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간 기부, 일본-국가적 차원 추진

1. 암병원 현주소

2. 암병원 과다경쟁 해법은?

3. 해외운영사례와 국내병원의 개선점

4. 경쟁보다 앞서야 할 것들
5. 암치료수준 향상을 위한 제언

국내선 대형병원이 주체…경쟁적으로 건립
암병원 지역별 안배·전문-특성화에 힘 쏟아야



최근 암은 암을 앓고 있는 환자, 치료하는 의사 당사자 뿐만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대형병원으로부터 불어 닥친 암전문 병원 건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암의 조기 발견, 치료 성적 증가에 따른 진료의 접근성 및 질 향상과 국민건강 증진 측면에서 바람직한 면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암전문 병원의 정확한 운영 및 발전 체계를 시작 단계부터 어떻게 전국가적 차원에서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외국의 암병원 운영 현황을 참고해 우리나라 대형 대학병원의 현실을 되짚어 보며 암전문 병원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숙고해 보기로 한다.

미국·일본 암병원의 운영 현황

미국과 일본의 암병원은 암전문 진료와 더불어 임상시험 연구와 기초 연구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또한 우수한 인재육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차이점은 일본은 비교적 국가 차원의 관리가 되고 있고 미국은 기부자 또는 민간 수요와 필요에 의해 계획되고 운용된다는 것이다.

먼저 일본 암센터는 네트워크 체계를 갖춘 암 연구센터의 임상연구 및 개발 추진과 인재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연구성과를 임상의 실용화나 암 대책에 연결하기 위해 연구소, 암 예방·검진 연구센터, 암 대책 정보센터, 병원이 가진 전문성을 "첨단 의료 개발 추진회의"를 통해 교류하고 임상연구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를 정비해 센터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임상시험에 대해진료 가이드라인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일본은 국내외 대기업·벤처기업 등의 산업계, 첨단연구 시설, 주요 암센터 등과의 "의료 클러스터"를 형성해 적극적인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암병원은 주로 기부 등에 의해 건립하거나 국가의 거시적 정책 측면에서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주지하다시피 암 기초 및 임상 연구의 메카이고 이의 중심에는 암전문병원 및 부속 연구소가 있다. 세계 유명 잡지에 게재되는 암관련 연구 결과는 거의 MD앤더슨 암센터, 존스홉킨스병원, 미국 국립암연구소 등에서 나오며 이들 병원은 암전문 특화병원이다. 진료 수준도 매우 높아 전세계의 암환자들의 방문이 줄을 이룬다.

우리나라 암전문병원 현실

"국내 암 환자들이 크게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형 대학병원들이 최첨단시설을 갖춘 암센터를 경쟁적으로 개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대형 대학병원들의 암센터 올인(다걸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2008년 1월의 동아일보 기사가 우리나라 현실을 직시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암센터는 일본과 미국의 예처럼 국가나 민간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닌 병원별 경쟁 체제 내에서 발생한 점이 특징이다. 암환자 유치를 많이 하는 병원이 일류병원이라는 인식과 암환자들의 치료 비용이 타 질환보다 높다는 점이 작용했으리라 여겨지는 대목이다.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암센터 건립은 암환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경쟁병원으로부터 뒤쳐질까 하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과잉 투자와 경쟁, 불필요한 진단과 치료 등 과잉 진료의 경쟁으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런 현상의 일부에서 나오는 걱정의 목소리들을 정리해 보면 먼저 이런 경쟁들이 주로 서울 소재 대학병원들의 유행처럼 번져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진료 및 수익 창출에 우선 순위를 두다 보니 연구에 소홀해 질 우려가 있다.

또 암환자 치료에 가장 필요한 외래와 단기입원 병실이 아니라 전체적인 입원실 등 병원 규모 자체를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 국공립 암전문병원(원자력의학원, 국립암센터)의 전문성 약화로 이어지게 될 우려도 있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의료 체계의 변화가 없이는 단순한 공간 확보만으로는 암환자 진료의 질적 향상을 바라기는 쉽지 않다.

국내 암병원의 발전 방향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해 본다.

1. 근본적인 의료 체계의 변환

기동력 있는 암환자 진료 체계가 필요하다. 분야별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시스템이 아니라 세미나 진료, 환자 참여 진료, 여러 전문과의 통합 치료들이 지금보다 더 체계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분야별 진료비 통합, 전통적인 전문 진료과의 재인식, 협동진료 등에 대한 의견 취합과 개선이 필요하다. 각 과별 경쟁과 갈등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 일부과와 병원에서는 암 환자 치료의 주도권에 대한 보이지 않는 과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갈등 조정도 원활한 암전문병원의 운영에 필수적이다.

2. 지역별 안배

서울·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의 주요 대학병원의 암센터를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예로 화순전남대병원 암센터는 암 진료 실적과 수술 성적 등에서 전국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정부에서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의 12개 우수 대학병원 암센터를 지역암센터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국립암센터 지역 분원에 대한 논의와도 맞물리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3. 외래 위주 또는 단기 입원 병실 운영

외래 위주의 암환자 진료 및 단기입원 병실의 확장이 필요하다. 현재 대학병원의 일반병실의 약 50%는 암환자가 차지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항암치료나 검사를 위한 입원이다. 이는 암환자들의 편리성과 함께 병상 회전율을 높이고 병원의 수익구조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4. 외상센터, 희귀질환 등 타 질환에 대한 관심 필요

현재 거의 모든 대형병원의 관심이 암에 집중돼 있어 국민 건강에 필수적이나 발병 빈도가 낮거나 치료 수익 측면에서 수익성이 낮은 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얼마전 이슈가 됐던 외상센터 문제나 평생 관리가 필요하나 관심도가 낮은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이에 대한 전문기관 양성도 절실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5. 우수 연구 및 임상 인력 확보

단순한 시설과 공간 확보만이 아닌 우수한 진료나 연구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암전문병원이 진료만이 아닌 다양한 임상연구(다국적 다기관 연구 포함)에 참여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임상연구자 양성에 노력하면 한국의 암환자 진료 및 연구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다.

기초 연구에 있어서도 심도있는 기초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연구소 건립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의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는 것도 빠르게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6. 암센터별 전문 분야와 특징 살리기

각각의 암센터는 저마다 특성화한 강점을 가지고 다른 암센터들과 차별화하고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가천의대길병원 암센터는 임상연구 중심 암센터이다.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암센터는 암 신약 임상시험을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한다. 서울대병원 서울대암병원은 외래 중심으로 암 진료를 진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통합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여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암센터도 있다. 한양대병원 암센터는 비뇨기암에 특화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암전문병원은 갑상선암이 강점이다.

7. 저소득층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

마지막으로 암은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찾아온다. 전문 암센터의 문턱이 저소득층이나 의료 취약 계층에 높아서는 안된다.

이에 대한 문제는 본고에서 자세히 논할 필요는 없고 국가 또는 민간 차원의 사회에 대한 전체적인 배려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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