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백신·완치제 개발 박차…에이즈 퇴치 기대감

1. 에이즈 정복 한발짝 다가서다
2. 눈에 띄는 연구활동
3. 에이즈 정복을 위한 과제


에이즈는 1983년 처음 발견된 이후 그 감염자 수가 증가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증가폭이 꺾이기 시작해 최근에는 신규 발생자가 줄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치료로 완치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이 에이즈 퇴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에이즈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로 완치제 개발과 효과적인 백신 개발을 꼽았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해도 바이러스가 잠복 상태로 남아있는 저장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방어 메커니즘의 발달과 변종 바이러스의 형태는 효과적인 백신 개발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 에이즈 정복에 가까워지고 있다.



CCR5 델타 32 유전자로 완치제 개발

최근 유전자 조작을 통한 완치제 개발이 활발하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된 에이즈 완치 사례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Timothy Ray Brown은 1995년 HIV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백혈병까지 앓게 된다. 그는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백혈병 치료를 위해 골수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후 4년 동안 몸에서 HIV가 발견되지 않았다.

Brown의 에이즈 완치는 줄기세포 제공자가 보유한 HIV 면역 유전자인 "CCR5 델타 32"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CCR5 유전자는 HIV가 인체의 면역세포로 침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이 CCR5에 결함이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 CCR5 델타 32를 가진 사람은 HIV에 대해 선천적으로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최근 유전자 조작으로 돌연변이를 만들어 변형된 혈구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면서 "그 외 바이러스 잠복 저장소를 줄이는 방법 등에 관한 연구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Eric Poeschla 박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내성을 지닌 형광 고양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의 난자와 난모 세포에 원숭이에게서 추출한 "고양이 면역 부전 바이러스 차단유전자"를 삽입해 만든 것으로 에이즈 치료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FDA, SAV001-H 백신 후보 임상 허가

2009년 발표된 태국에서의 백신 임상시험은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3년간 관찰 결과 31.2%의 예방 효과를 보이면서 HIV가 발견된 이래 처음으로 에이즈와 싸울 수 있다는 구체적 증거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외에도 백신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백신은 전무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초로 HIV 전체를 이용한 백신 후보 SAV001-H에 대한 1상임상을 허가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존 백신은 대부분 에이즈 바이러스를 보유한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류의 기술로, HIV의 일부 항원만을 사용해 효력에 한계가 있었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미생물학교실 강칠용 박사팀은 전체 바이러스 유전자 기술을 이용, 지놈(Genome)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병원성 및 발병 위험성을 낮추고, HIV를 화학적 처리와 방사선 처리 두 단계를 거쳐 사백신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원숭이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원숭이의 SIV(Simian Immunodeficiency Virus)와 인간의 HIV를 합성해 인간과 원숭이 모두를 감염시킬 수 있는 SHIV(Simian- Human Immunodeficiency Virus)를 만들고, SHIV를 원숭이에 감염시킨 결과 백신이 면역성을 발현시키는 것을 관찰했다.


지놈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사백신, 면역성 발견

또 다양한 용량에서의 면역반응 및 보다 적절한 면역보조제를 알아보기 위해 랫드를 이용한 면역원성 시험을 추가로 실시했다. 결과 설치류에서 IFA(Incomplete Freund"s Adjuvant)를 면역보조제로 사용했을 때 항체 형성이나 세포 매개성 면역에 있어 가장 높은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올 1월부터 북미에서 HIV-1 감염환자를 대상으로 1상임상이 시작됐는데, 전체 사독화 시킨 HIV를 인체에 투여하는 것은 처음 시도되는 만큼 안전성 확인이 주요 관건이다. 연구팀은 인체에서의 안전성이 확인되면 이후 고위험군 및 HIV 양성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다국적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그 동안 바이러스 중 어떤 부분이 예방 효과를 유도하는지 불분명해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다양한 항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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