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의 전진을 위해서는 다학제 협력진료가 필수다. 수가를 비롯 제도의 개선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11일 국회 본관에서 "암환자 진료 이대로 좋은가?-다학제협력진료를 위한 정책포럼"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 중심의 치료를 위해서는 다학제협력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4~5년새 적어도 10명 중 6명은 완치될 만큼 치료성적이 꾸준히 성장해 다른 의료선진국에 뒤지지 않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학제협력진료가 필수라는 것이다. 특히 암이 전세계적으로 첫 번째 사망원인으로 꼽히며 2030년에는 그로인한 사망이 다른 질환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폐암센터장 박근칠 교수(한국임상암학회 이사장)는 "암치료의 급속한 발전으로 질병중심치료에서 환자중심 치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각 치료전문분야간의 다양한 협력과 의사소통이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진단 및 추적관찰에도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면서 "의료비 증가에 따른 정부의료비 부담감소를 위한 비용효과적 접근 측면에서도 다학제협력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정신 교수(대한암학회 회장)는 다학제협력진료의 효과로 △환자 사망률 감소 △대기시간 단축 및 서비스 질 향상 △보다 적절한 근거 중심 의료 제공 △임상시험 환자 참여 증가 △환자 만족도 향상 △의료진의 스트레스 감소 △의료비 감소 등을 꼽았다.

한편 이 교수는 장애요인으로 △업무량 증가와 이에 따른 인센티브 시스템 부족이나 자율성 손상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 등 의료진의 부정적 인식 △병원의 행정적ㆍ재정적 지원 부족 △사회적ㆍ정책적 지원미비 등을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지의규 교수는 현행 외래 진찰료 지급 규정과 환자 진료와 동떨어진 제도, 부족한 인력 등을 다학제협력진료의 방해요소로 꼽았다.

지 교수는 "다학제협력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동일 진료급여를 허용하고 외부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실질적 촉진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그외 지역별 연계 병원체계 및 원격진료의 대안 마련 및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다학제협력진료가 활성화되면 환자의 진료 질이 향상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의료진 및 국가ㆍ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전후근 가톨릭암병원장은 "진료하는 환자의 수와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수가구조부터 먼저 개선해야 한다"면서 "또한 현재 급여문제도 환자에게 복불복이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사람은 급여 적용이 되는 치료만 받아 외래가 가능함에도 퇴원하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비급여인 치료만 받아야 해 경제적 사정으로 치료를 포기, 다학제협력진료라는 접근 이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대한암학회 이사장ㆍ세계위암학회 회장)는 "다학제협력진료는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만큼 그 효과와 효율성은 증명됐다"며 "이제는 환자의 생존률에서 나아가 환자 삶의 질과 편의를 따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립암센터 암정복추진기획단 이승훈 단장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의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환자 중심 치료"라면서 이를 위해 다학제협력진료시스템을 도입한 국립암센터의 경험에서 나온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의 반발과 더불어 이 시스템이 전공의 수련규정에 맞지 않은 점, 전산시스템이 기존의 방식과 맞지 않아 청구가 어려운 점, 환자가 하루에 의사 여러명으로부터 진료를 받았지만 현행법상 한 번의 진료만 인정된다는 점 등을 제도적인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

세브란스병원 대장암클리닉 김남규 교수(대한임상종양학회 이사장)는 "다학제진료의 개념은 30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면서 "현재의 암 치료 성과는 다학제진료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념에 대한 이해보다 구체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의 병원에서는 오전 중 5명을 진료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70~80명 가량을 진료한다"면서 "현실적인 하드웨어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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