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의료계 희비, 건정심 간 병원계 페널티 받을까


2012년도 수가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협상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여 온 공급자와 보험자는 협상일인 17일 자정을 넘겨서야 겨우 접점을 찾아갔다.

결과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가 자율타결에 성공했고 대한병원협회는 끝내 공단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병원계는 내달 가입자, 공급자, 공익대표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상률을 의결케 됐다.

내년도 수가 평균 인상률은 2.0%다. 작년 1.64%보다 0.36% 인상된 것이다. 적용 환산지수는 의원 68.5원(의협제시 2.9%/공단제시 2.8% 인상), 치과 71.9원(2.6% 인상), 한방 70.6원(2.6% 인상), 약국 68.8원(2.6% 인상), 조산원 104.2원(4.2% 인상), 보건기관 67.7원(2.0% 인상)으로 조정됐다. 추가소요재정만 자그마치 4949억 원에 달한다.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꽤 큰 폭으로 오른 인상률에 가장 먼저 웃은 곳은 의협이다. 유형별 수가 이후 단 한번도 자율타결에 이르지 못한 의협은 2012년도 협상 타결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같은 행보에 의료계는 적잖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수가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상견례부터 실질적 협상이 될 수 없는 구조 등을 꼬집으며 공단과 날카롭게 대치하던 의협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일.

그러나 의협은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되자 자율타결에 대한 가능성을 수차례 내비치며,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수가협상 당일 첫번째 회의이자, 협상 시작 후 세번째 회의만에 유형별 최고 수준의 인상률인 2.9%라는 쾌거를 이뤘다.

의원급이 수가 1% 당 709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내년에 총 2056억 원의 추가재정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같이 평균 인상률을 훌쩍 웃도는 수치에 부대조건도 없다. 의협 협상단 관계자에 따르면 부대조건이 걸린 3.2% 인상안을 제시한 공단에 의협이 부대조건 수용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2.9%라는 합의에 이르렀다.

의협의 이같은 속전속결 전술의 배경에는 공단의 공 들이기도 한 몫했다. 협상 과정에서 이 혁 의협 부대변인은 "공단의 달라진 협상 태도를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는 말을 여러차례 한 바 있을 정도로 협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공단 또한 협상 당일 한문덕 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이 의협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당부한 것도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의료계 관계자들은 협상에 가장 늦게 합류한 의협이 가장 먼저 웃을 수 있었던 것에는 이같은 공단의 변화가 컸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병원계는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건정심에서 환산지수를 결정케 됐다.

막판 협상에서 2%대를 요구하는 병원계와 1.9%를 제시한 공단은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병원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병협은 성명을 통해 "병협은 비현실적인 수가계약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적정 수가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여치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며, "차제에 병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수가를 강요하는 재정운영위원회를 해체하고 건정심을 전면 개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건강보험 가입자단체들은 페널티 적용을 강력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재정운영위원회가 최종 제시한 1.3% 수준의 인상률 적용을 강조한 것이다. 가입자단체들은 "유형들이 건정심으로 넘어가도 손해볼 것 없다는 낙관적 생각이 재정위와 건정심 등 합의구조를 뒤흔들고 있다는 부분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며 "확실히 페널티를 줘 공단 수가협상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켜 향후 자율타결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승적 차원 타결
....약-치-한 "쓴웃음"

올해도 약사회, 치협, 한의협은 모두 자율타결에 성공했다.

의약품관리료 인하로 1000억 원의 재정손실을 당한 약사회는 수가로 이를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 피력하며, 결렬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공단은 수가와 조제료 인하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하며, 수가로 보전할 근거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막판까지 첨예히 대립했다. 의협과 반대로 지속적으로 결렬 가능성을 시사해 온 것도 그에 따른 것. 그러나 약사회는 막판에 2.6% 인상에 합의하며, 의협에 이어 두번째로 타결했다. 이는 지난해 받은 2.2%보다 0.4% 높은 수치로 일각에서는 체면은 차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치협과 한의협은 3%도 안되는 인상률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난해 각각 3.5%와 3%의 인상률로 공단과 합의했지만 올해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2.6%에 합의해야 했다. 양 단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비급여 환자들이 값 싼 급여권으로 이동하면서 경영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며 적정한 인상을 요구했으나, 내년 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달라진 공단, 공급자-가입자 사이 중재

올해도 전체 타결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보험자의 달라진 태도는 협상 기간 내 공급자단체로부터 고무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가협상과 별도로 진행된 재정절감 정책으로 허덕이고 있는 공급자와 내년도 경제상황과 올해 당기 흑자 기록 등을 이유로 건보료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입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한 것과 공급자단체의 입장에 귀 기울인 것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단측 협상관계자는 "공급자가 협조 가능한 기반을 다져나가기 위한 다독임과 의료 발전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공급자와 가입자를 동시에 설득해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수가협상 신고식에 나선 박병태 급여상임이사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한 공급자단체는 "대화를 통해 소통하려는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협상단도 "협상이라는 특성상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예전처럼 일방적이고 고압적이기만 한 느낌은 아니다"고 했다.

협상에 앞서 수가협상의 모토로 "투명·수평·대등"을 꼽은 박 상임이사는 "협상이니만큼 단체들의 모든 문제를 다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요양기관들의 현실을 듣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외에도 공단이 유형별 수가협상 후 처음으로 협상 당일 한문덕 이사장 직대, 박병태 급여상임이사 등 주요 보직자가 잇따라 5개 공급자단체를 직접 방문해 원만한 타결을 위한 노력을 당부한 것도 공단의 변화된 모습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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