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년특집]병원장 인사, 변화의 바람 분다
1.전문경영인제 도입

2.혼란의 원장 인준
3.원장 선출 방법
4.경영 전문성 쌓기

지난해 말 병원계에는 원장과 관련한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에 전문경영인이 지원총괄사장으로 임명돼 활동을 시작한 것과, 다른 하나는 고려대의료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무려 3번의 교수의회 인준투표를 거친 것이다. 원장의 역할과 선출에 있어 변화의 의지가 위아래로 꿈틀거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수의 선거와 원장 선출이 있는 올해 역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두 이슈가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해보고, 바람직한 원장 선출 방법과 원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1.전문경영인제 도입
전문경영인 등장에 '기대반 우려반'

"삼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사장이라는 새로운 시험대를 통해 성패여부가 확인되면 다른 병원들도 따라할 가능성은 있다."

지난 10월 삼성그룹은 삼성의료원장직을 없애고 삼성그룹 사장 선임이라는 획기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윤순봉 전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에 임명됐다. 윤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삼성전략기획실 홍보팀장 등을 거쳐 삼성석유화학 대표를 역임하면서 혁신전도사라 불리는 소위 "전문경영인"이다.

그룹 차원에서 지난 7월에서 9월까지 3개월 가량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실시, 혁신과 변화를 통한 재도약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조기 사업화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메디슨과 바이오로직스 등 의료기기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병원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변화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 초기에는 병원 내부적으로 불만과 반발이 팽배했다. 사장이 병원장보다 더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임기가 시작된지 3개월이 지난 이후 윤 사장은 직원들에게 매주 강의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는 실질적인 CEO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었다. 갈수록 그를 좋아하는 층과 여전히 회의적인 층이 확연히 나눠지는 모습이다. 이제서야 변화하는 조직이 되고 있다며 호의적인 반면, 특정 진료과 축소설이 돌면서 구조조정이란 뜻밖의 암초를 만나면서 불안감도 커졌다.

삼성서울병원 한 교수는 "강력한 리더십과 전문경영인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자칫 의료의 성격을 무시하고 기업의 논리로 흐를 수 있어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피력했다. 아직 다수는 숨죽이며 이후의 전략을 지켜보고 있다.

전문경영인 시기상조? 아니면 편견?

의료계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월 "의사는 진료와 연구에 집중하고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담당하는 시대 도래"에 대한 의견을 페이스북 투표에 부쳐봤다.

그 결과, 의사가 원장 등 보직에 오르기 전 경영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전체 164표 중 110표(약 67%), 의사는 진료와 연구에 집중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해야 한다 50표(30%), 경영논리가 아닌 치료 및 수술성적이 좋은 의사가 원장이 돼야 한다 3표(2%),현행대로 재단이나 이사장 등에 의해 선임돼야 한다 1표 등의 순이었다.

공교롭게 전문경영인에 대한 압박을 느껴 의사가 경영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답을 한 것은 대부분 의사들이었다. 의사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은 의사가, 반은 병원 행정 담당자들이 답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한국 병원은 특성상 기업의 성격과 공익적 성격의 혼재되어 있는데, 전문경영인은 오랫동안 기업의 생존과 이익을 우선 목표로 생존해온 이들이고, 의사들은 환자의 생존과 건강회복을 우선 목표로 생존해왔다"며 "두 집단의 밸런스가 필요하며, 후자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직은 더 바람직할 것"으로 제언했다. 이미 병원 내에서 공공연히 수익성이 성과지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사들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느라 경영에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다는 의견은 전문경영인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더욱이 윤순봉 사장은 병원의 목표는 수익성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 수익을 내는데 주력하기보단, 죽어가는 환자도 살리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

윤 사장은 "외형만 불리고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것이 병원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적정 인원을 진료하면서도 환자를 살리는 진료를 해야 하며, 특정 질환에서 만큼은 국내 최고, 세계 최고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다수의 저항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취임부터 직원들과 매일 점심, 저녁을 함께하면서 직원들에 휴대폰, 이메일 등을 열어두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올 한해 주목되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는 그가 병원 안팎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다수의 시선과 관심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병원장 인사, 변화의 바람 분다 2.혼란의 원장 인준

