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국감...전산 착오.실수로 16만건 삭감, 8억 5천만 원 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이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허위부당청구를 놓치는가 하면 부실심사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 등 피해를 입힌데 대한 강도 높은 질타를 받았다.

또한 안전성, 유효성 입증 책임을 가진 기관으로서 해묵은 카바 수술부터 최근 논란이된 ESD, 일반약 수퍼판매 등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현안에 전문집단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변하는 진료, 못 따라오는 평가

최근 3년간 심평원 심사와 관련해 착오나 실수로 잘못 조정되거나 삭감된 건수가 16만 건에 이르며, 금액으로는 8억 5000만 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산심사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착오와 실수로 인한 조정 삭감이 전산운영의 오류로부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점은 집중 지적 대상이 됐다.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심사의 과학화와 효율화를 가장 큰 운영성과로 자랑하고 있는 심평원에서 잘못 조정된 심사 건수와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신뢰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삭감의 유형을 분석해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전체의 53%가 전산운영의 착오로부터 발생하고 있고, 심사 착오가 34%를 차지했다. 삭감된 금액이 미미하거나 심사기관과 불편해지는 것을 염려한 해당 요양기관들이 아예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확인되지 않은 건수와 금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심평원 부실심사의 대표적 예로 지목된 "레보투스 시럽" 또한 그 과정에서 불거진 것.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기침약으로 널리 알려진 레보투스 시럽이 지난 2000년 4월부터 11년간 잘못된 요양급여기준이 적용되면서 최대 600여억 원의 건보 재정 누수가 추정된다"고 지적하며, 심평원의 부실심사 책임을 물었다.

민주당 박은수 의원 또한 "상시적인 심사오류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하며, 모니터링 결과 파악된 오류의 유형이나 원인은 관련 부서에 즉시 통보해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저가약을 조제하고 고가약으로 청구하는 등 대체청구가 의심이 되는 약국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대부분의 약국이 부당하게 대체청구를 하다 적발됐으며, 의약품 공급업체 10곳 중 6곳은 의약품 공급내역을 착오 등 사유로 심평원에 허위보고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심사로 정확성 높인다?...홍보·안전망 구축 "과제"

지난 6월 말부터 정식 운영하고 있는 새로운 방식의 진료비청구포털시스템에 대한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새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요양기관은 약 28%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뿐 아니라 올 중순 보유현황 위주의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이력 및 품질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실시된 의료장비 일제조사와 DUR 또한 높지 않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9월 실시에 맞춰 준비해 온 약국판매 일반약 DUR의 경우 사실상 시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심사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홍보로 더 많은 의료기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노후장비, 부적합 장비 등 의료영상장비의 질 관리를 위해 일제조사를 실시한 만큼 정부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아직 신고에 참여하지 않은 1만2000여개 의료기관에 패널티를 적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DUR에 대해서도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의료기관 기준으로 91.8%, 병용금기 및 연령금기 처방 건 기준으로 각각 89.2%, 92.1%가 DUR을 설치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다"며, "미설치 의료기관에서 대부분 금기처방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지도점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외에도 각 정부부처에 빨간불이 켜진 보안 문제가 심평원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나 정보유출 주의 당부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2009년 227건, 2010년 946건에서 올 해의 경우 지난 7월까지만 930건에 육박하고 있는 등 심평원에 대한 외부의 해킹시도가 급증하고 있다"며 "전담인력 및 관리 프로세스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 뭇매

시행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제도가 유예된 것과 관련,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 강행에 앞장선 심평원에 강력 질타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제도 시행 1년 후 약가 인하 조치를 해야하는데 잠정 유예됐다"며, "제도 목적은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근절이었는데, 남은 것은 요양기관 인센티브 477억 원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경희 의원도 "정부가 만병통치약인양 치켜세운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무리한 제도 도입으로 재정 누수만 더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도입 후 1원 낙찰이 발생한 요양기관수는 8.6% 감소하였으나, 품목수는 5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 높이기 위한 심사권한 강화 필요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보다 강력한 심사평가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잇따라 지적됐다. 진료비 확인 민원이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2명 중 1명이 환급받고 있는 상황이 시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카바수술과 같은 신의료기술의 검증에서도 강제력이 없어 연구자에 휘둘리고 있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권한 강화에 힘을 실었다.

진료비 환급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환불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근절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본인부담금을 과다징수한 의료기관에 반환 뿐 아니라 징벌장치를 별도로 마련해 보다 적극적으로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나라당 최경희 의원도 현지조사의 실효를 높이기 위해 사법 경찰권 제도를 검토해 볼 것을 제안키도 했다. 이 외에도 불합리한 과징금 산정방식 개선 및 늘어나는 심사업무에 따른 인력 증원의 필요 등이 지적됐다.

같은 질문에 모범답...늘어지는 국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식상한 지적에 모범적인 답변이 이어지며 시종일관 밋밋한 전개로 마무리 됐다. 허위ㆍ부당청구 의료기관 현지실사,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 처방 남용, 치료재료 재사용, 카바수술 등 단골 논쟁거리와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 일반약 수퍼판매 등이 논의됐으나 반복된 문제지적으로 그쳐 새로운 정책 제언으로 이어지진 못한 것.

그동안 국감에서 논의된 내용을 재탕하는가 하면 의원들 간 중복 질의에 날선 칼은 없었으며, 심평원장 또한 "종합적으로 검토 후 조치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괄,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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