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처음처럼…" 매일 초심을 새긴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람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 날을 시작하고 있다."
 
박재용 원장(안성연세의원)의 진료실에 들어서면 '처음처럼'이라는 커다란 글귀를 보게된다. 박 원장은 날마다 신영복선생님이 직접 쓰신 이 '처음처럼'이라는 글귀를 바라보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타성에 젖은 모습이 아닌 늘 처음처럼 열정을 담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이 글귀를 마주한 책상에 앉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다듬는다.
 
의사들 전문용어 설명, 환자엔 사투리와 같아
 
박재용 원장이 경기도 안성에 입성한 것은 아직 2년이 채 안되었다. 개원한 지는 반년도 안됐기에 열심히 달려가기에도 바쁘다. 타성에 젖을 틈도 없지만 박 원장은 타성에 젖을까 스스로 경계한다. 의사는 기존의 지식 위에 최신지견을 더해가는 작업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어떤 선생님, 어떤 친구, 어떤 선후배 등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환자의 경우 특히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의사는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고 환자에게 도움 될 만한 것들을 알아 가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더 열심히 학회를 찾아다니고 반복적으로 학습하다보니 조금씩 빈 곳이 채워지더군요. 환자 앞에서 당당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부족해서, 나의 무지로 인해 환자가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되니까요"
 
박 원장은 의사로서의 '실력'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에 같은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친근한 의사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수련 받을 때 문득 의사들이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사들이 쓰는 전문용어는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죠. 그러니 의사들의 설명을 알아듣기 힘든 환자들 입장에선 당연히 '뭔 소리?'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마치 타지방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것 처럼요. 의대에서는 학술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도록 교육받다보니 습관이 되어서 크게 의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정확한 용어 사용보다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못 알아듣게 말하는 것은 설명을 안 하느니만 못하니 말이다. 그래서 박 원장은 전공의 때부터 연습을 했다. 아내 앞에서 자신의 설명이 쉽게 이해가 되는지를 확인했다. 알아듣기 쉽게 표현하기 위해 표현을 완화시키고 가다듬는 노력을 기울여 환자들에게 설명 잘해주는 의사, 친근한 의사로 거듭났다.
 
"환자의 연령과 성향에 따라 설명은 달라집니다. 모든 환자들을 만족시킬 수야 없겠지만, 어린아이들의 궁금증에도 성의껏 답하고자 노력합니다.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은 특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해요. 환자가 많아지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씀들도 하시지만 변하지 않고 싶습니다. 지금은 개원초기라 진료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이른 고민인 듯 하네요. (웃음) "
 
환자·의사 유대관계, 당뇨 치료에 영향
 
"가정의학과는 특정 질병만이 아니라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골다공증 등 모든 만성질환이 오랫동안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큼 의사와 환자 간 유대관계가 치료에 많은 영양을 미칩니다."
 
박 원장은 당뇨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환자와의 유대감이 더욱 많이 요구되는 질병이기도 하다. 몇 종류 안 되는 당뇨약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기도 하지만, 환자의 음주·흡연과 식습관, 운동 등 생활습관의 변화가 요구되고 환자의 상황에 따라 대처방법을 찾기 위해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원장은 당뇨가 초기에 어떤 치료를 했느냐에 따라,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공감하기 + 자극하기 적절히 활용해야
 
흡연이나 음주, 운동에 대해 이론적 근거만을 내세워 무조건 금연, 금주, 하루 30분 이상 운동 식의 일방적인 처방만을 내리면 환자들은 힘들어 한다. 그러다보니 마치 어린아이처럼 주치의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박 원장은 의사의 일방적인 처방에 회의적이다. 환자의 상황을 공감하면서 적절한 자극을 주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 함께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께 '술,담배 하지 마세요'라고 하니 사업상 접대 때문에 안 된다며 펄쩍 뛰어요. 그래서 익살스럽게 차선책을 제시했죠. '솔직히 접대 때문에만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접대할 때만 하시고 본인이 좋아서 하지는 마세요'라고 말이에요. 지금은 많이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공감하고 격려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째 같은 약만을 복용하며 관리를 안 하시면서도 '난 이 약을 먹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믿으시는 분이 있었다.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자극함으로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럴때도 당뇨환자들 중에는 치료를 위해 자신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 약처방 만을 요구하며 귀를 닫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박 원장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환자가 쉽게 동의하는 부분부터 하나씩 변화를 유도한다. 환자에게 "잘 먹고 잘 살려고 당뇨를 치료하는 것이지, 당뇨 치료 하자고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반문하며 환자가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을 같이 찾고 격려한다.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공감하기'와 '자극하기'의 적절한 사용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단독 사용이 필요할 때도 있고 혼합사용이 필요할 때도 있지요. 겁먹은 환자를 더욱 자극하거나, 좀 공격적으로 말해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해야 하는 사람에게 공감만을 표현해서 더욱 느슨하게 만들면 안 되겠죠. 적절한 방법을 제대로 제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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