3번에 걸쳐서야 선출된 고려대의료원장

고려대의료원이 무려 3번의 인준투표에 걸쳐 원장을 선출하면서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혼란을 가져왔다. 한편으로는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성옥 전 고대의대 학장에 대해 전체 교수진을 대상으로 인준투표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이 반대해 인준이 부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고려의대 관계자는 "과거 의대학장에서 부결된 사례는 한 차례 있었지만, 의료원장 인준 투표를 실시한 이후 부결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최근 논란이 된 성추행 사건이 한몫 단단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자마자 곧바로 사죄하고 일을 적극적으로 해결했어야 하지만, 문제를 이 지경으로 끌고 와서 고려의대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리더십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 왔다. 특히 젊은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를 이유로 반대파인 "개혁포럼"을 만들어 여론을 확산시켰다.

이후 11월 20일에는 전 고대안암병원장인 김창덕 교수에 대한 인준투표가 부결됐다. 지난 투표보다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교수는 "지금 고대의료원이 처한 현실에서 후보자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지만 어필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재단의 압력에 의해 내정자가 선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젊은 의사들이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10일 뒤인 30일 3번째 인준투표에서 총 76%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김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과반수가 넘는 찬성표를 얻었다. 이번에는 젊은 교수들의 지지를 얻어서 가능했다.

고려의대 한 교수는 "그동안 개혁포럼에서 김린 후보자에 거래를 제안해왔다"며 "재단에 끌려가지 않는 주도적이면서 주체적인 리더십 발휘가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표심을 얻었다. 우석대와 통합한 이후 2기 졸업생으로 순수 "고려의대"라는 사실도 세대교체를 통한 교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김린 신임 원장은 의료원의 변화와 혁신을 완성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맡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했다. 김 원장은 "고려대의 이름으로 의료원이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대내외적인 의료환경 변화에 비해 더딘 변화를 추구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동안 해오지 않아 위기감에 놓인 지금을 각성하고, 새로 도약할 수 있는 적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변화 의지는 충분, 올해를 재도약 기회로

원장 취임 이후에도 변화에 대한 갈증과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고려의대 한 교수는 이번 연속적인 인준투표에 대해 "소위 말하는 Big 5병원보다 고대의 맨파워가 뒤지지 않음에도 계속 뒤쳐짐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과 젊은 교수들의 대변, 그리고 재단의 일방적인 인사에 대한 반대까지 어우러졌다"며 올해는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길 염원했다.

다른 병원들이 본 고려대의료원은 원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했다. 원장이 공석이면 추진하려는 전략 등 모든 것이 "올스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많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변화를 위한 내부의 몸부림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며 "그만큼 조직이 아직 살아있고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며, 리더십이 같이 작용한다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여기서 또다시 재단에 좌지우지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고려의대 한 교수는 "재단에 의해 일방적인 인사 문제가 있었고 젊은 교수들의 여론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다는 데서 의료원장도 선출된 것"이라며 "그러나 재단에서 자율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협조적이지 않으면 원장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교수는 "재단과 원장, 교수들이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야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다같이 피부로 느낀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린 원장도 모든 구성원들이 단합된 힘을 통해 다함께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자며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해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 반복된 의료원장 인준 실패, 재단과의 갈등 등을 내비쳤던 고려대의료원. 올 한해는 어떤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통해 과연 또다른 도약을 하고, 그들의 목표인 Big5 안에 진입해갈지 주목된다.

병원장 인사, 변화의 바람 분다 3.원장 선출 방법

재단 인사 대부분·일부 교수진 투표

보통 병원장 선출은 대부분 재단,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일부 교수진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병원들이 있으며, 국공립병원은 공개모집 형태로 운영하는 추세이다.

