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제약사가 점령한 국내 백신 시장
국내 제조 백신 7%, 수입 백신 93%



질병 예방측면에서 백신이 갖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그만큼 백신이 갖는 경제적 가치 또한 엄청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백신제조 능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11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제조되는 백신은 7%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93%가 수입 백신이란 얘기다.


지난 해 머크 18%, GSK 18%, 한국와이어스 31% 등 백신의 다국적사 시장 점유율은 67%였다. 녹십자 3%, 보령 3%, LG생명과학 1% 등으로 국내 제약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 세계 백신 시장의 80% 이상은 5개 대형 글로벌 제약회사가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40여개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백신을 공급하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개수가 M&A 등에 의해 줄어들었고, 고가의 신규 백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창립한 백신학회 김정수(전북의대 소아청소년과) 회장은 “미국의 백신 자급능력 100%, 일본이 59%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33%(생산+수입원액) 밖에 되지 않는다”며 “pandemic 대비백신과 바이오테러 백신을 비축한 것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백신 시장 미약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백신의 종류는 27종이고, 국내 생산 가능 품목(원액)은 B형 간염, 일본뇌염(사백신), 유행성출혈열, 수두, 인플루엔자, 뇌수막염 등 9종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은 다가백신, 자궁경부암백신, 로타백신, 폐렴구균백신 등이다.


이화의대 임상시험센터 김경호 교수는 최근 백신 개발 산업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미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시행되는 백신 임상시험은 국내 자체 개발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보다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생산돼 이미 국외에서 사용되는 백신의 가교 임상시험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암 백신 분야 두각
니코틴 중독, 유방암, 폐암, 알츠하이머 병 백신 개발 중

백신은 예방용 백신(prophylacticvaccine)과 치료용 백신(therapeutic vaccine)으로 구분된다. 예방용 백신이 병원균에 노출되기 전에 미리 접종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백신이라면 치료용 백신은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만든 백신이다.


치료용 백신의 장점은 특이성이 높다는 점과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만일 C형 간염치료 백신이 개발되면 C형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된 항원항체 반응에만 연관되므로 높은 특이성을 지닌 표적치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당뇨나 AIDS 등과 같은 만성질환에 맞는 백신을 개발하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면역반응을 유도해 약물투여 빈도를 줄이고, 치료비용도 낮출 수 있다. 현재 가장 앞선 분야는 암 백신 분야이고, 감염병이나 중추신경계질환, 대사성 질환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 9월 말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1에서 백신개발업체 베르나바이오텍 안상점 대표는 “니코틴 중독을 비롯한 약물 중독, 유방암, 폐암, 당뇨, B형 간염, HIV/AIDS, 알츠하이머병, 말라리아,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치료용 백신이 연구 중에 있다”며 “치료용 백신은 전체 백신 시장의 약 1%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용 백신 연구 활발
암 치료용 백신 중 눈에 띄는 백신은 201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덴드레온의 프로벤지'(Provenge)다. 이 약은 암 환자의 혈액에서 백혈구를 채취해 전립선암세포의 항원성분과 같이 배양한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용 백신이다.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치료제로 활용하기 때문에 독성이 없는 것이 큰 장점을 갖고 있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예방 백신이 없다. 하지만 백신 후보로 재조합 표지 당단백질, p24 VLPs, HIV 유전자를 포함한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 그리고 비활성화시킨 envelope 유전자가 없는 HIV 바이러스 등이 있다.


또 B형 간염 치료용 백신들은 B형 간염바이러스의 핵에 위치한 18번째와 27번째 아미노산을 둘러 싼 리포펩타이드를 이용해 많이 제작, 연구돼 왔다. 이러한 연구에서 치료용 백신은 세포독성 T림프구 반응이 급성 B형간염 감염시 관찰되는 T 세포의 반응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게 유발됐다. 하지만 백신투여는 감염이 유지되는 척도라 볼 수 있는 B형간염 표지항원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최근 발표된 LG경제연구원 윤수영 책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치료용 백신의 시장 규모는 2010년 1억 3700만 달러에서 2014년 31억 달러로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윤 연구원은 치료용 백신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 수준이지만 각종 질병과 면역반응에 대해 연구하고, 효과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질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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