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병원 의료기관 인증 획득". 올 초부터 현재까지 내내 이런 소식을 수차례 접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의료기관인증평가원 개원 이래 72개 의료기관에 대해 인증조사를 마치고, 68개 의료기관에 인증이 부여된 상태다. 인증을 받은 병원은 인증의 홍보를 하느라, 인증을 준비하는 병원은 나름대로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올해 인증이 병원경영에 남긴 득과 실은 무엇일까.

의료기관 인증제란 ?

의료기관 인증제는 보건복지부가 자율적으로 신청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국제수준에서 평가, 의료서비스를 인증하는 제도를 말한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 지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받아야 한다. 인증의료기관은 인증마크(골드마크)를 대외적인 홍보나 광고에 활용할 수 있고,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인증의 유효기간은 4년이다.

의료기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의료의 질적 향상과 환자·직원 안전 관련 인증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이들 병원은 인증평가 전문조사단이 실시한 환자의 안전과 권리·의료서비스의 질향상 활동·감염관리·약물관리·시설관리·환자진료시스템·환자만족도 등 총 404개 항목에 대해 인증조사를 받으며, 80%이상의 성적으로 통과하면 인증을 부여한다.

"환자안전과 질" 등 병원경영 개선

의료기관 인증제가 병원 경영 개선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김영훈 교수는 한국병원경영학회 차원으로 11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인증제가 병원경영에 미친 영향"에 대한 중간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이 인증을 획득한 23개 병원의 QI책임자 48명과 인증을 획득한 8개 병원의 일반직원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인증제가 "환자안전과 질, 의사결정체계, 병원조직문화, 리더십 및 병원경영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환자안전과 질"부문에 가장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이후 환자안전과 질 향상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가를 묻는 질문에 QI책임자의 90.1%, 일반직원의 96.1%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응답했고, 의사결정체계에서도 83.3%(QI책임자), 81.2%(일반직원)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조직문화(인적자원문화, 개방체계문화, 위계서열문화, 생산중심문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인적자원문화에 미친 영향이 가장 컸으며, 이는 병원 직원들이 인증 준비 과정에서 직원 간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고 팀워크, 구성원간의 배려, 관심 및 합의가 촉진된 결과로 분석됐다.

병원장의 리더십과 부서장의 리더십에 있어서도 인증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병원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QI책임자의 64.8%와 일반직원의 42.7%가, 부서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QI책임자의 73.0%, 일반직원의 57.4%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증제로 인한 학습성장요인(직원의 역량 강화, 질 향상 및 환자안전 관리능력 등)과 경영 프로세스(의사소통의 촉진, 시설 장비 및 환경개선, 경영목표와 성과관리 등)에도 긍정적인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대형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병원 경영에 미친 영향이 더욱 큰 것으로 판단됐지만, 인증을 받은 중소병원 수가 적어 비교 분석에 제한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교수는 "인증을 획득한 병원들이 경영성과를 크게 거두고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미래의 의료시장에서 인증이 핵심적 가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퍼주기식 인증·업무 과부하 등 부작용

물론 인증의 양면성도 공존한다. 인증평가를 받은 병원 중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병원은 전무하다. 사전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평가항목에 따라 철저한 준비를 한 탓도 있겠지만, "퍼주기식 인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인증을 받은 한 병원 관계자는 "초창기에 인증을 받은 우리 병원의 경우 현판식도 하고 크게 기념행사를 했는데 지금 보니 모든 병원이 인증을 부여받아 큰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모든 병원이 받는 만큼 인증에 대한 지원도 부족할 것으로 보이며, 뚜렷한 홍보효과 역시 기대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인증비용과 인증을 위한 무리한 비용 낭비만이 남았다는 지적이다.

인증 자체에 업무 과부하 문제도 심각하다. 더욱이 JCI인증을 이미 받은 병원에서는 유사한 인증을 한차례 더 받느라 곤혹을 치렀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가뜩이나 환자 진료도 많은데 연이어 계속되는 인증제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는 마비상태였다"며 "단순히 인증을 위한 인증 활동에 병원, 환자의 우선시 하면서 오히려 직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반문했다.

더욱이 일부 병원은 이제부터 JCI 인증 재인증 심사도 준비해야 하는 가운데, 인증기간에 이직율이 높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김영훈 교수도 "인증평가를 받기 이전에 JCI 인증을 받은 병원 입장에서는 인증제 효과를 측정 평가하기 곤란했다"며 "여기에 더해 인증평가를 받기 이전부터 잘해오던 병원은 인증제 효과를 측정해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증제 자체보다 이후 관리가 더 중요

피할 수 없는 인증제의 상황에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려면 인증제 자체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인증제에 임하는 태도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 의료경영대학원 김광점 교수는 인증을 받는 과정을 일종의 "조직혁신", "조직변화" 과정이라며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조직혁신은 기존 조직의 시스템과 관행이 지니고 있는 한계 또는 문제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 적절한 새로운 시스템과 관행을 창조하거나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러나 조직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고 합의도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인증의 과정은 비교할 표준이 객관적이고 명확하다는 점에서 문제 발전에 도움을 주고, 문제의 해결방향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증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인증 전에는 인증의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조직 전체, 최고경영자, 의사 등에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담은 동영상 등 생생한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후 변화의 대상이 되는 영역마다 핵심적인 후원자를 확보하고, 인증 주도팀을 구성해야 한다.

인증 준비 과정에서는 인증 기준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인증을 하고 싶었던 변화를 도입하는 계기로 삼고, 시설 개선, 프로세스 개선, 직원 행동 및 태도 변화를 중요하게 기획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증 이후의 관리이다. 김 교수는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그냥 두면 곧바로 이전으로 돌아간다"며 "설정된 표준을 일상적 운영과 모니터링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직원 교육의 목표를 수립해 지속적 개선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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