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 개최
조명환 조직위원장


‘다양한 목소리, 하나 된 행동(diverse voices, united action)을 주제로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ICAAP10 : the 10th international congress on aids on asia and the pacific)가 오는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부산 BEXCO에서 열린다.

아시아·태평양지역 60개국에서 4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인 이 대회는 유엔에이즈(UNAIDS)와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이하 ASAP)가 주최하고 ICAAP10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 세계은행 등이 후원하는 아시아 지역 에이즈 분야 최대 학술대회다. 에이즈와 관련해 국제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이슈 아니더라도 관심과 지지 필요”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사람은 건국대 생명과학과 조명환 교수다. 조 조직위원장은1988년 세계 최초로 에이즈 진단시약인 크립토스포리디움 디텍션 키트를 개발했고, 2005년부터 4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 회장, 2007년에는 에이즈 연구와 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국제인명센터(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er)로부터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 2009년 미국 인명연구소로 ‘아시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등 그야말로 에이즈 연구와 퇴치 운동의 최고 권위지다.

그는 우리나라 AIDS 감염자는 6300여명 정도로 적은 숫자라 아직은 사회적 이슈거리가 아니지만, 에이즈는 전 세계 2500만 명이 사망하는 글로벌 이슈를 가진 질병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 개최, G20 정상회의 개최 등 국제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성장했다면 국제 사회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이제는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세계인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에이즈 대회는 개최국을 선정할 때 에이즈 환자가 적은 나라를 주로 선택한다고 한다. 에이즈 환자가 없는 국가일수록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함이란다.
그는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10번째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가 열리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며 “에이즈 환자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 대회를 열어 그 사회에 에이즈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편견을 낮추는 일을 하는 게 대회의 목적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또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는 개회사를 대통령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행사다. 대통령이 에이즈에 대해 언급하면 그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에이즈가 전염되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60개국 인사 참여
이번 대회에는 Ratu Epeli Nailatikau 피지공화국 대통령, 미셸 시디베 유엔에이즈 대표, 세계보건기구(WHO) 신영수 서태평양지역 대표를 비롯, 반기문 UN사무총장의 특사,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 개발은행(ADB) 관계자 등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과학자, 의사, 시민단체, 정치인, 경제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에이즈 축제에 참여한다.

또 기조연설에도 세계적으로 막강한 인사들이 참여한다. 우선 개회식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에이즈대사인 Eric Goosby가 예정돼 있고, WHO regional director인 우리나라 신영수 박사, Michell Sidibe 제네바 unaids 대표 등이 기조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를 개최했을 때 많은 사람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정부는 에이즈 환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이를 잘 소화해내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 지원이나 협조 등을 조심스러워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회가 잘 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대회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현재 진행 사항은 순항 중이라고 한다. 그는 “이미 아시아·태평양지역 60개국에서 2200여 편의 논문이 들어왔고, 논문 심사는 이미 끝냈다”라며 “이중 270편이 구두발표, 120편이 포스터 발표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학술적으로도 풍성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되는 논문들은 ▲에이즈대사 회의를 통한 아시아 에이즈 퇴치를 위한 방안 및 국제 협력체계 구축 구상 ▲에이즈 치료제, 진단검사법 등 의료분야 최신 연구결과 발표 ▲에이즈 전파 방지를 위한 효과적 예방, 검사, 관리, 지원 등의 모범사례 발표 등이다.

아시아 지역 에이즈 걱정
그는 아시아가 아프리카처럼 에이즈가 창궐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앞으로의 자기 역할이라고 말했다. 빌&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빌 클린턴 재단의 지원을 이끌어 낸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아시아 지역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20~50대 인구층의 에이즈 감염률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중국 남쪽과 동남아시아는 마약 사용에 주사바늘을 공유하는 이유로 에이즈 환자가 많은 지역이다"

에이즈를 정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에이즈는 이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약만 잘 먹으며 치료하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치료약이 너무 비싸다는 것.

그는 “에이즈는 치료는 되는 질병인데,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치료약이 너무 비싸 사람들이 사 먹질 못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에이즈 환자들의 약값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1년에 만불 우리나라 돈으로 천만원을 넘는 돈이 들기 때문에 환자들이 약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약값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 “에이즈 문제는 단순한 백신개발과 치료약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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