특히 노인의료비가 인구 증가분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나고 있는 것은 재정 붕괴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고장난 브레이크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면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노인의료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제도 마련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서둘러 대책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 수립에만 의존해서는 적극적인 개선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큰 틀에서의 제도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나 그와 함께 진료현장에서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인 것이다. 노인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제도가 바뀌기까지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의 한계를 지적하며 진료행태 개선에 대한 의료계의 자정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먼저 한국보건행정학회는 2011년도 후기학술대회에서 제도변화를 차치한 채 "노인의료의 질과 비용관리"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세션을 마련, 효율적 비용관리 방안 논의에 나섰다.


사망자 생애말기 진료비 평균 1100만원

심평원 세션에서 "사망자의 생애말기 진료비의 양상"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신현철 심사평가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망자의 생애말기 진료비는 평균 1100만 원(약국제외)으로, 생존자 비용의 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며, 진료행태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생애말기 의료비를 사망일을 기준으로 과거 1년 동안에 지출한 의료비(입원, 외래, 행위료 및 약품비)로 정의했을 때, 65세 이상 고령층이 사망 시까지 각종 질병으로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 규모가 4080만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외래의 경우 생존자는 48만8718원인데 비해 사망자는 140만7270원으로 2.9배였고, 입원도 생존자 68만9190원, 사망자 958만4778원으로 13.9배에 달했다.

또한 사망자의 생애말기 진료비의 구성내역을 분석, 개선 필요를 뒷받침했다. 구성내역을 살펴보면 주사료(24.7%), 입원료(22.0%), 처치 및 수술료(15.1%)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사망자의 진료비 구성내역을 생존자의 것과 비교해 보면 사망자의 주사료는 무려 23.5배, 검사료는 11.7배, 특수장비 사용료는 11.4배, 입원료는 12.6배나 높았다.


효과적 치료 위한 의료전달체계 구축 필요

신 연구위원은 "기존의 급성기 병원 위주 치료에서 요양병원 및 장기요양시설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만성질환자 및 생애말기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노인환자에게 투여되는 약물의 부적절한 사용 실태 또한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주장은 보건행정학회 뿐 아니라 대한노인병학회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학회는 "2011년 정책세미나"에서 남성의 평균 생애의료비가 7415만 원, 여성은 8787만 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노년기에 지출된다는 연구결과(2007년 기준)를 발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인구 10만 명의 가상 코호트를 구축해 생애의료비를 추정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특히 남성의 경우 64세 이후, 여성의 경우 66세 이후에 향후 의료비의 절반을 지출했으며, 남녀 모두에서 65~84세 연령층에서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았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정 박사는 "현재와 같은 의료비 분포가 지속될 경우 고령화의 정도가 가속화되면서 폭발적인 의료비의 급증이 예상된다"면서 "급격한 의료비 증가에 대응하고 노인의료비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제도의 착실한 계획과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단체도 지나친 노인의료비 지출 우려

한편, 학회에 이어 전문단체에서도 노인의료비 지출의 특성을 꼬집으며, 행태 개선을 유도했다. 이와 관련 앞서 언급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ISSUE&FOCUS(제114호, 김진수 연구위원)"에서도 진료행태 개선의 필요가 지적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형태별 의료 이용률을 보면 2002년 65세 이상 노인 중 65.2%가 입원, 외래, 약국 형태로 의료이용을 했지만, 2010년 말에는 82.8%로 약 17.6%p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형태에 따른 의료기관 또는 약국의 내원일수도 급증했다. 2010년의 경우 약 67.8일로 2002년 46.6일보다 21.2일 증가했는데, 이는 연평균 4.8일이 증가한 것이다. 입원의 경우 2002년 3.4일에서 2010년은 9.1일로 5.7일이 증가했으며, 외래는 2002년 27.8일에서 2010년 38.5일로 9.7일이 늘어났다. 약국의 경우는 2002년 15.4일에서 2010년 4.8일이 증가한 20.2일로 분석됐다.

6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내원일수와 전체 인구 1인당 내원일수의 차이는 2002년 24.4일에서 매년 증가해 2010년은 38.5일로 분석됐으며 진료형태별로 볼 때 2010년 입원은 6.9일, 외래는 31.3일, 약국은 10.3일 노인의 내원일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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