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카바 둘러싼 문제 종합적 토론...전향적 연구 적극 나서야

"효과성 검증 거부, 어떠한 경우도 묵과 안돼"...연구자 윤리성 강력 질타


"카바 수술은 완전한 의미의 새로운 수술법이라고 할 수 없다. 설령 새로운 수술법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고 행해진 연구는 아무리 놀랍고 새로운 결과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인정 받을 수 없다."


대한심장학회가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을 첫 세션으로 마련,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카바"를 학자의 관점에서 공론화했다.

시작 전부터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모은 "카바 우리가 잃은 것" 세션에서의 결론은 "이미 답은 나와 있다"였다.

적응증 논란,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동물실험, 임상시험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임상시험, 수술성적에 대한 말바꾸기 등 다 정리하기도 힘든 논란들을 열거하였지만 이를 모두 차치한다 하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거부하고서는 아무리 새롭고 획기적인 기술이라 하더라도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것.

동시에 전향적인 연구를 거부하고 있는 연구자의 윤리성에 대한 강력한 질타가 잇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병주 교수는 "의료기술에 있어 안전성은 당연하다"며, "조건부 비급여 결정이 난 2009년 당시까지 안전성, 유효성 평가가 된 적이 없는 카바의 전향적 연구 수행은 당연하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카바는 계획된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를 생성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근거수준에 의거한 의사결정에도 이르지 못했으며,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향적 연구조사가 이뤄져야 하나 임의로 카바 수술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점 또한 꼬집었다.

박 교수는 "시술자는 카바수술에 대해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디스커션도 모두 거부당했다"며, "생명을 담보하는 시행되는 수술에서 과학적 검증이 아닌 자신감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절대 수용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새로운 치료법을 평가하는 연구가 윤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수집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정보를 제3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바 논란 총정리...세계 최초 신의료기술 아니다"

"카바는 의료윤리와 절차를 지키지 않은 백화점과 같고, 여기에 환자 기만과 혹세무민이 더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번 세션의 주요 발표자인 서울대병원 흉부외과학교실 김경환 교수는 카바를 이같이 정리했다.

이어 적응증 논란,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동물실험, 임상시험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임상시험, 수술성적에 대한 말바꾸기 등 카바를 둘러싼 논란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카바 이전에 판막엽을 재건하거나 링을 사용해 대동맥 근부를 조여주는 수술법이 이미 소개돼 있었으며, 이는 송 교수가 Ann Technique Surg에 투고를 요청했으나 게재 불가 판정을 받은 당시 리뷰 담당자 또한 "이 수술은 전혀 새로운 수술법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전에 소개된 다양한 몇가지 기법들을 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표적으로 카바 수술의 일부분인 판막엽을 다른 재료로 된 보형물로 재건하는 방법은 판막 치환술에 비해 뚜렷한 장점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카바 수술 전 진행한 동물실험에 대해서도 조잡하기 이를데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동물실험의 내용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인공막을 대체할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대동맥 근부에 시술하지도 않았으며 기존의 인공판막과 비교한 것도 아니고, 터무니 없이 적은 개체를 대상으로 실험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인 임상시험 보고서, 수술성적에 대한 말 바꾸기, 언론플레이 등을 꼬집었다. 또한 카바의 우수성을 주장하던 데서 이제는 이를 판막성형술로 청구하고 카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송 교수의 행보를 비꼬았다.

김 교수는 "카바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잃은 것은 정의와 자존심, 그리고 의사의 존재 이유인 환자다"며, "이 문제는 어느 쪽이 옳은지를 고민할 만한 것이 아니라 명명백백한 것이다. 과학을 모르는 100명이 모여서 그릇된 주장을 하더라도 과학을 배운 자는 결코 과학적 진실을 배신해서는 안된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이 토론세션에서는 건국대병원 신재균 교수가 참석해 "카바 수술"에 대한 학문적 토론의 장이 절실함을 강력 피력했으며, 카바수술 합병증 가능성을 제기해 건국대병원으로부터 파면 당한 한성우 교수는 부작용 사례를 보이며, 안전성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전향적 연구 통해 장점은 받아들이고 단점은 보완돼야"

이날 심장학회는 '카바'와 관련된 세션을 마련하기까지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같은 창구를 만들 수 밖에 없었던 데는 학자로서 더이상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된다는 자정의식이 zjT다고 했다.

박영배 전 심장학회 이사장은 "처음부터 지적돼 온 문제점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카바 세션으로 학회를 여는데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며, "개인에 대한 질타가 목적이 아니라 이제라도 전문인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결단했다"고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은 "카바를 무조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며, "임기 내 카바로 인한 문제가 부각되면서 느낀 점은 한가지였다. 학자로서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연구자로서 당연한 의무"라며, "이제라도 전향적 연구를 통해 카바의 좋은 점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아닌 부분은 보완해 나가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남식 심장학회 이사장은 "전향적 연구조사가 이뤄져야 하나 임의로 카바 수술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심평원 등 감독기관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즉시 시술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카바' 세션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비롯 심사평가원의 카바 담당 실무자 등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