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오픈시대의 위기관리 3. 내부직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는 당연히…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주위에 병원에 근무하는 "아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인맥에 인맥으로 연결되는 요즘 시대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진료를 받으려고 문의할 때마다 해당 병원 직원이 번번히 "우리 병원으로는 절대 오지 말라"며 다른 병원을 추천하는 경우, 이용해 보지도 않은 그 병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이런 직원들이 많은 병원, 수백명 많게는 천명 이상에 달하는 수많은 직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대한 불만을 가득 늘어놓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위기 상황에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에 닥치면 위기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내부직원 만족으로 "잘되는 병원"

A병원에 일하는 김모씨는 평소 병원에 대해 불만을 가져오던 직원이다. 이러던 중 병원의 과실이라고 당장 판단하기 어려운 의료분쟁이 발생했다. 온라인에 A병원에 대한 환자 가족들의 항의가 올라왔다. 김씨는 익명 게시판을 이용해 "A병원에서 일하는데, 내가 봐도 의료진들이 실력이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여기에 근무했던 계약직 직원들까지 가세해 병원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댓글을 달면서 비난이 일파만파 확대됐다. 의료분쟁은 A병원의 과실이 아니었지만, 추락한 이미지는 복구가 어려웠다.

만약 김모씨가 해당 댓글을 발견하고 병원에 빨리 알려 시정조치를 하면서, 직원들이 합심해 오해를 막았다면 슬기롭게 해결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경영이론에는 "내부마케팅"이란 용어가 있다. 직원을 최초의 고객으로 보고 그들에게 서비스 마인드나 고객지향적 사고를 심어주면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활동을 말한다.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의 저서 "마케팅의 10가지 치명적 실수"에서는 "회사를 방문해 15분이면 구성원들이 행복해 하는지 불행해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높은 이직률, 잦은 실수, 과도한 분파주의, 타 부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이 만연해 있으며, 불만족한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저하한다"고 지적했다.

직원이 만족하는 경영을 하게되면, 직원이 곧 고객이 되고 주위에 확산시키게 된다. 외부고객인 환자나 환자가족을 만족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내부고객인 의료진이나 직원이 모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일본 의료사무직원 양성학교 전임교수를 역임한 미요시 아키시게는 "잘되는 병원에는 기적의 소통법이 있다"를 통해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며 "커뮤니케이션이 풍부해질수록 보람이나 긍지가 생겨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면 스스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는"며 "이로 인해 병원 직원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찾고 실천하면서 환자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 또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도 병원을 추천하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병원에 대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최악의 파업, 적극적인 자세로 예방

노조가 결성돼 있는 병원이라면 직원 관리는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병원 파업은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면서도 진료에 차질이 생기고 수익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최악의 위기상황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장기파업을 겪었던 경북대병원의 경우 진료상황으로는 외래진료, 중환자실은 필수유지인력과 내부직원 대체를 통해 거의 정상적으로 운영했으나, 필수유지업무에서 제외된 병동은 인력부족과 근무자들의 피로 누적으로 신규 입원을 줄이는 방법으로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최근 원장들은 취임하자마자 노조 사무실부터 방문해 "노조 끌어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노조 역시 정치적인 움직임은 자제하고, 노사가 합의를 하는 분위기를 유도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노사간 화합을 다지기 위한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장 등 보직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 18일 자율로 교섭을 타결한 민간중소병원 노사는 지역거점형 종합병원 활성화 방안과 간호인력수급 문제 해결 방안을 합의안에 담았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노사 교섭대표단이 서로를 인정하면서 신뢰속에 이뤄낸 결과물이며, 사측의 적극적인 대화채널 구축이 큰 역할을 했다"며 " 노사는 현재 민간중소병원이 직면한 간호인력 수급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공동포럼"을 운영하는 등 민간중소병원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노사가 함께 해결해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려대의료원 박종훈 적정관리위원장도 "노사가 늘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발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소통의 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제언이더라도 모든 직원들의 합의없이 진행된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계 투명성 제고로 신뢰도 높여야

올 상반기에는 유독 병원 내부직원 횡령사건이 많았다. 병원의 막대한 손실과 함께 회계부실 의혹까지 받을 수 있으니 위험천만이다.

지난 4월 B병원의 경리과장이 3년간 172억원을 횡령해 무속인에 바쳤다는 소식에 병원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잘나가는 C성형외과 사무장이 17억원을 횡령해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잡을 수 없을 뿐더러 세무조사를 받을까봐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D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10년간 모은 기초생활수급비를 수차례에 걸쳐 빼돌린 원무팀장과 이 사실을 알고 원무팀장을 협박해 수백만 원을 뜯어낸 전 원무과장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은 "글로벌 비즈니스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향후 3년간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10대 주요 리스크와 기회 요인 중 "규제 및 법규 준수" 관련 리스크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실제 한국회계학회는 지난 2008년 우리나라의 회계 불투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38조 원, 2014년에는 5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회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내부 직원이 서로 감시자가 되어야 하며, 원장 스스로도 회계 투명성을 강조해야 한다. 회계 전문가가 아닌 원장이 회계에 눈이 어두운 것을 틈타 각종 횡령사고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병원계에선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광명인병원 송중호 경영원장은 "회계투명성을 높이면 직원들도 병원에 대해 신뢰하게 되며, 횡령사건이 일어나기도 어렵다"며 "더욱이 병원이 어렵고 힘들면 똘똘 뭉칠 수 있게 되고, 원장으로서도 이득을 나눌줄 아는 책임감도 생긴다"고 제언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권오형 회장권오형 회장은 "회계투명성은 기업의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만들며, 회계투명성이 바로 윤리경영의 기본"이라며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회계부정을 통해 손쉽게 해결하기 보다는, 임직원들의 지혜와 단합으로 이를 극복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이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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