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인한 심질환 위험도 증가가 강조되고 있지만, 위험도로 따지만 비만, 우울증도 만만치 않다. 비만의 경우 국내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들리는 만성질환과 대사증후군의 주된 위험요소로,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를 간과할 수 없다.

▲호르몬의 변화, 비만의 지름길

기본적으로 비만은 과식이 주된 원인이지만, 최근 20대에서 비만이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스트레스를 꼽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중교통, 업무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스트레스를 폭식 등 안좋은 식습관으로 해소하는 경우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쉽지만, 스트레스가 생리적인 현상에 영향을 줘 결국 식습관으로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만환자들의 치료에서 스트레스의 영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비롯 사회적 환경과 비만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스트레스의 경우 유전자, 정신과, 심리학 등 많은 방면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스트레스 자체가 충동이나 욕구에 대한 자제력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즉 식욕조절이 힘든 원인이 스트레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남녀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10배 더 많게 나타나는데, 강 교수는 "여성이 단 음식에 더 많이 노출되는 환경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만성 스트레스로, 급성 스트레스의 경우 식욕을 떨어뜨리고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소화액 분비나 위장 운동이 약해져서 덜 먹게 되는 반면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식욕을 증가시키는데 일조한다.

감정적으로 음식에서 위안을 찾는 현상은 이는 원초적인 욕구가 아니라는 것. 스트레스 부하 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과 카테콜라민(catecholamin)이 장기간 과다분비가 지속될 경우 복부비만과 고인슐린혈증을 유발할 수 있고, 세로토닌·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감소로, 탄수화물 섭취를 통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려 하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마약중독과 같은 이치여서 쉽게 중단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음식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스트레스와 비만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 현재의 한계점이다. 강 교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비만해지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아직 현 기술이 그만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어디까지가 유전자에 의한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 심리학적인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또 유전자 자체를 분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석하는 단계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에 강 교수는 "특정 식사나 약물에 기대지 않는 본인의 의지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본인이 감정상의 문제가 과식을 유발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자가점검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강 교수는 반복된 스트레스로 비만이 유발된 경우에는 단순히 체중 조절의 노력만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찾아 해소하거나 대처법을 찾는 것이 스트레스성 비만을 완치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강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비만 치료를 위해 질병관리본부 등의 기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부 저소득층이나 특수계층 위주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현재 많은 국민이 개인건강증진과 질병관리에 관심은 높지만 특정 음식 및 약물에 대해 맹신하는 현상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같은 원인, 또다른 얼굴 스트레스성 우울증

스트레스성 비만의 기저 원인으로 꼽힌 코르티솔 분비 증가, 세로토닌·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 감소는 우울증이라는 질환도 부추긴다. 아직 세포단위의 영향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의 원인이 다양하듯, 이로 인한 변화가 한 가지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의 감소는 과식·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수면ㆍ식욕ㆍ성욕 이상, 정상적인 감정의 표현과 기분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 증상들과 유사한 상태로 유도된다.

하지만 학계는 감정적인 부분의 변화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생물학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밝혀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물학적 기전의 규명이 새로운 약물 및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중 하나로 웨스턴온타리오의대 Stephen Ferguson 교수의 연구를 꼽을 수 있다. Ferguson 교수팀은 부신피질 호르몬 유리인자- 1(CRFR-1)와 세로토닌 수용체(5-HTRs) 두 가지 수용체 간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Nature Neuroscience지에 게재했다.

연구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불안감을 유발하는 CRFR-1 수용체의 수치가 높아지면서 우울감에 관여하는 수용체인 5-HTRs 를 자극하고 이는 곧 비정상적인 뇌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 증상, 우울증이 각각 진행되는 과정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스트레스의 생물학적 연결 고리 뿐 아니라 또한 5-HTRs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통해 불안 증상과 우울증상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평가했다.

▲스트레스의 건강한 해소방법 모르는 한국인

지난 7월 뉴욕타임즈는 "신경쇠약 직전의 한국, 심리치료는 기피?" 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1999년과 2009년 사이에 자살률 두 배 증가, 하루에 30명 넘게 자살하는 등 국가가 신경쇠약에 기로에 놓여있지만 심리치료는 회피하는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기사는 과중한 업무와 학업, 증가하는 이혼율, 치열한 경쟁 등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지만 심리 치료 대신 사주까페나 룸싸롱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기이한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인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적절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뉴욕타임즈의 시선은 단순히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하기 일쑤인 한국 사회에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 강재헌 교수가 비만 치료에서 충실한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도 개인의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트레스가 이미 사회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면,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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