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성모병원 심장내과 정해억 교수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홈페이지를 통해 폐동맥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가 난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이 없어 평생 관리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클리닉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이와 같은 필요성에 입각해 폐동맥 고혈압 클리닉을 개소, 운영하고 있다. 클리닉을 맡고 있는 심장내과 정해억 교수는 "이미 세브란스, 가천의대 길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도 별도의 클리닉 혹은 과내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수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환자등록사업, 국내 관리기반의 시작

정 교수는 폐동맥 클리닉 운영과 함께 대한심장학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등록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 폐동맥 고혈압 환자등록사업은 대한심장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대한소아심장학회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고, 현재 1000여명이 등록돼 있다. 2008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내년에는 전반적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 교수는 환자등록사업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환자등록 사업은 단순히 국내 유병률 집계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진단, 치료 등 국내 상황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의 기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재 진단, 치료의 가이드라인은 WHO, ACCF/AHA, ESC의 가이드라인을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환자수에 대해서 정 교수는 미국의 경우 100만명 당 5~6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정확한 유병률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등 외국과 비슷하게 여자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위험군은 유의해야

정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의 우선되는 난관으로 진단을 꼽았다. 조기검진이 모든 질환에서 중요하지만, 폐동맥 고혈압은 호흡곤란과 무기력증이 대표되는 증상이 애매하고 감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도플러 심장초음파와 우심도자술을 통해서 확진하고, 폐로 인한 발병이 의심될 경우 폐기능검사(FEV1)와 폐 CT를 통해 확진한다"고 설명했다. 즉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장비가 없는 개인병원에서 폐동맥 고혈압을 확진하기 힘들다는 것. 종합병원에서 클리닉이 필요한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폐동맥 고혈압을 걱정해 많은 환자들이 종합병원의 클리닉을 방문하지 않는만큼 타과 외래 및 임상에서 발병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이 발병하기 쉬운 위험군에 무게를 뒀다. 정 교수가 꼽은 위험군은 △폐동맥 고혈압 가족력 △루푸스, 전신경화증 등 결체조직질환 △선천성 심질환 및 심장 좌우단락 △간경화, 간암, 간문맥고혈압 △만성간질성폐질환 △만성폐혈전증 △응혈성 빈혈 등으로 이들의 경우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결체조직질환과 선천성 심질환의 경우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발성은 기저질환이나 원인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로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예후도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어 WHO에서도 이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발성에 대한 유전자 이상이 발견된 바 있다.

△치료약물, 대체적으로 안전하다

폐동맥 고혈압은 희귀질환이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3종류의 치료제를 제시하고 있다. 정 교수는 3종류 치료제의 안전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평했다. 칼슘체널차단제(CCB)의 경우 "이전에는 사용됐지만 지금은 내성으로 인해 효과가 없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다"며 가이드라인에서 3종류의 치료제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이들 약물에 대한 부작용보다는 전반적으로 안전하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지만, 장기간 치료에 대한 자료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의료보험에서 정식으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정 교수는 "실데나필의 경우 인정비급여 정도로 권고되고 있어 환자등록사업 결과를 근거로 정식 치료제 권고를 요구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폐동맥 고혈압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약물은 최근 다사티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정 교수는 "단기간동안 할 수 있는 다이어트 효과로 인해 이전에 경고를 받았던 펜타민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도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폐동맥 고혈압 최신지견
- CHEST 학술대회

호놀룰루에서 지난달 22~26일 열린 미국흉부전문의학회 연례학술대회인 CHEST에서는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최신지견들이 발표됐다. 올해 CHEST에서 발표된 연구들을 통해 폐동맥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의 발전현황을 조명해 본다.

△폐동맥 고혈압 악화, 사망 위험도와 직접적 연관

폐동맥 고혈압의 임상적 악화가 사망 위험도의 신호가 될 수 있을까. 미국 베일러의대 Adaani E. Frost 교수팀은 REVEAL 연구결과를 발표, NYHA 기능분류의 상승이나 6분걷기 거리 15% 이상의 감소가 2년 간 주요 심장사건 없는 생존률 감소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단 입원의 경우는 예측 평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 54개 센터에서 진행한 관찰연구인 REVEAL 연구의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연구팀은 3013의 폐동맥 고혈압 환자를 NYHA class 3군과 class 1, 4군으로 분류해서 관찰했다.

3년간의 관찰결과 689명이 class 2에서 class 3까지 악화됐다. 이들 중 절반은 6분 걷기거리가 15% 정도 감소했고, 사망, 이식, 동맥중격절재술 등과 연관성을 보였다. 또 악화되지 않은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악화가 시작된 시기부터 2년 간 무사건생존률은 94.8% 대 68.1%로 낮아졌다.

연구팀이 6분 걷기 거리의 15% 감소를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꼽은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새로운 연구결과는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펜실베니아대학 Steven M. Kawut 교수는 "임상적 악화가 발생한 환자들 중 4분의 3은 수년간 생존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동물연구에서 항우울제인 SSRI가 폐동맥 고혈압 증상의 회복을 보여준 바 있고,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었다는 회귀분석 연구결과도 발표되 관심을 모은 SSIR는 혜택을 입증하지 못했다. REVEAL 연구에서 파록세틴, 세트랄린, 플루옥세틴을 복용한 환자 363명을 분석한 결과 비복용군에 비해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폐동맥 고혈압, 호스피스와 치료의 사이

많은 중증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이 가이드라인대로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대학 Harrison Farber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으로 사망한 800여명을 분석한 결과 57%가 사망 시 비경구 프로스타노이드(parenteral prostanoid)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증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게 정맥주사나 피하 프로스타노이드를 권고하고 있다. 연구팀은 "비경구용 프로스타노이드가 왜 사용되지 않는지를 설명해주는 요소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임상에서 더 나은 치료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PDE-5 억제제, 엔도셀린 수용체 길항제, 프로스타사이클린 등 치료약물 투여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4%가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있었고, 35.3%는 단일요법, 56.1%는 병용요법을 받고 있었다. 이들 중 43%만이 단일 또는 병용요법으로 경구용 피하용 프로스타사이클린을 투여하고 있었다. 특히 분석 대상자 중 61%는 사망 6개월 전 NYHA/WHO 기능평가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번 연구에서는 호스피스 치료를 받으면서 약물투여를 중단한 환자수, 비경구용 프로스타노이드 투여를 거부한 환자수, 너싱홈(nursing-home)에 거주하는 환자 수, 기저질환으로 사망한 환자 수 등이 집계되지 않았다. Farber 교수는 이들 모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사망 6개월 전에 적절한 치료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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