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연관성은 보이지만, 원인은 명확하지 않아

의학적으로 스트레스는 중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대외적 인식은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돼 있다. 운동 등을 통해 신체를 강화시켜 주는 육체적 스트레스는 제외하더라도 정신적 스트레스에서도 흥분과 재미를 느낄 경우 발산되는 양성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eustress)보다는 신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적 스트레스에 초점이 모이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 사회적 환경에서 받는 부정적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는 경우다.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나타나는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등 호르몬 분비 증가, 심박수 증가, 소화장애, 혈류 문제 등 비정상적인 신체 변화들이 스트레스의 만성화로 인해 충분한 회복 없이 신체 손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성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 증상들로는 경증 만성 두통, 면역기능의 저하, 우울증, 당뇨병, 탈모, 심질환, 비만, 갑상선항진, 강박-불안 장애, 성기능 장애, 궤양, 암 등이 꼽힌다.

▲스트레스, 심질환을 부르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들 중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심질환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고, 환자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아직 스트레스가 심질환 위험도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자체적인 위험요소로 될 수도 있고 혹은 위험요소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대체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스트레스가 위험요소일 경우 만성 스트레스 노출로 인한 신체에의 영향이 원인을 말하는 것으로,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등 호르몬 수치의 지속적 증가, 혈전에의 영향이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가 콜레스테롤, 혈압 등의 악화, 폭식, 운동량 저하 등을 유도한다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스트레스연구소는 스트레스와 심질환 및 급사 간 연관성은 이전부터 인식되어져 왔다며, 대표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가 심장발작과 급사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관상동맥심질환의 경우 직업 스트레스를 비롯 만성 스트레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스트레스연구소는 스트레스가 흡연을 비롯한 안좋은 생활습관들로 이어지고, 감정적으로도 공격적, 분노, 적의 등이 관상동맥질환에 영향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연관성에 대한 근거 축적 중

스트레스와 심질환 위험도 간 연관성을 설명해주는 원리는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연관성에 대한 근거들은 지속적으로 축적 중이다.

영국 런던대학 Eric Brunner 교수는 지난해 유럽동맥경화증학회에서 사회경제적 요소가 관상동맥질환 위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발표해 연관성에 무게를 실었다.
B runner 교수는 1960년대 실시한 Whitehall Ⅰ 연구와 1985년에 시작된 Whitehall Ⅱ 연구를 언급하며 사회적 조건들이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평가에 포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비교했을 때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은 4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이런 격차는 Whitehall Ⅱ 연구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질환 예방을 위해 기본적으로 생활습관개선을 권고하지만, 이런 생활습관 개선은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인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사망률 감소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Brunner 교수는 생활습관개선이 수축기혈압 감소, 금연, 저콜레스테롤 등을 통해 위험도를 각각 14%, 23%, 33% 줄였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네덜란드 틸버그대학 Martens EJ 교수팀의 연구(Arch Gen Psychiatry. 2010;67:750) 또한 이런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불안장애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내용으로 불안장애가 있을 경우 관상동맥질환 사건 발생률은 9.6%였지만, 불안장애가 없을 경우는 6.6%로 나타났다. 단 이 연구에서는 질환의 중증도나 생활습관, 생물학적 조절자에의 영향은 평가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소아들에서 더욱 부각된다. 소아들의 경우 즉각적인 영향보다는 잠재적인 위험도를 높인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세 이하 영아들에게 환경적 요소들이 뇌 및 생물학적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한편 이 시기의 경험들이 건강, 교육, 경제활동 등 남은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점은 매년 2억명 이상의 5세 이하 아동들의 인지적 측면 및 사회적인 잠재력에서 어느 정도 미달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통계가 뒷받침 해주고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의 생리적 원인은 규명 중

스트레스와 심질환 간 연관성에 관련된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지만, 아직 생리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에 만성 스트레스가 세포의 미세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GABA, 인터루킨-18, 핵요소 Kappa B, 세로토닌 등 다양한 분야에의 연구들이 포함돼 있다. 비록 동물실험 단계로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변화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정익모 교수의 연구(Atherosclerosis. 2010;213:109)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만성 스트레스(부동 스트레스)로 인한 내피 기능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에서는 14일 간 30마리의 쥐에게 1일 120분 간 부동 스트레스를 부여하고, 1일 3 mg/kg의 안지오텐신 변환 효소(ACE) 억제제인 라미프릴 변환 안지오텐신 투여군과 1일 9 mg/kg의 수용체 제제인 로사르탄 투여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14일 간 관찰결과 지속적인 스트레스 부여는 수축기 혈압을 증가시켰고, 아세틸콜린 유발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혈장의 안지오텐신 II와 ACE의 활동 증가로 이어졌다. 이런 증가추세는 라미프릴 투여군에서는 억제됐지만, 로사르탄군에서는 여전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교수는 "부동 스트레스로 인한 변화가 죽상경화증과 고혈압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내피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루킨-18의 변화를 스트레스 반응의 척도로 고려할 수 있다는 연구(Stress. 2011. 6월)도 제시되고 있다. 연구에서는 돼지를 대상으로 급성 부동 스트레스를 부여한 결과 돼지 타액선의 인터루킨-18 수치와 인터루킨-18이 나타난 타액선의 위치가 달랐다는 내용이다. 인터루킨-18의 수치는 60분 동안의 부동 스트레스 부여 시 증가를 보였고, 패턴에 따라 인터루킨-18의 변화가 나타나는 타액선이 이하선, 하악선, 설하선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와 인터루킨-18의 연관성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정도 측정에 대한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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