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장착해야 하는 보건의료연구원
재정과 전문 인력 충족시켜주고 정부가 울타리 돼줘야

보건의료연구원이 낸 보고서들이 힘을 얻지 못하면서 연구원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오는 12월 연구원 허대석 원장의 임기 만료와 더불어 연구원의 앞날은 더욱 안개속이다.

연구원은 지난 2008년 12월 보건의료 기술과 제품에 대한 경제성 평가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해 보건의료 산업을 활성화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설립 목적과 달리 연구원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들이 보건의료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반증하고 있다.

연구원은 설립 이후 89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추진 예정인 건을 포함해 고작 6건만이 정책에 반영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연구원이 학술이나 연구단체가 아닌데 보고서만 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연구원의 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강한 것이 바로 CARVAR(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였다. 연구원의 발표에 건국대 송명근 교수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연구원은 다른 기관이 보고서를 재검토하게 하는 불명예를 겪었다.

또 글루코사민이 효과가 없다는 발표를 하자 심평원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번 국감에서는 연구원의 메타분석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표현해 연구원의 신뢰를 뒤흔들었다. 이렇듯 연구원의 보고서들은 정부에서 조차도 믿지 않는 사면초과에 처하게 됐다.

소신껏 움직일 수 있도록 뒷받침 해야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복지부가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 사람도 많다. 서울의 모 대학병원 교수는 “복지부가 연구원이 전문조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재정을 뒷받침 해주고 소신껏 움직일 수 있도록 울타리가 돼 줘야 하는데 지금은 복지부가 오히려 갈등을 부축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감에서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도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보고서를 낸 후 3개월 이내에 정책에 반영하는데, 우리는 복지부가 연구원의 발표를 믿지 못해 재평가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전문가들은 근거중심의학으로 가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 연구원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구원에 박사급 전문 연구원을 포진시켜 보고서가 나왔을 때 신뢰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 연구원이 좋은 조건에서 연구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허대석 원장은 “재정이 열악하다보니 중견연구자 채용이 어렵고, 정규직 정원 역시 묶여 있다”며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허 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허 원장은 연구원의 설립을 위해 오래 전부터 노력해 온 사람이다. 허 원장만큼 연구원에 대해 열정과 애정을 갖고 일할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연구원의 한 인사는 “연구원 내에서 허대석 원장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 국감에서 허 원장이 12월 임기가 만료되면 더 이상 원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말이 나와 어수선한 분위기다”라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앞으로 연구원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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