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연구 역량 강화…열매 맺는 해 도약

"시스템·연구비 등 지원 활동 펼칠 것"


아무리 커다랗고 튼튼한 줄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가지가 없다면 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대한간학회 김창민 이사장(국립암센터 간암센터)은 우리나라 간질환 연구의 현주소를 커다란 줄기에 비유했다.

세계 무대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개인적인 역량이나 대상 환자는 충분한데 연구를 구체적으로 진행해 열매로 뻗어갈 가지, 즉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질적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부 대형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임상연구 수행시 필요한 통계학적 뒷받침이나 방법론 지원이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대로 시스템만 뒷받침되면 단기간내 큰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올 한해는 우리나라 간 전문가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회원들의 연구활동 지원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임상연구 디자인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해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학회가 직접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기관에 있는 회원들과 임상연구협력센터가 있는 기관을 연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2011년 후원금 감소로 일시 중단됐던 연구비 지원도 재개한다. 액수가 적더라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간 분야에서 점점 아시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특히 지난해 제주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국제간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아시아 내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다시 한번 다질 수 있었다"면서 향후 세계 간학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찾아가는 진료과 만들겠다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입장에서 전반적인 진료 수준을 높이는 것도 필수다. 특히 질환 치료에 공백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간질환 치료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발달해 초기 발견이 가능하고 완치도 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꾸준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에도 정확한 정보의 부족으로 방치 되다 말기 상태에서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김 이사장은 찾아가는 진료과를 강조했다. 진료실에 앉아 병에 걸려 찾아오는 환자를 보고 한탄하는 의사가 아니라 조기 발견해 완치율이 높은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의사를 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간학회는 만성 B형간염과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 발표했다. 최신 지견이 담긴 진료 권고안을 통해 의사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한편 효과적인 관리·치료법이 환자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올해는 나아가 최신 지견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상설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해마다 수정 혹은 개정할만한 의학적인 중요한 연구결과가 나왔는지 검토하고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주목받고 있지 않지만 C형간염도 2004년 이후 개정이 없었던 데다 새로운 치료법이 많이 등장한 만큼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 쓸 수 있어야

정책적인 문제로 환자들이 꼭 필요한 약을 쓸 수 없다는 점도 학회의 오랜 골칫거리다.

김 이사장은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치료를 하다 내성이 생기면 다른 치료제와 병용 투여해야 하는데 건강보험에서 두 번째 약은 인정하지 않아 고스란히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엄연히 차별대우"라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 내성이 없어 1차 치료제로 권고되는 신약도 약가 협상으로 시판이 늦어져 꼭 필요하지만 쓸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간암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항암제 소라페닙은 신장암에서는 100% 보험 적용이 되지만 간암은 절반만 적용된다. 하지만 약값이 워낙 고가라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절반 가격이라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김 이사장은 "유방암은 두 가지 이상 약을 써도 보험 급여를 인정해주면서 간암은 한 가지 약을 써도 절반만 인정해준다"면서 이는 암 종류나 급여 전체의 형평성 문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료 권고안과 현실간의 괴리를 없애고 환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는 의료 정책과 보험 부분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간질환 진료환경 개선에 집중적으로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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