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화는 없다. 이전부터 진행돼 온 사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차봉연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하기보다 기존의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 이사장은 올해 우선과제로 환자 선별 및 당뇨병 조기진단에 대한 홍보사업을 꼽았다. 당뇨병이 나름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홍보가 부족해 필요할 경우 대국민홍보사업도 진행한다는 것. 특히 당뇨병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진단되는 순간부터 관리가 시작된다며 전기 당뇨병(pre-diabetic stage) 시기의 환자들을 선별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진단기준 및 방법이 선결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단에 관련해 미국당뇨병학회(ADA)가 당화혈색소(A1C) 6.5%를 진단방법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A1C가 진단기준으로 특이도는 높지만 민감도가 낮다"며 많은 초기 단계의 환자들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지난 국제당뇨병연맹(IDF) 학술대회 토론(debate) 세션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두 번째 목표는 학회의 국제화다. 지난해 IDF-서태평양지구학술대회(WPR)와 추계학술대회의 공동개최, 올해 국제당뇨병학회(ICDM)와의 공동개최를 진행했지만, 차 이사장은 "단순한 국제대회의 유치, 공동개최가 아닌 학회 자체의 국제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IDF-WPR이 2년마다 열리는만큼 대한당뇨병학회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심학회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약국본인부담률 차등적용제도에 집중할 것

하지만 학회가 무게를 싣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지난해 하반기에 터진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제도 문제다. 차 이사장은 "다빈도처방에 관련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정부측에 지속적으로 설명과 설득을 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시행 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추이를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차 이사장은 "이 제도가 환자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고, 지금도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환자들은 자기부담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에 한 숨부터 쉬고 있다는 것. 차 이사장은 "단순한 혈당기준으로 합병증, 당뇨병의 단계에 따른 치료·관리를 할 수 없다"는 부분을 재차 강조했다.

환자들이 치료 기관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만큼 개인의원에도 당뇨병관리 시스템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당뇨병 교육시스템도 그렇지만, 진단 및 관리에 있어서 개인의원에서 시행하는 A1C 등에 대한 간이검사로는 질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질뿐더러, 제대로 된 검사를 위해 의뢰할 경우 확진되기까지의 시간이 지금보다 지연된다는 것이다.

또 개인의원에서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의뢰(refer)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환자의 의료기록 기재나 치료 경력 등 소견없이 오는 경우가 있는 등 아직 시스템에 보완해야할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당뇨협회는 이런 상황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속적으로 환자들의 불편함을 강조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생활습관개선에 무게두겠다

임상적인 측면에서는 당뇨병의 진단 및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큰 사항들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 이사장은 당뇨병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개선에 큰 무게를 뒀다. 지난해 ADA에서 생활습관개선을 치료전략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된 가운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부분이고, 아직 이에 대해서는 국내 연구도 많이 진행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며 생활습관개선의 중요성과 연구의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외국에서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돼 긍정적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국가별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도입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단 기법에 대한 활용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생활습관개선 중에서 차 이사장이 강조한 부분은 당뇨병 식단이다. "서양과 비교해 동양의 식습관에 대한 영향력이 널리 알려져 온 가운데 각 병원 및 전문가별로 당뇨병 식단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기준이 없어 제각각이다"며 이에 대한 통인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술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초기 인슐린 요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 7개기관에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2006년부터 환자들을 모집해 2년간 평가한 것으로 2012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최근 같은 주제로 중국이 발표한 연구보다 더 정확한 연구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통계적 파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