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및 멸치 액젖 투척 그리고 폭력... 국회의 모습이 아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이같은 장관(?)을 지켜 보며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했던 사태가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의료계 최고 의결 기구인 의협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 석상에서 말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10일 차기 의협회장 선거 방식 등을 확정짓기 위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사건의 발단은 경만호 의협 회장이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부터다. 전국의사총연합 회원 60여명이 시작전부터 경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긴장감이 돌았지만 어느 누구도 의사 사회에서 그것도 공식 석상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총회장에 참석한 의사 회원들은 욕설에 그치지 않고 폭력으로까지 진화(?)했다.

지금까지 욕설과 고성은 오간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폭력 사태에 까지 번진 경우는 처음 있는 일로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맞은 경 회장이나 폭력을 행사한 전의총이나 모두에게 상처일 수밖에 없다.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된 임총도 문제였지만 임총 이후 대의원회와 전의총의 성명을 보면 더 큰 문제다.

욕설과 폭력 사태를 놓고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과 전의총이 성명전을 통해 서로가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며 또 다시 법정 공방을 펼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상호 반성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상대방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단이 "임시대의원총회 폭력사태는 대의원회에 대한 도전행위로 노환규 전의총 대표와 일부 동조세력을 낱낱이 파악해 윤리위원회 제소를 통한 회원 자격 정지 수순을 시작으로 조직적 테러, 린치행동에 대한 형사고발, 법적 소송 등 동원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단호하게 대처해 의료계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밝히자 전의총이 조목 조목 이에 대해 반박하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전의총은 "회원들의 행동을 "만행"과 "폭력"으로 규정한 것을 통탄한다"며 "의협 대의원들은 평균 십수년의 대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대의원들의 또 다른 이름은 "무능""이라고 말했다.

임총에서의 폭력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인 셈이다.

의협 대의원회의 폭력 규탄에 전의총은 통탄할 일이다며 맞대응하는 형국은 이제 의료계가 더 이상 망가질래야 망가질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성이 없는 의료계의 이전투구를 끝낼 대책은 무엇일까 ?

한 대의원은 "이날 임총에서 욕설은 물론 폭력 사태까지 발생한 일은 의료계의 일그러운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 준 사례로 더 이상 의료계에 희망이 없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성토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피겟 등 회의장 내에서 침묵 시위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의사들간 욕설 나아가 폭력까지 행사하는 것은 의사이기를, 동료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의사 사회에서도 정치적인 문제로 발생되는 의사들간 폭력 사태 금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찹찹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최근 의료계의 반대에도 선택의원제가 통과되고 의협은 이 자리에서 의료계의 결론인 반대 의견조차 피력하지 못하는 등 회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어 전의총이 이같이 폭력까지 사용해 가면서 경 회장을 사퇴시키려 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만 다양한 표현 방법 중에 폭력은 최후에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의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튼 폭력으로 얼룰진 임총은 막을 내리고 이날 결정한 대로 의협 선거가 내년 3월25일 기표소 투료로 진행된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 관리 규정을 확정짓는 임총에서 공교롭게도 의협 역사상 첫 의협 회장 폭행이라는 의료계 전대미문의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100년의 의협 역사를 뒤로 한 듯한 인상을 줬다.

이날 폭력 사태는 경만호 의협 회장의 퇴진 요구 주 원인이었다.

의협 회장 직선제 전환 이후 의협 회장의 수난이 고소 고발, 비방, 욕설에서 머물러 왔는데 폭력까지 보여준 작금의 사태는 의료계로서는 씻을 수 없는 불행한 역사가 됐다.

지덕체를 고루 갖춘 후보가 당선되는 것만이 의협 회장을 둘러싼 불신에 종지부를 찍는 유일한 길일까 ?

의협 임총에 참석한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폭력 사태를 지켜보면서 탄식처럼 내뱉은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