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이스란 과장, 빅5 경증질환 진료 증가 막기 위해선 불가피

경증환자 약국본인부담률 차등적용제에 대한 문제점이 거듭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울며겨자먹기식 제도였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오후 3시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실 주최로 열린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제도 간담회"에서 관련 학회 및 환자 단체로부터 쏟아지는 질타에 이스란 과장은 1차 의료기관으로의 연계 미흡 등 제도가 가지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제점으로 지목된 것은 52개 경증질환 분류에 있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 동일한 질환이라도 중증도에 있어 개인의 특성 및 질병의 경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또한 동네의원들의 의료시설과 수준 개선없이 환자에 디스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측면으로 강행되고 있다는 점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불편 또한 큰 것으로 확인됐으며, 의원급 방문시 장기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도 만성질환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종합병원 이상에서 진료를 받는 당뇨병환자들에게까지 약국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차등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이와관련 대한당뇨병학회 박태선 보험법제이사는 "환자의 건강과 예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보건정책에 대해 모니터링 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상급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한 환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부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어디서 환자를 보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더 좋은 피드백을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돼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환자의 합병증이 달린 사안이다. 일단 시작했으니 이 안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말이 안된다"고 질타했다.

대한천식및알레르기학회 조상헌 교수(서울의대)는 "제도 도입으로 인해 상급기관 진료가 필요한 다수의 중증 알레르기 질환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되지 않은 알렐기 환자들이 상급기관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보완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제도 개선 요구와 관련 1차와 3차 의료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1차 의료기관도 살려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 제도는 개원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의료비 절감 효과도 나타나지 않으며, 환자 불편만 가중된 제도다"고 개선의 필요를 거듭 강조했다.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권용진 교수는 "모든 개원의 및 대학교수의 수준을 동일하게 보고 정책이 입안됐다"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한 "꾸준한 재교육을 통해 상급종합병원과 개원가의 수준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의사와 의사,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세대 알레르기내과 홍창수 교수 또한 "천식 알레르기환자의 경우, 개원가에 맘놓고 전원시킬 만큼 준비된 곳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환자 교육을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반 국민들을 위한 교육 홍보는 물론 의료계 자체적으로도 교육 프로그램을 갖춰나가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문제지적에 대해 복지부 이스란 과장은 정책수단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 과장은 "빅5를 중심으로 52개 경증질환의 외래처방 횟수가 급증했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장치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들고 온 제도'였다'고 해명했다.

당초 동 제도의 실행은 선택의원제 등과 궤를 같이 해야 했으나, 정책 진행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서 이같은 형태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는 "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가면서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데 환자 선택으로 생기는 재정부담을 건보에서 똑같이 지원해 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 과장은 지적된 문제의 보완책으로 "환자 전원 서식, 의료인 등록 등을 마련, 제도의 실효를 높일 수 있는 보완에 적극 나서겠다"면서도, 제도의 전면 수정 및 보완을 요구하는 학회 목소리에는 제도권 내에서 환자 불편을 개선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본인부담금을 높여 경증환자들의 대형병원 출입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편한 진실로 떠오른 가운데, 뭐라도 해야해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는 정부측 입장은 의료계 내외의 공분을 사기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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