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의 한 순간이 곧 경쟁력"

정보오픈시대의 위기관리

1. 문제제기와 필요성
2.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3. 내부직원
4. 언론보도

5. SNS

기업은 성과만 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언제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에 따라서도 성패가 좌우된다. 지금과 같은 정보공개 시대에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직원수가 많고 환자, 보호자와 끊임없이 만나는 병원에서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이에 위기관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커뮤니케이션, 내부직원, 언론보도, SNS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위기관리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아직까지 병원은 위기관리의 문제인식이 부족하고 대처능력 또한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러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 위기 상황에서의 한 순간이 곧 몰락인지, 극복을 통한 성장인지로 갈라지기 마련이다.

위기단계에서 몰락? 극복?

기업경영가로 잘 알려진 짐 콜린스는 "그 많던 기업들은 다 어디로갔나" 저서에서 기업몰락의 5단계를 제시했다. 우선 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이고 이어 2단계인 원칙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로 흐른다.

3단계인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가 가장 위험하다. 내부에 경고 신호가 증가하지만 외부 성과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에 위기 징후에 대란 우려를 무시하는 단계이다. 부정적인 데이터는 축소하고 긍정적인 데이터는 부풀리며 모호한 데이터는 긍정적으로 채색하게 된다.

결국 위기를 맞이해 구원을 찾아 헤매는 4단계에서는 기업의 가파른 하락세가 보이고 과감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전략, 문화적 변혁만을 추구하며 실질적인 상승세를 타지 못한다. 결국 마지막 5단계인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로 전락한다.

3단계를 맞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미리 고민해두는 것이 위기관리의 기본일 것이다. 특히 좋은 소문에 비해 나쁜 소문은 쉽게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

위기에 닥쳐본 기업들의 교훈

지난 4월 호텔신라는 한복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다. "한복은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의 식사를 방해할 수 있는 위험한 옷"이라며 호텔신라의 뷔페식당 파크뷰의 매니저가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씨의 출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한복과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은 출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의 지인이 트위터에 이런 내용을 올려 파장이 일었으나, 이때도 직원은 "점심때까지는 금지였는데 총지배인 지시로 한복 입장이 가능해졌다"고만 밝혔다. 결국 기사는 쏟아지고 트위터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비난에 비난이 이어졌다.

호텔측은 결국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뷔페 특성상 지난해부터 한복을 입은 고객에게 일일이 주의점을 안내하고 있다. 직원의 착오로 미숙하게 안내됐다"고 공지했다. 호텔신라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개설되지 않은 상태로 삼성그룹 트위터를 이용해 사과하는데 그쳤고, 파장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 결국 이 사태로 삼성그룹은 모든 계열사 트위터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농협중앙회는 전산 마비 사태에서 비난을 받았다. 신충식 전무이사는 취임과 동시에 "전산사태를 교훈 삼아 종합적인 위기관리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에 큰 상처를 입었고, 평상시 위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수의 기업들마저 위기에 닥쳐보고 나서야 위기관리체계를 마련해 경영에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곧 경쟁력을 쌓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리더부터 중요성 인식 필요

위기관리의 중요성은 리더부터 인식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 소프트웨어 제작회사인 서너(Cerner)사의 닐 패터슨(Neal L. Patterson) CEO 일화를 소개했다. 패터슨은 평소에 직원들과 소통을 할 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패터슨은 회사의 사업실적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들이 나태해진 모습에 화가 났다. 분을 참지 못하고 400여 명의 중간 관리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통해 "관리자들의 기강해이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후 간부 회의를 출근시간보다 1시간 빨리 하기로 결정하고, 토요일 아침에도 관리자 회의를 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향후 "직원의 5% 정리", "근무시간 기록의 제도화", "휴가로 입증되지 않는 결근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을 철저히 할 것이란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이메일 발송 후 불과 한 나절 만에 메일 복사본이 Yahoo 검색 사이트 상에 올라왔고, 3일 만에 회사의 주가는 22%가 곤두박질치면서 더 큰 위기를 맞게 됐다는 후문이다. 감정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는 메시지들은 공식회의 석상과 같은 장소에서 다소 냉철하고 엄중하게 소통해야 한다.

결국 위기를 맞게 하는 과정이나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은 직원들의 탓이 아닌 리더에서부터 시작한다. 더욱이 리더들이 보이는 솔선수범의 행동 하나는 수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강조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구성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위기를 거론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영진이 계속해서 위기를 거론하면 직원들은 오히려 위기라는 말에 무감각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를 조성해야만 전략적 혁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무성과가 우수한 조직에게 위기를 강조하고 변화가 시급하다고 설득할 때 직원들은 혼란을 경험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존 코터 하버드대 교수는 "위기를 상시 강조하면 위기 자체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상사에게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에너지를 쏟는다"며 "더 나은 곳이 있고 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지속되지 않으며 사람들은 숨고 스스로 보호하려고 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나쁜 소문이 조직 내에 떠돌게 되는 주된 이유는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모호함과 불확실함으로 구성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중요한 정책적 변화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임직원들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들에게도 좋은 점만을 미화해 알리기보다는 나쁜 소문이 알려졌을 때 발빠르게 알리고 사과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