교수 투표를 통한 선출의 대표적인 병원은 연세의료원이다. 전자투표를 진행해 두 교수를 최종 후보로 연세대 총장에 추천하면 총장이 원장을 최종 임명하게 된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인단은 전임강사 이상으로 의대교수 500명, 치대 교수 70명, 간호대 교수 30명으로 약 600명 정도에 달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표심을 많이 얻은 후보자가 임명된다.

지난 2010년 8월 있었던 의료원장 선거는 95%가 넘는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매우 치열했으며, 현 이철 원장이 투표에 의해 당선됐다. 임기가 2년임에 따라 올해 8월 연임여부 결정 후 또 한차례 원장 선거가 진행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이동익 현 의료원장 연임, 의무부총장 겸 의무원장에 천명훈 교수 연임, 서울성모병원장에 황태곤 교수 내정을 발표했다. 이전해에 한차례 원장 공개모집을 하기도 했으나, "무늬만 공개모집"이라는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이번에는 공개모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회 투표 방식도 건의됐으나, 재단측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움직임은 일지 않았다. 서울성모병원 한 교수는 "일방적인 의견이 아닌 교수들의 입장도 반영한 인사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며 "공식적인 투표가 없더라도 고려대의료원과 같은 내부 반대여론이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료, 연구 실적, 학회 역할 등에서 모두 상위권이 보직을 차지한 만큼 아직까지 큰 반발은 없어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의사들이 원장 후보 추천을 위한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원장인사에 관여한 사례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원장 추천 하루 전 "고유 기능인 공공의료 안전망의 중추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원장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협의회는 "법인화 이전 최근 5년 동안 원장으로 재직한 분의 경영 실패로 인해 3차병원에서 2차병원으로 강등됐다"며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법인화 추진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많은 슬픔을 줬으며 갈등 역시 유발했다"며 강재규 전 원장의 유력한 원장 임명설을 막게 하기에 이르렀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

어떤 방법으로 선출을 하든, 병원별로 원장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내외적으로 존경받을 정도로 진료, 연구 성과가 탁월하다는 평도 가지고 있었다. 원장이 되면서동시에 경영실적도 챙겨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지만, 진료를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도 그러길 원치 않는다. 언젠가, 아니 2~3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원장이라는 달콤한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시 평교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원장들은 책임의식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일산백병원 박시영 원장은 책임 경영과 공정한 조직시스템을 구축해 신뢰있는 조직을 만들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또 △백병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소통을 확대하며 △주인의식 함양과 직원 간 인화단결을 통해 동반성장을 달성하고 △홍보 활성화 및 현장 중심의 경영혁신을 목표로 제시했다.

9월 취임한 서울성모병원 황태곤 원장도 "책임경영제 도입을 통해 경영 활성화 및 내실화에 주력하겠다"며 "센터별 내외부적인 경쟁을 동시에 이루면 경영의 효율화와 활성화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권한없이 책임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많다. 원장에는 인사권이나 자금운용권한이 제한적이다. 그러면서 책임경영을 수행하지 못하면 언제든 "아웃"될 수 있는 존재다. 실제 A대병원장이 1월 1일부로 바뀌는 이유도 지속적인 성장율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임기부터 늘려야 할 것으로 권고됐다. 현행 2~3년제로는 명예직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는 "병원장은 있어도 경영자는 없다"를 통해 "업무파악을 하는데 1년, 또 적응하다보면 1년이 지나가 임기가 끝나버린다"며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아직까지는 돌아가면서 할 수 있는 명예직에 불과하다"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한이 너무 없어 의욕적으로 해보려 해도 문제가 된다. B병원장이 퇴임한 이유도 이런 연장선이다. 결국 재단과의 마찰로 병원까지 떠났다. 병원장 출신의 한 교수는 "재단의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원장 타이틀 하나 정도"라며 "원장에서 평교수로 내려가는 적응이 쉽지 않지만, 병원에서 이미 원장 출신이 여러명이며 눈치보다 다른 병원을 기웃거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결국 올해는 원장이 이제는 명예직이 아닌 전문성과 체계성을 갖춰야 할 시기이면서 동시에 재단을 향해서도 책임과 함께 어느 정도의 권한을 확대하라고 주장하는 과도기적인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장 인사, 변화의 바람 분다 4.경영 전문성 쌓기

