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년 우리나라 국민 중 새롭게 암으로 진단받 환자는 178816( 93017, 85799)으로 전년에 비해 7.8% 증가했다. 암종별로 남자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여자는 갑상선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폐암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암으로 인한 생명 손실은 매년 65000명에 이른다. 경제적 손실로 환산하면 연간 14조원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인 80세 생존자를 기준으로 할 때 평생에 암에 걸릴 확률은 34.0%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에서 암이 줄어들 기세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전국민건강보험과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의 확대로 인해 2004~2008년에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59.5%로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암 환자 10명 중 6명이 5년 이상 생존한다는 반가운 이야기. 하지만 이 결과는 유병 암환자의 증가로 이어진다. 1999년부터 2008년 말까지 진단받은 암환자 중에서 암을 극복했거나 암과 함께 살아가는 국민이 7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것이 우리 한국인의 암에 관한 현주소다.

암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노인인구의 증가, 암진단 기술의 발달과 조기검진의 활성화, 흡연이나 여가활동, 혼인생활이나 식생활 등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서구형 암종이 늘어나는데 따른 것인데, 이런 증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또한 우리 한국인의 암에 관한 미래의 모습이다.

1930년대에 일찌기 암연구소를 만들고 1966년부터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을 시작한 일본은 지금 어떠한가?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가? 2011 11월 아태암예방기구(APOCP) 국제학술대회에 초청된 일본의 대표적 암 역학자 도미나가 박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1945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암으로 인한 조사망률이 증가했지만, 1995년부터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장수국가인 일본에서 인구의 노령화 현상은 막지 못해 조사망률은 증가했지만, 장수 이외의 요인(조기 발견, 금연, 식생활 개선 등)들은 효율적으로 통제했다는 증거라고 해석된다."

일본에서는 국가단위의 암 조기발견을 대대적으로 시작한 지 30년이 지나서야 암 사망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럼 미국은 어떤가? 2007 1월 부시대통령은 미국에서 암 사망자가 역사 이래 최초로 감소했다는 보고를 듣고 "이는 1971년 닉슨 정부가 선포한 암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치하하면서 미국 립암연구소를 방문했다. 연간 수십억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집중 지원해도 암 사망률이 줄어들지 않아 실망하던 미국인에게서 1990년대 초반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는 암과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20년만의 일이었다. 암 사망률뿐만 아니라 암 사망자의 수도 감소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경의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선진국에 비해 약 40여년 뒤늦은 1996년 시작한 제1기 암정복10개년계획에서 암관리에 대한 중앙 정부조직과 관련법을 제정했고, 1999년에 이르러 국가암검진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이 이미 겪었던 과정의 초기단계에서 관찰되는 현상, 즉 치료의 수준이 향상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암 환자가 생존률이 늘어나는 "생존율 증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생존환자와 더불어 새로운 암 환자의 발생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당연히 병원을 찾는 암 환자의 누적 수가 증가한다. 따라서 의료수요와 국가 단위의 의료비 부담은 그만큼 많아진다.

암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0년간 이런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은 지극히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암환자 발생추계에 따른 수요예측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신규 암병동이 난립하고 보장성 대책의 확대만 제시할 뿐 암 환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 예방대책 수립이나 적정의료의 산출 등에는 관심이 결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도 시작한 제2기 암정복10개년계획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선제적 예방", "맞춤 예방"이야 말로 새해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돼야 한다. 천연자원 최빈국으로 인적자원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대한민국에서 국민 개개인의 건강이 무엇보다도 국가경제력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거늘, 사망원인 1위인 암으로 인해 하루에 200명 이상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상황에서 암 환자의 발생 자체를 막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나 계획이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되고 추진돼야 할 것이다.

국제암퇴치연맹(UICC)의 회장인 Cazap 박사는 "미국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 행했던 가장 큰 실수는 암의 진단과 치료법 개선에 예산을 투자하면 암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착각이었다. 암 정복은 치료법개선에 있지 않고 국가단위의 암 예방 관리에 있음을 그들은 지금에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지도자들이 국가암관리의 모범국 한국을 통해 암에 대한 선제적 암예방을 배우려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이미 사망원인 1위로 부상하고 있는 암의 국제적 관리를 위해 이제는 한국이 나설 때이고, 아시아 각국과의 국제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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