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의료봉사로 '진정한 인술'을 배우다


"학창시절부터 지녀왔던 소망 하나가 이루어졌다"
지난 봄, 동료의사 한 분이 아프리카 케냐로 가는 봉사활동에 동참해주기를 권유해 왔다. 전공으로 외과를 선택한 것도, 사진에 대한 애착도 지구 저편에 자리잡은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과 거기에서 의료 활동을 펼쳐보고 싶었던 꿈과 무관하지 않다.
개원한 지도 어언 십 수 년, 아프리카는 해마다 화두로 따라 다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밀려 청년기의 꿈은 아스라이 먼 곳에 접어두고 산다. 지구 저편에 있는 거리만큼이나 가뭇없는 일이다. 서재 책상 위에 아프리카 사진을 놓고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내도 더 이상 말리지 않는다…(중략) 지구 반 바퀴 돌아 낯선 이국땅 찬 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어도, 몸은 천근만근 피곤했지만 정신은 초롱초롱하다. 오래도록 바라던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에 나도 모르는 새에 손에는 힘이 들어가고 가슴은 더운 피로 뛰었다.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해도 다음 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우리 손길을 기다리는 현지인들을 웃음으로 맞았다…(중략)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순한 눈빛들은 아침햇살보다 더 해맑기만 하다. 의사는 커녕 의술이라고는 처음 대해보는 그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우리의 손끝에 마냥 천부의 신체를 맡겨놓는다. 그들의 상처를 만지다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숭엄함이 인다. (이하 생략)-
신명준 원장의 '오르마의 별밤' 중에서

외과의사이자 소화내시경전문의, 경북 포항 연일읍에 남아 있는 의원 중 가장 오래된 의원, 시·사진작가, 오지 의료봉사... 신명준 원장(포항 신명준외과의원)은 이렇듯 굵직굵직한 수식어로 소개된다. '재능이 많고 활동적인 의사 선생님이구나'라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깊게 생각하면 외과의사면서 소화기내시경을 공부했다는 것에서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엿볼 수 있고, 가장 오래된 의원으로 남아있다는 것에서 지역주민의 주치의 역할을 잘 해내 왔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해외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해 온 의료 봉사에서는 사랑과 부지런함을, 사진을 찍고 이에 어울리는 시를 쓴다는 점에서 감각적인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이 있음을 감지해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감사함, 이기적인 삶이 아닌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 연일읍서 가장 오래된 의원

"1996년에 개원했으니 어느덧 15년 세월을 이곳 연일읍에서 함께 했습니다. 개원한 곳이 제2의 고향인 셈이지요. 먼저 생긴 병의원도 있었고 그 간에 몇 개의 의원들이 문을 열었다 닫았어요. 결국 포항 남구 연일읍에 남아있는 의원 중 가장 오래된 의원이 됐지요."

신 원장은 이렇듯 동네의원으로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진료의 폭이 넓었던 점을 첫 번째로 꼽는다. 외과로 개원했으니 큰 병원에 가지 않아도 수술이 가능했고 소화기내시경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환자들의 속병도 고쳐 주었다. 말 그대로 지역 주민의 주치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낸 셈이다. 동네 환자들이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게끔 환자의 니즈를 잘 파악했다. 그렇다 보니 청소년부터 100세 넘은 노인들까지 환자층도 넓다. 오랜 시간 함께 한 고령의 환자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날 때 마다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그만큼 함께 한 세월이 길었고 그 세월 속에서 가족과 같은 정을 나눴기 때문이다.

오지 의료봉사 통해 더 큰 것 배워

신 원장은 아프리카 오지 의료봉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개원 초기에는 너무 바빠 못 하고 마음 속에서만 바라왔던 아프리카 등 오지 의료 봉사를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아프리카 가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경치가 좋은 관광지도 아니고 편히 쉬다 올 수 있는 휴양지도 아닌데 꿈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멀고 위험하고 의료 혜택이 없는 그런 곳에서 의사로서 배운 것들을 밑천으로 삼아 도움을 주고 싶었고 의술이라는 것을 펼쳐보고 싶었던 꿈을 가지고 있었던 거에요."

'사람으로 태어나 이렇게 멋진 일을 할 수 있구나'라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의료 봉사라고 신 원장은 말한다.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해 진료했을 때 감동이 가슴 속에서 계속해 올라와요. 아프리카 의료봉사는 의사가 아닌 이들도 많이 가지만 의사로서 다녀왔을 때 느끼는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베풀러 갔다 받고 오는 느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들 하지요."

시·합창 등 다양한 활동 펼쳐

신 원장은 의료봉사 뿐 아니라 독도지킴이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 포항시의사회 부회장인 신 원장이 노래 좋아하는 의사들을 설득해 의사회 중창단을 창단, 독도사랑음악회에 참석한 것. 독도 의용수비대 기념사업부에서 제의한 합동공연에 약사중창단·치과그룹사운드 등 보건단체가 연합해 '사랑의 향기가 피어나는 콘서트'를 열었다. 의약분업 이후 대립만 했던 의료계가 한 목소리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음악을 통해 '말'을 넘어서는 '감동'을 전했다.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데 의사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시·사진 작품으로, 합창으로. 의료봉사로 열심을 내보려 합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