경영 수업받고 MBA 따고…

원장의 선출 방법과 권한 부여는 당장 바뀔지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원장의 책임은 늘어나고 있고, 병원에 재직하는 사이에 언제 어떻게 원장, 보직을 맡게될지 모를 일이라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투표결과에서도 드러났듯, 의사에게 부족한 '경영전문성'을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경영인 도입 시기상조라 주장하면서도 다른 대안을 제시할 여지가 생긴다.

일부 병원에서는 미니 MBA 코스 등 운영을 통해 주요 보직교수에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과 함께 코스를 운영하면서 전문성을 한층 살렸고, 또다른 경영공부 열풍을 일게 했다. 인제대 백병원은 매 학기마다 꾸준히 의료경영과정을 운영해 보직을 맡은 교수나 직원들에 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별도로 MBA 학위를 받은 의사들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해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필요하다 싶어 일찌감치 MBA 학위도 따고 배웠지만, 개원을 하지 않는 이상 병원에 남으면 써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라며 "의사들도 경영을 많이 공부하고 참여해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위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살펴본 미국의사의 MD/MBA 의견은 "대부분의 의사가 비즈니스를 위한 학위를 즐기려 하지 않고, 낭비처럼 느끼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임상, 연구를 위해서가 아닌 관리와 행정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다른 의사는 "의사는 관리와 경영 측면에서 갈수록 역할이 확대되고, 경영만 배운 이들에 비해 병원 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측면이 많다"며 "그동안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장비를 구입하는데 그쳤지만, 이제 장비가격을 어떻게 지불하고 또 어느 정도의 치료비를 받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는 것이 경영전문성"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조사결과, 병원 관리자의 역할이 2008년에 비해 2018년에 16%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영 전문성이 화두로 떠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경영전문성, 금융 문제 이해·리더십 핵심

그렇다면, 과연 경영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인 경영학 이론서에 따르면, 정책을 만드는 기준을 설정하고 예산을 구현하는 등 일상적인 운영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금융에 관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다른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유연하고 다양한 의견과 반대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하며, 의사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병원 문화의 일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팀을 운영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혼자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효과적인 인재배치를 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 병원경영 컨설턴트는 "의사들은 보통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확신하면서 본인의 능력 외에도 병원이 모든 진료과를 다 잘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여기에 더해 선후배, 동기여서가 아니라 다른 병원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포털사이트 eHow.com은 '병원 관리자가 되는 방법' 5가지를 제시했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고 보직에 욕심이 있다면 한번쯤 새겨읽을만 하다.

첫째, 의료서비스 관리 등에서의 석사 학위가 필요하다. 보건학 또는 경영학에 학위를 소지하면 좋다. 관리해 보고 싶은 특별한 환경이나 지역 등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받은 교육을 지속적으로 병원 환경에 적용한다. 병원 관리자의 이름이 붙어지면 작은 경험을 토대로 전체병원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뽑힐 수 있다. 병원 내 어딘가에서부터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보면 전체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셋째, 의사가 환자의 건강과 행복에 대해 책임을 가지는 동안, 병원 관리자는 병원 자체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각기 다른 부서에서 뿐만 아니라 언론과 홍보, 자선 및 지역 사회 행사, 새로운 기술 등 어떤 일이고 계속 배우고 해야 한다. 종종 24시간이 요구될 정도로 바쁘지만, 그저 직함만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넷째, 경영전문성을 쌓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재단 등은 당신의 자질과 능력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원장 선임 시기가 되면 마음에 들어오는 첫 번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현재의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다섯째, 원장을 신청하거나 추천받는 기간이 오면 일단 해당 학위, 전문 지식, 자격과 경험을 토대로 주저하지 말라.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충분히 설명해낼 수 있으며, 언젠가 빛을 발할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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