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가 늘어나고 유전자은행 설립이 이어지면서 연구윤리 관점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유전자은행(바이오뱅크)이란, 유전정보를 획득하려는 목적으로 검사대상물 일반, 유전자, 개인정보가 포함된 유전정보를 수집, 보존,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5일 고려대 구로병원 유전자은행이 주최한 ‘검체은행의 윤리적 쟁점’ 심포지엄에서는 공여자의 동의서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한쪽은 지나친 규제로 인해 연구가 제한적이라는 것과, 다른 한쪽은 정보보호가 확실하거나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생명윤리 법 등 규제 많아

고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백희 교수는 ‘인체유래 검체 수집의 제한적 요소"로 약사법, 개인정보보호법,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등에 명시된 동의서를 꼽았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는 이용목적과 항목을 알려야 하며, 동의를 받아야 한다.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에서 필요한 경우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유전자검사 등의 결과로 얻어진 유전정보 등 민감정보는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유전자검사기관 또는 유전자에 관한 연구를 하는 자는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 연구목적으로 검사대상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 가능하다.

유전자은행의 개설허가를 받은 자에게 검사대상물을 제공할 수 있으며, 보존기한은 5년으로 한다. 다만 공여자가 동의서에 보존기간을 별도로 정하면 그것을 따르는 등 동의서가 필요한 항목이 많고 까다롭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유전자의 정확한 개념조차 없으며, 동의서 자체가 보는 이들에게 너무 어렵다”며 “동의서에 따르면 남은 검사물을 유전자은행 유전자 연구기관 등에 제공해 연구에 활용하는 것을 대체로 동의하지 않고, 모든 개인정보는 포함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전자은행 실사 시에는 동의서에 "검사 후 즉시 폐기"로 체크했음에도 불구, 검체 입고 일자와 폐기일자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서 공여자에게 재동의를 받으려면 수술 당일에 받아야 한다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윤리 강조, 연구자·공여자 상호 신뢰 가능

동아대 윤리문화학과 이상목 교수는 동의서는 설명동의를 위한 기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전자은행 연구에서 ‘설명동의’가 중요하며, 이는 연구대상자의 검체 공여자의 이익과 안전, 개인정보의 비밀을 보호하고, 자율성을 확보해주기 위한 연구윤리의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연구대상자의 이해, 의사결정 능력, 자발성 등 세가지 기본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대안적인 설명동의 형태인 "포괄동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이거나 사망한 경우 재동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래에 예견되지 않은 새로운 연구에서 공여자 재동의없이 검체 사용을 허용하는 방식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를 확신할 수 없고 모든 정보를 철회한 것은 불가능하며, IRB가 정보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 익명화, 연구목적 정당성 등 포괄동의 가능여부를 고려할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설명동의는 한 장의 서류가 아니라 연구와 관련된 내용과 정보를 교육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연구자와 공여자의 상호 신뢰에 기초할 때 동의철회가 줄어들고, 재동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의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제한적이고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윤리적인 관점과 질병관리본부 실사 담당자 등은 “반대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하면서 갈등이 확인됐다.

교과부 지정 인체유래검체거점센터장인 고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는 "연구윤리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있는 한계 내에서 가장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인문학계 등과의 대화를 통해 정책 제안과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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