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김영훈 교수

부산백병원 이식센터가 수술 500례를 달성했다. 이런 성과의 중심에는 신장내과 김영훈 교수가 있다. 신장내과장, 이식센터장 등 중책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의외로 분주한 모습보다는 직접 내린 에스프레소를 먼저 권하는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의사로서의 중책과 세 아이의 엄마라는 위치 가운데 쌓이는 스트레스를 퀄트로 풀어낸다는 김 교수. 그가 말하는 부산·경남지역 장기이식수술의 현위치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 조각들을 이어봤다.

▲이식수술 500례보다 뇌사자 장기기증


김 교수는 500례 이식수술에 대해서는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보다 중점을 준 부분은 수술에 포함된 장기기증 뇌사자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500례 달성은 부산지역에서 세 번째지만, 부산백병원 이식센터에서 시행되는 1년 평균 이식수술 사례 중 절반 가량이 뇌사자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며 뇌사자 장기이식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2002년 뇌사자 관리법이 개정된 이후 꾸준히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해 널리 알려왔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부산백병원이 HOPO(뇌사판정대상자 관리전문기관)로 지정받은 것도 김 교수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김 교수는 이식센터의 활성화를 위해서 뇌사자 장기기증을 홍보한 측면도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생체 이식은 아무래도 공여자의 합병증 위험성이 높고, 최근 형제 자매 가족 간 이식보다 부부 간 이식률이 높아지면서 공여자의 절대수가 부족하다는 점도 뇌사자 장기이식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김 교수는 "KODA(한국장기기증원)이 발족한 후 HOPO 지정 자체에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지만, "뇌사자 발생 후 KODA에 신고가 접수되고 환자 상태가 평가되면 마지막에는 HOPO 지정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는 만큼 지속적인 홍보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기증 희망자들이 모두 실질적인 기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 이에 대한 홍보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발전방향과 과제

이미 지역에서 신장이식으로 입지를 구축한 김 교수의 다음 목표는 장기이식센터에서의 다장기 이식 활성화다.

부산백병원은 신장, 해운대백병원은 간 등 병원별로 일부 장기이식에 치중되다보니 뇌사자의 장기를 잘 활용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심장의 경우 일부 허혈 시간이 지나면 활용할 수 없게돼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김 교수는 "다장기 이식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서 지역 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장기이식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와 함께 신장이식에 대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신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식 전까지의 시간을 연장시키는 투석이 필요 불가결한 요소지만, 전문의가 없는 무료투석센터들이 환자들의 예후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투석에 대한 자기 부담 비용이 부담되는 저소득층 환자들은 무료투석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장기기증 정책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여부를 표시할 수 있지만 방법이 쉽지 않고, 장기 기증 시 동거하지 않는 가족의 동의까지 필요한 부분 역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개선되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는 일정 나이가 넘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장기기증 여부 등을 묻는 메일을 보내고, 응답이 없는 경우 장기기증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 6년, 신장건강 알리미

김 교수는 대한신장학회에서 홍보이사를 6년째 맡아 활동하고 있다. 바쁜 병원에서의 일정 속에 다른 교수에게 넘길만도 한 직책이지만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다. 또 임상진료지침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생각보다 많은 환자가 보건소를 활용하는 만큼 보건소 의료진과 환자들에게에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고, 최소한 진료현장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명감을 보였다.

이런 김 교수의 노력 때문인지 만성신질환에 인지도는 5~6년 동안 많이 향상됐고, 병원 내 투석실 인증사업을 통해 진료현장에서 최소한의 질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질병관리본부의 만성콩팥병 예방자문위원회에 참여해 만성콩팥병 홍보사업과 진료지침 작성에 참여한다는 점도 큰 성과다. 만성콩팥병은 당뇨병 또는 고혈압 환자 검사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40대부터 신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평가를 해야 한다.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검사는 신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졌을 때부터의 수치가 의미가 있어 단백뇨의 미세알부민뇨 정도로 평가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혈청 크레아티닌 측정방법이 아직 정량화돼 있지 않고, 소변검사의 경우도 검사주기가 통일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사구체 여과율 수치가 보여주는 의미에 대한 정리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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