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진료비 청구 하향곡선
92%가 상반기 작년비해 크게 감소…"하반기도 비관적"

한여름 개원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현실과 거리가 먼 건강보험수가에 삭감위주의 진료비 심사, 설상가상으로 의사 과잉배출에 따른 치열한 경쟁과 크게 악화된 경제상황 등으로 내원환자의 발길이 뜸해졌고 수입 또한 줄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절대적이어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본지가 지난 2∼3일 이틀간 전국 개원의사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청구한 월평균 진료비는 작년 동기에 비해 거의 대부분(92명)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변동이 없다(5)거나 5∼10%가량 늘었다(2)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줄어든 폭은 10%내외가 12명, 20%정도가 30명, 30%안팎이 32명, 40%이상이 16명으로 20∼30% 감소가 62명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부 피부과와 소아과 응답자에서는 50% 이상 줄었다는 경우도 2∼3명 있었다.
또 이러한 경향은 올 하반기에도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2명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 상반기에 감소했다는 응답과 같았고 늘어날 것(2)이라거나 변동이 없다(5)는 경우는 극소수여서 앞으로의 경영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이처럼 병의원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2중응답)으로는 건강보험수가에 있다는 응답자가 76명으로첫번째였고 다음이 진료비 심사제도(44), 의약분업제도(35) 등 제도적인 측면과 의사의 과잉배출(33)도 상당수가 경영악화의 주요원인으로 꼽고 있어서 80년대이후 무분별하게 신·증설된 의과대학에서 배출된 의사들의 과잉현상이 심한경쟁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응답자들은 자신이 의사가 된것에 만족(42)을 하기보다 그렇지 않다(57)는 경우가 더욱 많고 자녀들이 의사가 되겠다고 하면 찬성(12) 보다 반대(46) 하거나 자녀의 뜻에 일임(42)하겠다는 경우가 훨씬 많아 어려운 현실상황은 물론 의사라는 직업의 장래성과 만족도에 크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대답한 의사들중 다수가 과거에는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갖고 일 해 왔으나, 의사의 위상과 이미지 추락,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수가, 잦은 진료비 삭감 등으로 소신있는 진료를 할 수 없는 의사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 중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으며 2명은 당장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현실상황에 만족하지 못해도 과거와 같은 좋은 시절이 오기를 막연히나마 기대하며 의사를 희망하는 자녀의 선택에는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실정은 지난해 본지가 창간100호 기념특집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나타난 현상과 비슷하다. 당시 "다시 태어난다면 의사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58%가 "하지 않겠다’고 부정적인 응답을 했고 ‘자녀에 권유’도 56%가 하지 않을 것이며 이중 5%는 말리겠다는 적극적인 반응이었다.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은 노력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고 책임과 희생만을 요구 당하고 있으며 정부의 의사에 대한 간섭과 압박이 심하게 가해지는 등 의료의 사회주의화 경향이 심화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문직에 대한 인식부족과 권위실추도 한몫을 했다.

개원의들은 의사회에 대해 대국민 신뢰회복(30명)과 대정부투쟁(28)을 요구하는 비중이 비슷해 스스로 국민에 다가서며 의사의 위상을 끌어올릴 것과 부당한 압력에는 강력하게 맞서는 정책을 구사할 것을 주문하는 추세이고 회원간의 단합(15)과 보건의료정책 연구 및 병의원활성화(각각 11명)에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김재정 집행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임 신상진 집행부가 제시하고 추진한 ‘의사의 정치세력화’는 거의 대부분(80명)이 중단없이 계속 추진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 방안제시 당시 본지 설문조사에서는 87%가 세력화를 찬성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수립과 집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한다는 의견(10명)과 관심없다(9명)는 의견도 20명 가까이 있었다.

한편 개원의들의 김화중 복지부장관의 지난5개월간의 정책시행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61명)가 과반수를 넘었지만 보통이다는 경우도 35명이나 돼 참여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추진등에 있어 의정간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응답자가 100% 의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더 두고 볼 여지는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설문에는 전국에서 주로 40대(33명)와 50대(48명)가 참여했으며 개원연수가 10년이상인 경우가 68명으로 3분의2이상을 차지했다. 전문과목 또는 표방과목은 내과(21), 소아과 및 산부인과(각각16명)를 포함 16개과(1∼9명)에 분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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