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병원장 인사, 변화의 바람 분다

1. 전문경영인제 도입 (관련기사 클릭)
2. 혼란의 원장 인준
3. 원장 선출 방법
4. 경영 전문성 쌓기

재단 인사 대부분·일부 교수진 투표

보통 병원장 선출은 대부분 재단,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일부 교수진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병원들이 있으며, 국공립병원은 공개모집 형태로 운영하는 추세이다.

교수 투표를 통한 선출의 대표적인 병원은 연세의료원이다. 전자투표를 진행해 두 교수를 최종 후보로 연세대 총장에 추천하면 총장이 원장을 최종 임명하게 된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인단은 전임강사 이상으로 의대교수 500명, 치대 교수 70명, 간호대 교수 30명으로 약 600명 정도에 달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표심을 많이 얻은 후보자가 임명된다.

지난 2010년 8월 있었던 의료원장 선거는 95%가 넘는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매우 치열했으며, 현 이철 원장이 투표에 의해 당선됐다. 임기가 2년임에 따라 올해 8월 연임여부 결정 후 또 한차례 원장 선거가 진행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이동익 현 의료원장 연임, 의무부총장 겸 의무원장에 천명훈 교수 연임, 서울성모병원장에 황태곤 교수 내정을 발표했다. 이전해에 한차례 원장 공개모집을 하기도 했으나, "무늬만 공개모집"이라는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이번에는 공개모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회 투표 방식도 건의됐으나, 재단측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움직임은 일지 않았다. 서울성모병원 한 교수는 "일방적인 의견이 아닌 교수들의 입장도 반영한 인사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며 "공식적인 투표가 없더라도 고려대의료원과 같은 내부 반대여론이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료, 연구 실적, 학회 역할 등에서 모두 상위권이 보직을 차지한 만큼 아직까지 큰 반발은 없어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의사들이 원장 후보 추천을 위한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원장인사에 관여한 사례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원장 추천 하루 전 "고유 기능인 공공의료 안전망의 중추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원장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협의회는 "법인화 이전 최근 5년 동안 원장으로 재직한 분의 경영 실패로 인해 3차병원에서 2차병원으로 강등됐다"며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법인화 추진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많은 슬픔을 줬으며 갈등 역시 유발했다"며 강재규 전 원장의 유력한 원장 임명설을 막게 하기에 이르렀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

어떤 방법으로 선출을 하든, 병원별로 원장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내외적으로 존경받을 정도로 진료, 연구 성과가 탁월하다는 평도 가지고 있었다. 원장이 되면서동시에 경영실적도 챙겨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지만, 진료를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도 그러길 원치 않는다. 언젠가, 아니 2~3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원장이라는 달콤한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시 평교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원장들은 책임의식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일산백병원 박시영 원장은 책임 경영과 공정한 조직시스템을 구축해 신뢰있는 조직을 만들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또 △백병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소통을 확대하며 △주인의식 함양과 직원 간 인화단결을 통해 동반성장을 달성하고 △홍보 활성화 및 현장 중심의 경영혁신을 목표로 제시했다.

9월 취임한 서울성모병원 황태곤 원장도 "책임경영제 도입을 통해 경영 활성화 및 내실화에 주력하겠다"며 "센터별 내외부적인 경쟁을 동시에 이루면 경영의 효율화와 활성화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권한없이 책임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많다. 원장에는 인사권이나 자금운용권한이 제한적이다. 그러면서 책임경영을 수행하지 못하면 언제든 "아웃"될 수 있는 존재다. 실제 A대병원장이 1월 1일부로 바뀌는 이유도 지속적인 성장율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임기부터 늘려야 할 것으로 권고됐다. 현행 2~3년제로는 명예직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는 "병원장은 있어도 경영자는 없다"를 통해 "업무파악을 하는데 1년, 또 적응하다보면 1년이 지나가 임기가 끝나버린다"며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아직까지는 돌아가면서 할 수 있는 명예직에 불과하다"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한이 너무 없어 의욕적으로 해보려 해도 문제가 된다. B병원장이 퇴임한 이유도 이런 연장선이다. 결국 재단과의 마찰로 병원까지 떠났다. 병원장 출신의 한 교수는 "재단의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원장 타이틀 하나 정도"라며 "원장에서 평교수로 내려가는 적응이 쉽지 않지만, 병원에서 이미 원장 출신이 여러명이며 눈치보다 다른 병원을 기웃거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결국 올해는 원장이 이제는 명예직이 아닌 전문성과 체계성을 갖춰야 할 시기이면서 동시에 재단을 향해서도 책임과 함께 어느 정도의 권한을 확대하라고 주장하는 과도기적인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