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진료 원칙, 환자를 감동시키다

 "내분비질환은 환자를 감동시키고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환자가 의사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얘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거든요. 병의원에서 해야 하는 일 보다 평소 집에서 음식조절을 잘 하고 있는지, 운동은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일일이 체크해야 하니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지요."


박희백 원장(강릉 델포이내과의원)은 질병의 치료와 적절한 관리를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환자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으므로 이를 잘 해나가도록 의사가 제대로 교육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료

"질병 치료에 있어 약만 먹는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닐뿐더러 당뇨는 조금만 방치하면 악화되는 병이기에 환자의 일상생활에 의사가 관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감이지요. 환자가 의사를 전적으로 믿지 않는 것이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환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행운이거니와 자신을 믿어주는 환자가 많은 것 또한 의사로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원장은 환자가 처음 내원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료한다. 양말을 벗어보라 해서 발도 살펴본다. 10곳 가운데 4곳 이상 감각이 없으면 말초신경에 이상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
 
"당뇨환자가 처음 내원하면 전체적으로 다 봐줘야 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그렇지 않은 병의원들이 많아 안타까워요. 충분한 진료와 성심을 담은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환자로 하여금 친절하다는 느낌, 그 이상의 감동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환자가 다시 오도록, 그래서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가야 합니다."
 
사실 박 원장에게는 이러한 진료 방식을 몸에 익히게 해 준 멘토가 있다. 신환자는 30분 이상 상담 진료하고 점심도 거르며 진료 하는 스승을 보면서 멘토로 삼았다. 물론 실력도 대단했다.
환자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환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제자들에게 진정한 교육을 실천했던 것이다.
대지의 자궁서 환자 치유로 재탄생
 
델포이내과라는 이름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델포이는 아폴론의 신전이 있던 고대 도시입니다. 그리스어로 '대지의 자궁'이라는 뜻이지요. 병의원이 자궁의 역할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 지었어요. 내분비질환의 특성상 생활습관 전반에 대한 변화가 없이는 완전한 호전을 보이기 어려운 만큼, 진료를 마친 환자들이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2004년 강원권 최초로 개원한 내분비 특성화 내과인 만큼 박 원장의 각오와 포부는 남달랐다.
그러나 주위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6개월 이상을 견딜 수 있겠느냐고들 했다. 그럼에도 뜻을 굳히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홍보에 나섰다. 환자 대상 교양강좌를 통해 당뇨를 알렸고 방송국 강좌도 적극적으로 했다. 그야말로 발로 뛰는 홍보를 통해 주위의 우려를 딛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강의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강의 요청을 마다하지 않지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지루하고 집중하지 못하게 하면 효과가 없잖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강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책 속의 에피소드를 찾고 재미있는 그림 등을 준비합니다. 강의 준비가 제 자신에게도 폭넓은 독서를 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음악은 항상 환자를 위해 틀어놓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심신이 불편해져 왔더라도 델포이내과에 와서 있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의사의 말을 잘 안 듣는 환자들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인데 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치료 과정을 잘 따르도록 설득하지만 때로는 따끔하게 충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진료에도 고무줄을 당기고 놓아줘야 하는 작업이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충고 밑바닥에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을 위해서 말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라야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공부하는 의사…의식의 변화를 몰고 오다
 
박 원장은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고 말한다.
"의학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여전히 지속적으로 공부해야만 하지요. 개원을 하면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학회에서 들은 강의를 개원의들에게 전하는 다리 역할이요.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세미나 등 학술강좌에 참석하거든요. 학문은 공유하면서 발전하는 것이잖아요."
 
혹여 의사의 무지로 인해 의료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있을까 우려되기도 하고 요즘엔 환자가 더 많이 알 수도 있는 시대이기에 의사가 환자를 못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이 박 원장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픈 것이다.
 
박 원장은 환자들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반복해 되새겨주는 동시에 스스로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의사가 먼저 운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약부터 쓰는 것 보다 생활습관 속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하므로 모두가 똑같은 운동이 아닌 환자 개개인별 맞춤 운동이 필수다.
 

환자에게 운동을 권하려면 의사가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박 원장은 헬스를 꾸준히 하고 평소에 반신욕을 즐기며 겨울엔 냉수마찰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성공에는 분명 벽이 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이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하지요. 일단 개원을 하게 되면 경영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가 없으니 돈을 쫓으려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다 보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어요. 그러니 금전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환자 한 명 한 명을 성심성의껏 보면 그 환자가 10명을 몰고 옵니다. 환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 말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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