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의학계에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아 찬반논란이 진행된 주제들도 많았다. 에스트로겐 유방암 치료, 소아지질 검사에서의 공복 여부, SSRI 자살위험성, PSA 검사 등 이전부터 논란이 지속돼 온 주제들도 있었지만, 전자담배의 안전성, 학생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는 새로운 사회보건의 논란을 야기했다. 올해 학회 및 연구를 통해 연구를 불러일으킨 주제들을 정리했다.

▲아급성기 뇌졸중, 만성신질환에서의 혈압조절 전략 논란 - 577호

올해 시선을 가장 많이 끈 찬반논란 주제들은 심뇌혈관이었다.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진행된 토론(debate) 세션에서 CARVAR 수술 신의료기술 여부,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과 심장개흉수술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아급성기 뇌졸중 환자 혈압 조절과 만성신질환자의 혈압 조절전략을 두고 찬반이 나누어졌다.

아급성기 뇌졸중 환자 혈압에 대해서는 높을수록 뇌졸중이 증가하므로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과 환자에게 이득이 없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이완기혈압이 10 mmHg, 수축기혈압이 20 mmHg 상승할 경우 뇌졸종 위험도가 2개 높아지는 반면, 수축기혈압이 115 mmHg 이하로 떨어뜨릴 경우 위험도는 30~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에서 허혈성 뇌졸중이나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혈압조절을 권하고 있고, 획일화된 기준보다 환자에 맞춰서 치료하고 있어 정확한 목표혈압과 시간 등에 대해서는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만성신질환자 혈압조절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혈압조절이 필요하다는 쪽은 수축기 혈압을 110 mmHg 이하로 조절할 경우 신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 사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성신질환자에게 일관적인 목표 혈압 제시는 바람직하지 않고, 환자들의 동반질환을 고려해 개별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는 반대의견이 제시됐다.

▲소아지질 검사, 공복없이 한다? - 586호

대사증후군이 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소아청소년들 시기부터의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지질 프로파일 검사 방법이 찬반의 도마에 올랐다.

미국 국가건강영양시험조사(NHANES)에서 1999~2008년까지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 소아청소년의 혈중 지질 검사 시 공복여부에 따른 변화가 임상적으로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후 지질을 측정해 공복과 비교한 결과 총콜레스테롤량은 2 mg/dL, LDL 콜레스테롤은 5 mg/dL 낮게 나타났다. 중성지방은 반대로 공복 후 검사했을 때 비공복 시보다 7 mg/dL 낮게 나타났다.

특히 소아에서의 공복 지질 검사는 임상에서의 순응도도 떨어진다는 점, 성인대상 연구들에서도 공복 여부에 따른 변화가 임상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 장기간의 검사시기를 고려할 때 비용대비 효과적이라는 점 등 소아청소년 지질검사에서 공복이 없어도 된다는 쪽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선별검사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로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소아청소년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할 때 최초 검사에서 정확한 수치를 얻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PSA 무용론 등장 - 595호

올해 진단 이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전립선암 기준 표지자로 사용돼 온 전립선 특이항원(PSA) 무용론이다. 유방암 X-선 검사 기준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국예방의료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가 전립선암검진 관련 권고사항에서 PSA 검사에 비추천을 의미하는 D등급을 부여한다고 밝혀진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USPSTF는 23개 코호트 연구와 2009년 발표된 대규모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전 70세 이상 남성에게서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권고를 전체 연령을 확대했다. PSA는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고령일수록 높게 나타나고, 다른 전립선 질환에도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 USPSTF는 환자의 20~25%가 위음성으로 나타나고, 전립선비대증과의 구분 특이도가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빈번한 PSA 검사로 인해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감염 증가에도 한 몫 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미국비뇨기과학회와 종양관련 전문가들은 전립선암 사망률 감소 정책과 대비되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전립선암에 대한 선별검사 방법은 필요하고, 과잉 진료문제는 검사결과의 정확도 향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실제 임상에서도 PSA 검사 도입 후 전립선암 수술 사망률이 3%까지 떨어졌다는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대한전립선학회 역시 PSA 검사 후 시행하는 생검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선별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USPSTF의 결정에 반대했다. 또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달라 우리나라에서는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SSRI-자살위험도 논란 - 585호

이전부터 소규모 연구 및 사례보고 등을 통해서 문제가 제기됐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의 자살위험도 문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고와 위험대비효과 평가에서 혜택에 무게를 둔다는 의견 사이에서 다시 촉발됐다.

SSRI에 대해 FDA는 2004년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대한 자살 위험성 블랙박스 경고문을 추가했고, 2006년에는 SSRI 계열 파록세틴 제조사인 GSK가 소아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에서도 자살충동을 유발한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and Mental Health지에는 SSRI 약물이 항우울 효과가 없다는 내용도 게재돼 SSRI의 효과와 안전성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부작용보다 항우울제 치료로 인한 위험도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소아청소년들의 자살 위험도와 SSRI 간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은 소규모로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자살 부검 결과 적극적인 항우울제 치료가 없었다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됐다. 최근 BMJ에 발표된 항우울제와 연령대 별 자살율 분석 연구에서는 항우울제 처방율이 가장 높은 고령층의 자살율이 가장 낮았고, 이런 경향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답은 SSRI와 자살을 직접적으로 다룬 잘 짜인 연구가 필요하다는데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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